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 논문 자기표절 논란으로 인한 회원 자격 정지 및 손해배상 사건

원고들은 기존에 발표된 논문의 데이터를 활용하여 새로운 논문을 작성하였으나, 피고 학회는 이를 중복출판으로 판단하여 원고들의 회원 자격을 2년간 정지하고 논문 투고를 금지하는 조치를 내렸습니다. 이에 원고들은 피고 학회의 조치가 무효임을 확인하고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를 청구하였습니다. 항소심 법원은 제2논문이 '좁은 의미의 자기표절'에는 해당하지만 '중복출판'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피고의 조치에 중대한 하자가 있다고 보았습니다. 그러나 회원 자격 정지 기간이 이미 만료되었으므로 무효확인을 구할 법률상 이익이 없다고 보아 무효확인 청구는 각하되었습니다. 또한 피고 학회의 조치가 고의적인 불법행위가 아닌 단순한 판단 착오에 불과하다고 판단하여 손해배상 청구는 기각되었습니다.

관련 당사자

• 원고(A, B, C, D): 학회로부터 회원 자격 정지 및 논문 투고 금지 조치를 받은 논문 저자들
• 피고(E학회): 원고들에게 회원 자격 정지 및 논문 투고 금지 조치를 내린 학술단체

분쟁 상황

원고들은 서울시 보건소 노인들을 대상으로 인지기능, 일상생활수행능력 등을 측정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제1논문을 작성했습니다. 이후 동일한 데이터 일부를 활용하여 우울 측정 결과를 추가하고 새로운 통계 기법(성향점수 매칭기법)을 적용하여 경도인지장애 노인과 정상 노인 간 우울 정도 차이를 분석한 제2논문을 작성했습니다. 문제는 제2논문 작성 시 제1논문에서 사용된 데이터를 재활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제1논문의 존재나 출처를 명시하지 않은 점이었습니다. 피고 학회는 제2논문이 제1논문과 실질적으로 중복되는 '중복출판'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원고들에게 2년간 회원 자격 정지 및 논문 투고 금지 조치를 내렸습니다. 원고들은 제2논문이 연구 목적, 결과, 학문적 의미 및 방법론에서 제1논문과 차이가 있으므로 중복출판이 아니며, 학회의 조치는 위법하여 무효이고 이로 인해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핵심 쟁점

이 사건 제2논문이 학술 연구 윤리상 '중복출판'에 해당하는지 여부와 피고 학회의 회원 자격 정지 및 논문 투고 금지 조치가 무효인지, 그리고 피고 학회가 원고들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하는지 여부가 핵심 쟁점입니다.

법원의 판단

1. 제1심판결 중 무효확인청구에 관한 부분을 취소하고, 해당 부분에 해당하는 원고들의 소를 각하합니다.
2. 손해배상청구에 관한 원고들의 항소를 모두 기각합니다.
3. 소송총비용은 각자 부담합니다.

