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스크린 프린터 기술을 몰래 쓴 회사 손해배상 판결

원고인 중소기업 A가 피고 B와의 하도급 계약 과정에서 제공한 태양광 스크린 프린터 관련 기술정보를 피고 B가 자사 제품 개발에 유용했다고 주장하며 손해배상 및 기술 사용 금지를 청구한 사건입니다. 법원은 피고 B가 원고의 특정 매뉴얼 첨부도면에 담긴 기술정보를 유용한 사실을 인정하여 10억 원의 손해배상과 해당 정보의 공개 금지를 명령했습니다. 그러나 피고 B의 자체 개발 노력과 원고 기술의 공지된 부분 등을 고려하여 손해배상액을 제한했으며, 피고 B의 직원 C에 대해서는 해당 기술정보의 공개 금지만 인정했고, 피고 H에 대한 청구는 기각했습니다.

관련 당사자

• 원고 주식회사 A: 태양광 제품 제조공정에 사용되는 스크린 프린터의 제조 및 판매업을 하는 중소기업
• 피고 주식회사 B: 화약, 기계장비 등을 제조 및 판매하는 대기업으로, 원고로부터 태양광 스크린 프린터 제조를 위탁한 원사업자
• 피고 C: 피고 주식회사 B 소속 직원으로, 원고의 기술정보 유용에 관여한 것으로 지목됨
• 피고 H 주식회사: 태양전지 및 태양광 발전 설비를 개발, 제조, 판매하는 회사로, 피고 B로부터 유용된 기술로 제작된 제품을 납품받아 사용한 것으로 지목됨

분쟁 상황

원고인 중소기업 A는 태양광 스크린 프린터 장치 제조판매업체로, 2011년 피고 B와 태양전지 제조의 핵심 공정인 메탈리제이션 장비 납품을 위한 기본합의 및 하도급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원고는 계약에 따라 시간당 1,400매 생산 능력의 스크린 프린터(모델명 K)를 제작하여 피고 B 아산 공장에 납품하고, 피고 B의 요구에 따라 설비제안서, 승인용 도면, 매뉴얼 및 매뉴얼 첨부도면, 고성능 스크린 프린터 레이아웃 도면 등 다양한 기술 관련 자료와 구두 정보를 제공했습니다. 그러나 피고 B는 이 사건 하도급계약의 최종 현장 테스트가 계속 연기되는 동안, 2014년경 태양광 스크린 프린터의 기술 내재화 및 국산화를 추진하며 자체 개발을 결정했습니다. 피고 B는 원고와의 협업 과정에서 취득한 기술정보를 활용하여 2015년 말경 시간당 4,000매 생산 가능한 스크린 프린터(모델명 AJ)를 자체 개발하여 피고 H 등에 납품했습니다. 이에 원고는 피고 B가 구 하도급법상의 기술자료 유용 및 구 부정경쟁방지법상의 영업비밀 침해 또는 부정경쟁행위를 저질렀다고 주장하며 손해배상과 기술 사용 및 공개 금지, 제품 폐기를 청구했습니다. 피고 B는 원고가 제공한 자료들이 기술자료나 영업비밀에 해당하지 않으며, 이를 이용한 사실도 없다고 다퉜습니다.

핵심 쟁점

1. 원고가 피고 B에 제공한 스크린 프린터 관련 자료(매뉴얼, 도면, 구두 정보 등)가 구 하도급법상 '기술자료' 또는 구 부정경쟁방지법상 '영업비밀'에 해당하는지 여부.
2. 피고 B가 원고의 기술자료 또는 영업비밀을 무단으로 유용하여 자사 제품 개발에 사용했는지 여부.
3. 피고 B의 기술자료 유용행위가 인정될 경우, 원고에게 발생한 손해액의 구체적인 범위와 구 하도급법상 징벌적 손해배상(손해액의 3배 이내) 적용 여부.
4. 피고 B 소속 직원 C와 피고 B로부터 제품을 납품받은 피고 H에게도 공동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되는지 여부.
5. 구 하도급법 및 구 부정경쟁방지법에 근거한 기술자료 사용 및 공개 금지, 피고 제품 폐기 등의 금지청구권이 인정되는지 여부.

