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해배상 · 의료
망인 K은 흉통을 호소하며 여러 병원을 방문하였고, L병원에서 심근효소 상승 및 좌심방 이상 소견을, E병원에서는 심근 부위 이상 진단을 받았으나 심근염 확진 없이 G병원으로 전원 권유를 받았습니다. 이후 G병원에서 입원 치료 중 호흡곤란, 경련, 심정지 등 증세를 겪다 사망하였습니다. 망인의 부모인 원고들은 E병원 및 G병원 의료진이 심근염에 대한 주의의무 및 설명의무를 위반하여 망인이 사망하였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하였으나, 법원은 피고 병원 의료진의 과실 및 사망과의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였습니다.
망인 K은 2008년 8월 11일 가슴 통증으로 L병원을 방문하여 심근 효소 상승 등의 이상 소견을 들었으나 귀가하였습니다. 이후 상태 악화로 E병원 응급실을 방문하여 심근 부위 이상 진단과 함께 G병원 등 상급 병원 진료를 권유받았습니다. 망인은 집에서 저녁 식사 후 G병원 응급실에 입원하였고, 다음날 저산소증, 전신 강직성 경련, 일시적 심정지 등을 겪었으며, 중환자실로 옮겨진 후 2008년 8월 13일 최종 사망하였습니다. 망인의 사망진단서에는 '심정지', '패혈증 의증', '심근염 의증', '급성호흡기부전 의증'이 사인으로 기재되어 있었습니다. 이에 망인의 부모인 원고들은 피고 병원 의료진의 부적절한 진단과 치료, 설명의무 위반으로 망인이 사망에 이르렀다고 주장하며 피고들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였습니다.
E병원 및 G병원 의료진이 망인의 심근염 진단과 치료 과정에서 의료상 주의의무를 위반하였는지 여부, 의료진의 설명의무 위반이 있었는지 여부, 그리고 이러한 의무 위반과 망인의 사망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존재하는지 여부가 주요 쟁점이었습니다.
법원은 원고들의 피고들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모두 기각하고,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하도록 판결하였습니다.
법원은 E병원 및 G병원 의료진 모두 망인에 대한 진단 및 치료 과정에서 의료상 과실을 인정하기 어렵고, 설명의무 또는 요양보호의무 위반으로 망인의 자기결정권이 침해되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따라서 원고들의 청구는 모두 이유 없어 기각되었습니다.
이 사건은 의료상 과실로 인한 불법행위 또는 채무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이므로 민법의 일반 원칙과 대법원 판례를 통해 형성된 의료과실 법리가 적용됩니다.
의료상 과실 인정의 법리 (대법원 2013. 1. 24. 선고 2011다26964 판결 등): 의료인이 진료 과정에서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하여 환자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를 의료상 과실이라고 합니다. 과실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의료인이 특정 검사를 실시했다면 환자의 상해를 예견할 수 있었음에도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검사 의무를 게을리했는지(예견가능성), 그리고 의료인이 주의의무를 다했더라면 환자의 상해를 피할 수 있었는지(회피가능성)가 모두 인정되어야 합니다. 이때 의료수준은 의료행위 당시 임상의학 분야에서 실천되고, 통상의 의사에게 일반적으로 알려지고 시인되는 것을 기준으로 하며, 진료 환경 및 조건, 의료행위의 특수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규범적으로 판단됩니다.
의료행위상 주의의무 위반과 손해발생 사이의 인과관계 (대법원 2019. 2. 14. 선고 2017다203763 판결 등): 의료과실로 인한 불법행위 책임을 인정하려면 의사의 주의의무 위반과 환자의 손해 발생 사이에 인과관계가 존재해야 합니다. 피해자가 의학적으로 완벽하게 인과관계를 증명할 필요는 없지만, 의사의 과실로 인해 결과가 발생했을 것이라는 추정할 정도의 개연성이 담보되어야 합니다. 단순히 중대한 결과가 발생했다는 이유만으로 의사의 과실과 인과관계를 막연히 추정하여 의사에게 무과실의 증명 책임을 지우는 것은 허용되지 않습니다.
설명의무 위반: 의사는 환자에게 진료의 과정, 예상되는 결과, 발생 가능한 위험 등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고 동의를 얻을 의무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의료진의 설명의무 위반과 망인의 사망이라는 결과 발생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의료사고 관련 소송에서 의료인의 과실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의료인이 어떠한 검사를 했더라면 상해를 예견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게을리 했다는 점(예견가능성)과 주의의무를 다했더라면 상해를 피할 수 있었다는 점(회피가능성)이 모두 입증되어야 합니다. 또한, 의료인의 과실과 환자의 사망 등 중대한 결과 사이에 의학적으로 완벽한 인과관계 증명이 어렵더라도, 결과를 초래할 개연성이 충분히 담보되어야 합니다. 이 사례에서와 같이 환자가 급성 심근염과 같은 심각한 질환으로 의심될 경우, 적절한 검사, 신속한 상급 병원 전원 조치 및 응급 치료가 중요하지만, 당시 의료기관의 규모와 진료 환경, 그리고 의료기술 수준(예: 에크모 장비 유무)도 과실 판단에 영향을 미칩니다. 환자가 상급 병원 전원 권고를 받았음에도 곧바로 이송되지 않고 귀가하여 시간을 지체한 경우, 의료진의 책임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의식이 있는 환자에게 기관 삽관과 같은 침습적 시술을 즉시 시행하지 않은 것이 항상 과실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며, 임상적 판단이 존중되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