결론

법원은 제2논문이 '좁은 의미의 자기표절'에는 해당하지만 '중복출판'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피고 학회의 회원 자격 정지 및 논문 투고 금지 조치에는 중대한 하자가 있다고 인정했습니다. 그러나 해당 조치의 효력 기간이 이미 만료되었으므로 무효확인을 구할 법률상 이익이 없다고 판단하여 무효확인 청구는 받아들이지 않고 각하했습니다. 손해배상 청구에 대해서는 피고 학회의 조치가 고의적인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중복출판 여부에 대한 판단은 다소 주관적일 수 있는 불확정 개념이므로 단순한 판단 착오로 보아 기각했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1. 자기표절 및 중복출판의 법리(대법원 2016. 10. 27. 선고 2015다5170 판결 참조)​
   • 자기표절: 저자가 자신의 선행 저술을 이용하여 새로운 저술을 하면서 선행 저술의 존재를 밝히지 않거나, 밝혔더라도 후행 저술에 새롭게 가미된 부분의 독창성이 부족하여 학문 분야에의 기여도가 없는 경우를 말합니다.
   • 좁은 의미의 자기표절: 선행 저술을 출처 표시 없이 후행 저술에 이용했으나, 후행 저술에 새롭게 가미된 부분이 학문적으로 의미가 있어 선행 저술과 실질적으로 중복된다고 볼 수 없는 경우입니다. 이 사안에서 법원은 제2논문이 이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 중복출판: 선행 저술을 이용하여 새롭게 저술한 후행 저술에 학문적으로 의미 있는 부분이 없어 선행 저술과 후행 저술이 실질적으로 중복된다고 평가할 수 있는 경우입니다. 이는 연구부정행위의 정도가 더 심각하게 평가됩니다. 이 사안에서는 제2논문이 연구 목적, 결과, 방법론, 학문적 기여 등에서 제1논문과 차이가 있어 중복출판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2. 무효확인청구의 법률상 이익(대법원 2010. 10. 14. 선고 2010다23791 판결 등 참조)​
   • 징계처분과 같이 일정한 기간을 정한 처분의 경우, 그 기간이 경과하면 처분의 효력은 상실되므로, 그 기간 경과 후에는 처분이 외형상 남아있더라도 어떠한 법률상의 이익이 침해되고 있다고 볼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무효확인을 구할 법률상 이익이 없습니다.
   • 이 사안에서 원고들의 회원 자격 정지 기간 2년이 변론종결일 이전에 이미 도과하였으므로, 무효확인 청구는 법률상 이익이 없어 각하되었습니다.
3. 학술연구단체의 불법행위 책임
   • 학술연구단체가 징계처분을 할 만한 사유가 없는데도 고의로 불이익을 가하려 하거나, 징계 사유가 객관적으로 명백히 잘못되었고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쉽게 알 수 있었음에도 징계한 경우에만 불법행위책임이 인정됩니다.
   • 단순히 징계권자의 자율적인 판단에 따라 행해진 것이고, 그 과정에서 판단을 잘못한 것에 불과한 경우에는 불법행위책임을 물을 수 없습니다.
   • 이 사안에서 피고 학회의 중복출판 판단이 잘못되었으나, 이는 학문적으로 의미 있는 부분의 유무를 판단하는 '불확정개념'에 대한 착오이며, 관련 협의회의 심의 결과를 참고한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고의적인 불법행위가 아닌 단순한 판단 착오로 보아 손해배상 청구는 기각되었습니다.

참고 사항

1. 선행 연구 출처 명확화: 자신의 선행 저술을 활용하여 새로운 논문을 작성할 때는 반드시 기존 논문의 존재와 활용된 부분의 출처를 명확히 밝혀야 합니다. 데이터를 재활용하는 경우에도 원본 데이터의 출처를 정확히 명시해야 오해를 피할 수 있습니다.
2. 연구 윤리 규정 숙지: 각 학술단체 및 소속 기관의 연구 윤리 규정(자기표절, 중복출판 등)을 미리 정확히 파악하고 이를 준수해야 합니다. 학회마다 중복출판에 대한 기준이 다를 수 있으므로 특히 주의해야 합니다.
3. 새로운 학문적 기여: 선행 연구 데이터를 활용하더라도 후행 연구가 독립적인 연구 목적, 새로운 가설, 독창적인 분석 방법, 또는 의미 있는 추가적인 연구 결과를 포함하여 새로운 학문적 기여를 해야 합니다. 단순히 기존 내용을 반복하거나 확장하는 수준에 그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4. 징계 조치의 유효 기간 확인: 학회로부터 징계 조치를 받았을 경우, 징계 기간이 만료되면 해당 조치의 무효를 확인하는 소송을 제기하더라도 법률상 이익이 없다고 판단되어 각하될 수 있습니다.
5. 손해배상 청구의 어려움: 학술단체가 연구 윤리 위반 여부를 판단하는 과정에서 단순한 판단 착오가 있었다면 이를 이유로 한 손해배상 청구는 받아들여지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고의적으로 또는 객관적으로 명백히 위법한 방식으로 징계를 내렸다는 점을 입증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