법원의 판단

▶ 피고 주식회사 B:

• 원고의 이 사건 매뉴얼 첨부도면 중 '[별지1] 목록 제2항 기재 기술정보'를 구 하도급법상 기술자료로 인정하고, 이를 유용한 피고 B에게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했습니다.
• 손해액은 변론 전체의 취지와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5억 원으로 산정했으며, 구 하도급법 제35조 제2항에 따라 징벌적 손해배상으로 그 3배인 10억 원을 원고에게 지급하라고 명령했습니다.
• 해당 10억 원에 대해 2018년 6월 19일부터 2021년 12월 23일까지 연 5%,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했습니다.
• 원고가 제공한 이 사건 매뉴얼 본문 및 첨부도면 중 [별지1] 목록 제1의 가항, 제2항 기재 각 정보를 제3자에게 공개해서는 안 된다는 금지 명령을 내렸습니다.
• 그 외 피고 B에 대한 나머지 주위적 청구(기술자료 사용 금지, 제품 폐기 등)와 나머지 예비적 청구는 기각했습니다. 이는 시간이 지나 피고 B가 공지된 기술과 역설계 등으로 해당 기술정보를 자체 보유하게 되었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 피고 C:

• 피고 C는 원고의 이 사건 매뉴얼 본문 및 첨부도면 중 [별지1] 목록 제1의 가항, 제2항 기재 각 정보를 제3자에게 공개해서는 안 된다는 금지 명령을 받았습니다.
• 피고 B의 기술자료 유용행위에 구체적으로 개입했다고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원고의 손해배상 청구는 기각되었습니다.
• 그 외 피고 C에 대한 나머지 주위적 청구와 예비적 청구도 모두 기각되었습니다.

▶ 피고 H 주식회사:

• 피고 H에 대한 원고의 모든 항소 및 확장 청구는 기각되었습니다. 피고 H이 유용된 영업비밀을 보유하고 있다는 증거가 없고, 피고 B가 해당 기술정보를 자신의 기술정보로 보유하게 되었다는 점 등이 고려되었습니다.

▶ 소송비용:

• 원고와 피고 주식회사 B, C 사이에 생긴 소송 총비용 중 80%는 원고가, 나머지는 위 피고들이 각 부담하며, 원고와 피고 H 주식회사 사이에 생긴 항소비용(청구확장으로 인하여 생긴 비용 포함)은 원고가 부담합니다.

