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해배상 · 의료
이 사건은 환자가 발열, 간수치 상승 등 비특이적 증상으로 병원에 입원하여 치료받던 중 성인형 스틸병으로 진단이 늦어져 사망하자, 유족들이 병원 의료진의 진단 지연 및 치료상 과실을 주장하며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입니다. 법원은 성인형 스틸병이 매우 드문 질환이고 비특이적 증상을 보여 다른 질환을 배제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며, 초기에는 감염 질환과 유사한 증상 및 호전 양상을 보였으므로, 의료진의 진단 지연에 과실이 없다고 판단하여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사망한 환자는 2019년 2월 24일 발열과 상기도 감염 증상으로 피고 병원 응급실을 찾았고, 상기도 감염 증상은 나아졌으나 발열이 계속되어 같은 해 3월 6일 재입원했습니다. 당시 혈액검사에서 간수치 상승 소견이 있어 A형 간염 및 골반염이 의심되어 입원 치료를 시작했습니다. 입원 후 의료진은 항생제를 투여했으나 환자는 고열, 발진, 백혈구 증가, 관절통, 인후통, 림프절병증, 간기능 이상 등의 증상을 보였습니다. 원고들은 이러한 증상들이 성인형 스틸병을 의심하기에 충분했음에도 의료진이 3월 20일에야 스틸병을 의심하고 3월 23일에 스테로이드제를 투여하는 등 진단 및 치료가 지연되어 환자가 사망에 이르렀다고 주장하며, 병원 측의 손해배상 책임을 물었습니다.
병원의 의료진이 환자에게 나타난 증상들을 바탕으로 성인형 스틸병을 적시에 진단하고 치료할 주의의무를 다했는지 여부 및 진단 지연 또는 치료상의 과실이 환자의 사망 원인이 되었는지 여부
항소심 법원은 제1심 판결 중 피고 병원 측에 일부 책임을 인정한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들의 모든 청구를 기각하며 원고들의 항소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법원은 성인형 스틸병의 진단이 어렵고 다른 질환과의 감별 진단 과정이 필수적임을 강조하며, 피고 병원 의료진이 당시 상황에서 요구되는 의료상의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하여 원고들의 손해배상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의료기관의 의사는 환자의 생명, 신체, 건강을 관리하는 업무의 특성상 환자의 구체적인 증상과 상황에 따라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최선의 조치를 취해야 할 주의의무가 있습니다. 이러한 주의의무는 의료행위 당시 의료기관 등 임상의학 분야에서 실천되고 있는 의료행위의 수준을 기준으로 판단되며, 이는 통상의 의사에게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고 시인되는 의학 상식을 의미합니다. 진단은 임상의학의 출발점이므로, 의사는 비록 완전무결한 진단이 어렵더라도 전문직업인으로서의 의료 윤리, 의학 지식, 경험에 기초하여 신중히 환자를 진찰하고 정확히 진단함으로써 위험 발생을 예견하고 피해야 합니다(대법원 2004다33875, 2010다55866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에서는 성인형 스틸병이 매우 드물고 비특이적인 증상을 보여 다른 질환과의 감별 진단이 필수적이라는 점, 초기에는 감염 질환을 의심할 만한 소견과 함께 항생제 투여 후 일부 증상 호전이 있었던 점 등을 종합하여 의료진에게 성인형 스틸병 진단 지연 또는 치료상 과실이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성인형 스틸병과 같이 발병률이 매우 낮은 희귀 질환은 진단이 어렵고 다양한 비특이적 증상을 보여 다른 흔한 질환, 특히 감염성 질환으로 오인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경우 의료진은 환자의 전반적인 상태 변화와 각종 검사 결과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다른 질환을 배제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며, 이 과정에서 진단에 시간이 걸릴 수 있습니다. 초기 증상이 특정 질환(예: 감염)으로 의심되고 해당 치료(예: 항생제)에 일부 호전 양상을 보이는 경우, 의료진이 초기부터 희귀 질환을 의심하지 않았다고 하여 곧바로 과실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질환의 진단은 임상의학 분야에서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의학적 상식과 진료 수준을 기준으로 판단되며, 단순히 최종 진단이 늦어졌다는 사실만으로 과실이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환자의 증상 변화 추이, 검사 결과의 악화 또는 호전 양상이 진단 시점의 적절성 판단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