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구 건설교통부의 행정지도 이후 소액채권 시장에서 A 주식회사를 포함한 여러 증권사들이 신고수익률을 합의하여 결정하고 제출한 행위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시정명령과 과징금 납부명령을 내렸습니다. A 주식회사는 이러한 명령에 불복하여 소송을 제기하며, 2008년 11월 이전 공동행위는 행정지도에 따른 것이므로 경쟁 제한성이나 부당성이 없었고, 2008년 11월 이후 공동행위에서는 자신은 참여하지 않았으며, 소액채권 시장은 구조적으로 경쟁이 부재한 시장이므로 공정거래법 적용 대상이 아니며, 과징금 부과는 재량권 남용에 해당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A 주식회사의 모든 주장을 기각하고 공정거래위원회의 처분이 정당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사건은 2004년 4월 구 건설교통부가 소액채권의 유통 구조 개선 및 국민 부담 경감을 위해 실물 발행제를 등록 발행제로 변경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당시 구 건설교통부는 매도대행증권사들에게 제1종 국민주택채권의 수익률 스프레드를 국고채나 민평수익률 대비 10bp 내외로 축소해 줄 것을 권고했는데, 이를 계기로 A 주식회사를 포함한 매도대행 및 매수전담 증권사들이 인터넷 메신저 대화방 등을 통해 제1종 국민주택채권, 서울도시철도채권, 지방도시철도채권, 지역개발채권, 제2종 국민주택채권 등의 신고수익률을 합의하여 한국거래소 시스템에 제출하기 시작했습니다. 2008년 11월경 세계 금융위기와 함께 행정지도의 영향이 약화된 이후에도 증권사들은 계속해서 메신저 대화방을 통해 신고수익률을 협의하고 이를 통보하는 방식으로 공동행위를 지속했습니다. 이에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러한 행위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서 금지하는 부당한 공동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시정명령과 과징금을 부과했고, 이에 불복한 A 주식회사가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하면서 분쟁이 발생했습니다.
법원은 원고인 A 주식회사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고, 소송비용은 A 주식회사가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이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명령 및 과징금 납부명령이 정당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법원은 첫째, 정부의 행정지도가 있었더라도 증권사들이 공동으로 가격을 합의할 의무는 없었으며, 독자적으로 수익률을 결정할 수 있는 경쟁의 여지가 있었다고 보아 2008년 11월 이전의 공동행위에도 경쟁 제한성과 부당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했습니다. 둘째, A 주식회사가 메신저 대화방에 계속 참여하고 합의된 수익률과 큰 차이 없는 범위 내에서 수익률을 제출하는 등 공동행위에서 명시적으로 탈퇴했다고 볼 수 없으므로, 2008년 11월 이후에도 공동행위가 지속되었다고 보았습니다. 셋째, 소액채권 시장은 제도적 특성에도 불구하고 증권사들 사이에 신고수익률을 독자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경쟁의 공간이 존재했다고 보아 경쟁이 부재하다는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넷째, 공정거래위원회가 관련 형사사건의 불기소 처분 사실을 고려했더라도 이 사건 공동행위의 중대성, 위반 기간, 감시 수단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매우 중대한 위반행위'로 보고 최저 부과율 7%를 적용한 것은 재량권 일탈·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이 사건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 제19조 제1항에서 금지하는 '부당한 공동행위'에 관한 중요한 판례입니다. • 공정거래법 제19조 제1항 (부당한 공동행위의 금지): 사업자는 계약, 협정, 결의 그 밖에 어떠한 방법으로도 다른 사업자와 공동으로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할 것을 합의하거나 그러한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됩니다. 