결론

본 판결은 원사업자가 수급사업자로부터 취득한 기술자료를 목적 외로 유용할 경우, 손해배상 책임을 지며 징벌적 손해배상이 적용될 수 있음을 명확히 했습니다. 특히, 기술정보의 공개 금지 의무는 유지되나, 시간이 지나 공지된 기술과 역설계 등으로 해당 기술정보를 자체 보유할 수 있게 되었다고 판단될 경우, 사용 금지 청구는 기각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는 하도급 거래에서 중소기업의 기술을 보호하려는 취지를 반영하면서도, 기술정보의 '비밀성' 유지와 피고의 독자적 개발 노력에 대한 판단을 균형 있게 고려한 결과입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1. 구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구 하도급법) 제2조 제1항, 제2항, 제3항, 제15항: '하도급거래', '원사업자', '수급사업자', '기술자료'의 정의를 규정합니다. 본 사건에서 원고와 피고 B 사이의 거래는 중소기업인 원고가 중소기업이 아닌 피고 B로부터 제조를 위탁받은 경우이므로 구 하도급법이 적용되었습니다. '기술자료'는 '상당한 노력에 의하여 비밀로 유지된 제조·수리·시공 또는 용역 수행 방법에 관한 자료, 그 밖에 영업활동에 유용하고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것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자료'로 정의되며, 법원은 매뉴얼 본문과 특정 첨부도면이 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2. 구 하도급법 제12조의3 제3항: '원사업자는 취득한 기술자료를 자기 또는 제3자를 위하여 유용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여 기술자료 유용행위를 금지합니다. 법원은 피고 B가 원고의 매뉴얼 첨부도면을 목적에 반하여 피고 제품 개발에 유용한 것을 인정했습니다.
3. 구 하도급법 제35조 제2항, 제3항, 제4항: 기술자료 유용으로 손해를 입은 자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규정하며, 손해액의 3배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배상책임을 지도록 하는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포함합니다. 또한 법원이 배상액을 정할 때 고려할 사항들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법원은 이 규정에 따라 원고의 실제 손해액 5억 원을 인정하고 3배인 10억 원을 피고 B에게 배상하도록 명령했습니다. 또한 독점규제법 제56조의2 및 제57조를 준용하여 손해액 증명이 어려운 경우 법원이 상당한 손해액을 인정할 수 있도록 합니다.
4. 구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구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2호: '영업비밀'을 '공공연히 알려져 있지 아니하고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것으로서, 비밀로 관리된 생산방법, 판매방법, 그 밖에 영업활동에 유용한 기술상 또는 경영상의 정보'로 정의합니다. 법원은 이 사건 매뉴얼 본문과 특정 첨부도면이 영업비밀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5. 구 부정경쟁방지법 제10조: 영업비밀 침해 행위에 대한 금지 또는 예방 청구권을 규정합니다. 법원은 피고 B, C에 대해 영업비밀의 공개 금지를 명령했습니다.
6. 구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차)목: '타인의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 등을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영업을 위하여 무단으로 사용함으로써 타인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를 부정경쟁행위로 규정합니다. 법원은 이 사건에서 원고의 스크린 프린터 제품 자체는 성과물에 해당하나, 피고 B의 일련의 행위가 이를 침해한 것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7. 민사소송법 제252조 제1항: 청구의 변경 요건을 규정하며, 청구의 기초에 변경이 없고 소송절차를 현저히 지연하지 않는 한 사실심의 변론종결 시까지 청구 변경이 가능하다고 명시합니다. 본 사건에서 원고의 청구확장이 적법하다고 판단되었습니다.
8.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독점규제법) 제57조: 손해액 증명이 곤란한 경우 법원이 변론 전체의 취지와 증거조사 결과에 기초하여 상당한 손해액을 인정할 수 있다고 규정합니다. 본 사건에서 구 하도급법 제35조 제4항에 의해 준용되어 실제 손해액 산정에 활용되었습니다.

참고 사항

1. 기술자료 및 영업비밀 관리 철저: 하도급 계약이나 협력 관계에서 기술자료를 제공할 때는 반드시 비밀유지약정(NDA)을 체결하고, 모든 자료에 '대외비' 또는 '영업비밀' 등 비밀임을 명확히 표시하여 비밀성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객관적으로 입증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합니다.
2. 계약서에 기술 유용 방지 및 책임 명시: 하도급 계약 시, 원사업자가 수급사업자의 기술자료를 유용하지 못하도록 명확한 조항을 포함하고, 유용 시의 책임과 배상 범위 등을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합니다. 특히 취득 목적 외 사용 금지 및 사용 범위 제한을 명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3. 정기적인 기술정보 유출 방지 교육: 직원들에게 기술정보의 중요성과 외부 유출 방지, 부정경쟁행위의 위험성 등에 대한 교육을 정기적으로 실시하여 경각심을 높여야 합니다.
4. 기술정보 제공 기록 유지: 어떤 기술정보를 언제, 누구에게, 어떤 목적으로 제공했는지에 대한 기록을 철저히 남겨야 합니다. 이는 분쟁 발생 시 중요한 증거자료가 됩니다.
5. 피해 입증 자료 확보: 기술 유용으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경우, 피해액을 직접적으로 입증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으므로, 매출 감소, 개발 비용, 시장 점유율 변화 등 간접적인 손해를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꾸준히 확보하고 관리해야 합니다. 본 사례에서는 법원이 손해액 산정이 어렵다고 판단하여 재량으로 손해액을 정했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6. 금지 청구의 한계 인식: 영업비밀 침해의 경우 특정 시점이 지나면 공지된 기술과 역설계를 통해 피고가 해당 기술정보를 자체 보유할 수 있게 되었다고 판단될 수 있으므로, 기술 사용 금지 청구는 한계가 있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분쟁 발생 시 신속한 법적 조치가 중요합니다. 다만, 제3자 공개 금지 의무는 더 오래 유지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