기타 금전문제 · 노동
원고는 피고에게 PM 용역계약에 따른 수수료 3억 원의 지급을 청구했습니다. 피고는 본도급계약이 체결되지 않아 수수료 지급 의무가 없으며, 용역계약 체결 당시 착오가 있었다며 계약 취소를 주장했습니다. 법원은 PM 수수료 지급 조건이 불확정기한으로 도래했다고 판단했지만, 피고가 계약 체결의 중요한 부분에 대해 착오가 있었음을 인정하여 용역계약을 취소한 것이 정당하다고 보았습니다. 이에 따라 원고의 항소는 기각되었습니다.
주식회사 A(원고)와 B 주식회사(피고)는 이 사건 사업에 대한 PM(Project Management) 용역계약을 체결하면서 PM 수수료를 10억 원으로 정했습니다. 계약에 따르면 PM 수수료는 금융기관의 공사비가 기표되는 순간 또는 건설회사의 책임준공 관련 본 계약서가 작성되는 시점에 지급하기로 되어 있었습니다. 원고는 자신이 건설사를 통해 책임준공을 이행하는 의무를 완료했다고 주장하며 피고에게 PM 수수료 10억 원 중 일부인 3억 원의 지급을 청구했습니다. 그러나 피고는 시공 예정사인 F과의 공사도급계약이 구속력 없는 양해각서에 불과했고, 이후 본도급계약이 체결되지 않았으므로 PM 수수료를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맞섰습니다. 더 나아가 피고는 공사대금이 450억 원 범위 내에서 본도급계약이 확정적으로 체결될 것이라는 착오 또는 원고의 기망으로 용역계약을 체결했다며, 착오를 이유로 용역계약을 취소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실제로 F은 본도급계약의 공사대금으로 450억 원을 훨씬 초과하는 545억 원(부가가치세 별도)을 제시했고, 피고가 이를 수용하지 않아 결국 F과의 본도급계약은 체결되지 못했습니다.
이 사건 용역계약상 PM 수수료 지급 조건이 장래 발생이 불확실한 정지조건인지 아니면 장래 발생이 확실하지만 그 시기가 불확정한 불확정기한인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또한 피고가 용역계약을 체결할 당시 본도급계약 체결이 확정적이라는 중요한 착오가 있었는지 여부와 그 착오를 이유로 용역계약을 취소할 수 있는지 여부가 핵심 쟁점이었습니다.
법원은 원고의 항소를 기각하고 항소 비용은 원고가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이는 제1심 판결과 같이 피고가 착오로 이 사건 용역계약을 취소한 것이 정당하므로 피고에게 PM 수수료 지급 의무가 없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항소심 법원은 원고가 주장하는 PM 수수료 지급 의무는 불확정기한의 도래로 발생했다고 판단하였으나, 피고가 계약 체결 당시 본도급계약이 특정 금액 범위 내에서 확정적으로 체결될 것이라는 중요한 착오가 있었다고 인정하여 용역계약을 취소한 것이 정당하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원고의 PM 수수료 청구는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법원은 이 사건 용역계약에 대해 다음 법리와 원칙들을 적용하여 판단했습니다.
1. 부관이 붙은 법률행위의 해석 (조건과 기한) 법률행위에 어떤 사실의 발생 여부를 부관으로 정했을 때, 그 사실이 발생하지 않으면 채무를 이행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 타당하면 '조건'으로 봅니다. 그러나 그 사실이 발생했을 때뿐만 아니라, 발생하지 않는 것이 확정되었을 때에도 채무를 이행해야 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면, 이는 발생 시점이 불확실한 '불확정기한'으로 해석됩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건설회사의 책임준공과 관련된 본 계약서가 작성되는 시점'을 장래에 발생할 것이 확실한 사실로 보아 정지조건이 아닌 불확정기한으로 판단했습니다. 그리고 피고가 F과의 공사도급계약을 해지하여 본도급계약 체결이 확정적으로 무산된 2020년 10월 7일에 그 불확정기한이 도래했다고 보았습니다.
2. 착오로 인한 계약 취소 민법 제109조에 따르면, 법률행위 내용의 중요 부분에 착오가 있었고, 그 착오가 표의자(의사표시를 한 사람)에게 중대한 과실이 없는 한, 그 의사표시를 취소할 수 있습니다. 착오의 동기(계약을 하게 된 이유)가 상대방에게 표시되어 계약 내용으로 포함되었고, 그 동기가 법률행위의 중요한 부분을 이루는 경우에도 착오를 이유로 계약을 취소할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피고가 용역계약을 체결할 당시 F과 책임준공을 내용으로 하는 본도급계약이 공사대금 450억 원 범위 내에서 확정적으로 체결될 것이라고 착오에 빠졌고, 이러한 착오가 용역계약 체결의 중요한 동기가 되었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관련 민사사건의 확정판결에서도 이 착오가 인정되어 용역계약이 취소되었다는 사실이 유력한 증거로 작용했습니다.
3. 관련 민사사건의 확정판결 효력 민사재판에서는 다른 민사사건의 확정판결에서 인정된 사실에 법원이 구속받는 것은 아니지만,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는 유력한 증거가 됩니다. 합리적인 이유를 제시하지 않고 이를 배척할 수는 없습니다. 특히 당사자가 같고 분쟁의 기초가 된 사실이 같으나 소송물이 달라 기판력에 저촉되지 않아 새로운 청구를 할 수 있는 경우에 더욱 그렇습니다. 본 사례에서도 이미 확정된 관련 민사사건에서 이 사건 용역계약이 동기의 착오에 따라 체결되었고 취소되었다는 사실이 인정되었으며, 이 사실은 항소심에서도 유력한 증거로 받아들여졌습니다.
계약서를 작성할 때 조건이나 기한에 대한 문구를 매우 명확하게 작성해야 합니다. 본 사례에서처럼 '본 계약서가 작성되는 시점'과 같이 모호한 표현은 추후 분쟁의 원인이 될 수 있으며, 이것이 정지조건이 아닌 불확정기한으로 해석될 경우 해당 사실의 발생이 불가능해졌을 때에도 기한이 도래한 것으로 간주될 수 있습니다. 계약 체결 전에는 상대방으로부터 제공받는 정보나 기대하는 사실에 대해 신중하게 검토하고, 핵심적인 내용이라면 계약서에 명확히 명시하거나 독립적인 확인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본 사례에서는 피고가 공사대금에 대한 중요한 착오를 한 것이 계약 취소의 주된 근거가 되었습니다. 민사재판에서는 유사하거나 관련 있는 다른 민사사건의 확정 판결이 중요한 증거로 사용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유사한 문제 상황이 발생했을 경우, 이전 관련 판결 사례들을 미리 확인하고 참고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