이 사건에서는 특히 제1호(가격을 결정·유지 또는 변경하는 행위)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 '합의'의 의미: 반드시 서면이나 명시적인 계약이 아니라도, 사업자들이 시장 상황에 대해 의사를 합치하고 공동으로 행동할 의도를 가지고 그에 따라 실행했다면 합의로 인정됩니다. 이 사건에서 증권사들은 인터넷 메신저 대화방을 통해 신고수익률을 논의하고 제출하는 방식으로 합의를 실행했습니다. • '경쟁제한성': 해당 공동행위가 국내 시장에서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지 여부를 판단합니다. 법원은 증권사들이 제출하는 신고수익률이 신고시장가격 결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고, 담합으로 인해 채권 매수 가격 결정에 영향을 미치거나 미칠 우려가 있는 상태를 초래하여 경쟁을 감소시켰다고 보았습니다. • '부당성': 경쟁 제한 효과와 경제 전반의 효율성 증대 효과를 비교하여 경쟁 제한 효과가 더 크다고 판단될 때 부당성이 인정됩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담합이 채권 매수가격을 낮춰 증권사들에게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하게 하고, 퇴출 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얻게 하는 등 경쟁제한효과가 국민후생 증대나 효율성 향상을 넘어섰다고 판단했습니다. • 공동행위의 종료 시점 및 탈퇴: 부당한 공동행위가 종료하려면 합의에 참여한 사업자가 다른 사업자들에게 합의에서 탈퇴했음을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알리고, 독자적인 판단에 따라 담합이 없었더라면 존재했을 가격 수준으로 인하하는 등 합의에 반하는 행위를 해야 합니다. 단순히 합의된 내용과 다른 행동을 일부 하거나 내부적인 불만을 표출하는 것만으로는 탈퇴로 인정되지 않습니다. • 공정거래위원회의 과징금 부과 재량: 공정거래위원회는 공정거래법 제6조, 제17조, 제22조, 제24조의2, 제31조의2, 제34조의2 등 관련 규정에 따라 법 위반 행위에 대해 과징금을 부과할지 여부와 구체적인 금액을 정할 재량권을 가집니다. 다만, 이 재량권 행사가 사실 오인, 비례·평등의 원칙 위배 등 사유로 재량권을 일탈·남용하면 위법합니다. 법원은 이 사건 공동행위가 '매우 중대한 위반행위'에 해당하며 공정위가 최저 부과율 7%를 적용한 것은 재량권 일탈·남용이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 행정지도의 법적 성격: 행정지도는 행정기관이 특정 목표 달성을 위해 국민에게 협력을 요청하는 비권력적 사실행위이며, 이에 따를 의무는 없습니다. 따라서 행정지도를 명분으로 한 담합 행위는 정당화될 수 없습니다.
• 정부의 행정지도가 있더라도 위법한 공동행위는 정당화될 수 없습니다. 행정지도는 본질적으로 구속력이 없는 비권력적 행위이므로, 이를 따르기 위해 사업자들이 담합을 하는 것은 정당화되지 않습니다. 행정지도에 반드시 따라야 할 의무는 없으므로, 사업자들은 독자적인 판단에 따라 행동해야 합니다. • 담합 행위에서 벗어나려면 명확한 의사표시와 합의에 반하는 행동이 필요합니다. 단순히 합의된 내용과 약간 다른 가격이나 조건을 제시하거나, 내부적으로 불만을 표출하는 것만으로는 담합에서 탈퇴했다고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다른 사업자들에게 합의에서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탈퇴했음을 알리고, 독자적인 판단에 따라 합의가 없었을 때의 수준으로 가격을 인하하는 등 적극적으로 합의에 반하는 행위를 해야 합니다. • 시장의 특수성이나 구조적 요인이 경쟁 부재를 의미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특정 시장의 가격 결정 방식이나 평가 제도가 사업자들에게 특정 행동을 유도할 수 있더라도, 개별 사업자들이 독자적인 판단으로 경쟁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면 경쟁이 존재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유사한 해외 사례가 있더라도 국내 법 적용 시 반드시 따르는 것은 아닙니다. • 과징금 부과에서 검찰의 불기소 처분은 법원의 판단을 뒤집는 절대적인 근거가 되지 않습니다. 행정소송에서 법원은 독자적으로 증거를 평가하고 사실관계를 판단할 수 있으므로, 형사 사건에서의 판단과 다를 수 있습니다. • 공동행위의 '중대성' 판단은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합니다. 위반 행위의 내용(가격 합의 등), 경제적 효과(피해 발생 여부, 사업자 이익), 참가 사업자의 수, 위반 기간, 합의 이행을 위한 감시 수단의 존재 여부 등 다양한 요소를 통해 중대성이 판단되며, 이에 따라 과징금 부과율이 결정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