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정
고속도로 건설 공사 계약을 체결했던 A 주식회사가 부도 발생 후 회생절차를 진행하던 중, 법률상 관리인이 법원의 허가를 받아 계약을 해지했습니다. 이에 한국도로공사는 A 주식회사가 '정당한 사유 없이 계약을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6개월간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회생절차 개시로 인한 계약 해지는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것으로 보아, 한국도로공사의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이 위법하다고 판단하고 이를 취소했습니다.
원고인 A 주식회사는 2007년 8월 8일 피고인 한국도로공사와 고속국도 건설 공사 도급계약을 체결했습니다. 그러나 2012년 4월 30일 부도가 발생하여 5월 10일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부터 회생절차 개시 결정을 받았습니다. A 주식회사의 법률상 관리인은 2012년 8월 24일경 법원에 이 계약을 유지할 경우 자금 사정이 악화될 것이라는 이유로 계약 해지 허가를 신청하여 승인받았고, 8월 30일경 한국도로공사에 계약 해지를 통보했습니다. 이에 한국도로공사는 2012년 10월 26일 '정당한 사유 없이 계약불이행(시공포기)'을 이유로 6개월간(2012년 11월 2일부터 2013년 5월 1일까지) 부정당업자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을 내렸고, A 주식회사는 이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회생절차 중 법원의 허가를 받아 이루어진 계약 해지가 공공기관이 내리는 '부정당업자'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의 정당한 사유가 되는지, 즉 '공정한 경쟁이나 계약의 적정한 이행을 해칠 것이 명백한 경우'에 해당하는지 여부입니다. 특히 상위 법령인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의 엄격한 요건과 하위 규정인 '공기업·준정부기관 계약사무규칙'의 완화된 요건 중 무엇을 기준으로 삼아야 하는지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항소심 법원은 제1심 판결을 취소하고, 피고인 한국도로공사가 원고 A 주식회사에 내린 6개월간의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을 취소했습니다. 소송에 관련된 모든 비용은 피고가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법원은 회생절차 개시 당시 채무이행이 완료되지 않은 쌍무계약에 대해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에 따라 관리인이 법원의 허가를 얻어 계약을 해지하는 것은, 회생회사의 정리·재건을 원활하게 하고 당사자 간 형평성을 도모하기 위한 적법한 행위라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계약 해지를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이 규정한 '공정한 경쟁이나 계약의 적정한 이행을 해칠 것이 명백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하위 규정인 '공기업·준정부기관 계약사무규칙'이 상위 법령의 위임 없이 처분 요건을 완화하여 정한 것은 행정기관 내부의 사무처리 준칙에 불과하므로, 처분의 적법성은 상위 법령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명확히 했습니다. 결론적으로, A 주식회사의 계약 해지는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것으로 인정되어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결했습니다.
이 사건은 주로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과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의 해석을 다룹니다.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119조 제1항: 이 법률은 회생절차가 개시되었을 때 이행이 완료되지 않은 쌍무계약에 대해 회생회사의 관리인이 계약의 해지 또는 이행을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합니다. 이는 회생회사가 부실 상태에서 벗어나 사업을 정리하고 재건하는 것을 돕고, 계약 당사자들 간의 형평성을 고려하기 위한 것입니다. 본 사례에서 A 주식회사의 관리인은 법원의 허가를 받아 계약을 해지했으며, 이는 이 법률에 따른 적법한 권리 행사로 인정되었습니다.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제39조 제2항: 이 법률은 공공기관이 '공정한 경쟁이나 계약의 적정한 이행을 해칠 것이 명백하다고 판단되는' 사람, 법인 또는 단체 등에 대해 2년의 범위 내에서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할 수 있다고 규정합니다. 이 조항은 부정당업자 제재의 요건을 비교적 엄격하게 정하고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한국도로공사는 이 조항을 근거로 A 주식회사에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을 내렸으나, 법원은 회생절차 중 관리인의 계약 해지가 '공정한 경쟁이나 계약의 적정한 이행을 명백히 해치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처분을 취소했습니다.
법규명령과 행정규칙의 구별 원칙: 법원에서는 법령에서 위임한 범위를 벗어나 상위 법령의 처분 요건을 변경하거나 완화하여 정한 시행규칙 등 부령의 규정은 행정기관 내부의 사무처리 기준인 행정규칙에 불과하며, 국민에 대한 대외적 구속력이 없다고 판단합니다. 따라서 특정 행정처분의 적법성 여부는 국민에 대해 구속력을 가지는 상위 법률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본 판결에서는 한국도로공사가 처분 근거로 삼았던 '공기업·준정부기관 계약사무규칙'이 상위 법률인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보다 입찰참가자격 제한 요건을 완화하여 규정하고 있으므로, 이는 행정기관 내부의 사무처리 준칙에 불과하며 처분의 적법성 판단 기준이 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회생절차를 밟는 기업의 경우, 법원의 허가를 얻어 계약을 해지하거나 이행을 거부하는 것은 법률에 따른 정당한 권리 행사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공공기관이나 정부 기관과의 계약 관계에서 회생절차를 이유로 계약 불이행이 발생하더라도, 단순히 계약을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부정당업자 제재를 받는 것은 아닐 수 있습니다. 공공기관이 입찰참가자격 제한과 같은 행정처분을 내릴 때에는 상위 법령의 엄격한 요건('공정한 경쟁이나 계약의 적정한 이행을 해칠 것이 명백할 것' 등)을 충족하는지 신중하게 판단해야 합니다. 내부 규정이나 시행규칙이 상위 법령보다 처분 요건을 완화했다면, 이는 대외적인 구속력을 가지지 못하는 내부 지침으로 간주될 수 있으므로, 처분의 적법성 판단의 기준이 되지 못합니다. 회생절차 제도의 목적이 기업의 재건을 돕는 것임을 고려할 때, 회생기업에 대한 제재는 더욱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