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원 대포통장 유통 공모 혐의 무죄 판결

피고인 A는 조직폭력배 소속으로, C, D 등과 공모하여 불법 도박사이트 운영자에게 판매할 법인 명의의 대포통장 13개를 개설하고 양도한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핵심 증거인 공범 C의 진술조서에 대해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았고, 다른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의 범죄 가담 사실을 합리적인 의심 없이 증명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하여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관련 당사자

• 피고인 A: 부산 소재 조직폭력배 B파 소속 조직원으로 지목되었으며, 대포통장 유통 공모 혐의로 기소되었으나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 공범 C: 피고인 A에게 대포통장 유통을 제안하고 함께 범행을 계획한 인물로, 이미 유죄 판결이 확정되었습니다. 이 사건에서 핵심적인 진술조서를 남겼으나 증인으로 출석하지 못했습니다.
• 공범 D: C과 함께 법인을 설립하고 대포통장을 개설하여 유통한 인물로, 이 사건 공소사실과 같은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로 이미 유죄 판결이 확정되었습니다.
• 증인 E: 피고인 A와 C의 대화 내용을 들었으며, C으로부터 피고인의 범행 가담 사실을 전해 들었다고 진술한 인물입니다.
• 성명불상 불법 인터넷 도박 사이트 운영자: 대포통장을 양수받아 사용한 인물들입니다.

분쟁 상황

피고인 A는 부산 지역 조직폭력배의 조직원으로 지목되며, 2017년 9월 중순경부터 2017년 12월 20일경까지 공범 C, D 등과 공모하여 '유한회사 F', '주식회사 I' 명의의 법인 계좌 총 13개와 이에 연결된 통장, 현금카드 등의 접근매체를 불법 인터넷 도박 사이트 운영자에게 양도한 혐의를 받았습니다. 이는 전자금융거래법을 위반한 행위로, 피고인 A는 범행 제안 및 통장 유통에 관여한 것으로 공소사실에 명시되었습니다. 피고인은 이러한 공소사실을 일관되게 부인했습니다.

핵심 쟁점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피고인에게 대포통장 유통 혐의를 입증할 수 있는 증거, 특히 공범 C의 검찰 진술조서가 형사소송법상 증거능력을 갖추었는지 여부였습니다. C이 공판정 출석이 불가능한 '소재불명' 상태였으므로, 그의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에서 행하여졌는지'가 중요하게 다루어졌습니다. 또한 검사가 피고인의 공모 사실을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했는지도 쟁점이었습니다.

법원의 판단

법원은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주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1. C의 진술조서 증거능력 불인정: C이 소재불명으로 공판정에 출석하여 반대신문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었으나, C의 검찰 진술조서 내용이 피고인의 일관된 부인, 다른 증인 D의 진술 불일치, 증인 E의 전문(傳聞) 진술 의존성, C 본인의 일관되지 않은 진술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할 때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에서 행하여졌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형사소송법 제314조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증거능력이 없다고 보았습니다.
2. 증거 부족: C의 진술조서를 제외한 나머지 증거들(E의 진술, D와 O의 접견 녹취서 등)만으로는 피고인이 C, D 등과 공모하여 대포통장을 양도했다는 공소사실을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접견 녹취서 내용이 의심을 들게 하기는 하나, 다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형사재판에서 유죄의 증명책임은 검사에게 있으며,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엄격한 증거가 필요하다는 원칙을 적용했습니다.

결론

피고인 A는 대포통장 유통 공모 혐의로 기소되었으나, 핵심 증거의 증거능력이 부정되고 나머지 증거만으로는 혐의를 입증하기 어렵다는 법원의 판단에 따라 최종적으로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1. 형사소송법 제314조 (특신상태에서의 진술의 증거능력): 이 조항은 공판정에서 진술할 수 없는 자(사망, 질병, 소재불명 등)의 진술조서나 진술서가 예외적으로 증거능력을 가질 수 있는 요건을 규정합니다. 핵심은 그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 하에서 행하여졌음이 증명된 때'입니다. 법원은 이 사건에서 C이 소재불명 상태였음을 인정했으나, 그의 검찰 진술조서가 '허위개입의 여지가 거의 없고, 그 진술내용의 신빙성이나 임의성을 담보할 구체적이고 외부적인 정황이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확실히 증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하여 증거능력을 부정했습니다. 이는 형사소송법이 직접심리주의와 반대신문권 보장을 원칙으로 하므로, 이 조항이 중대한 예외를 인정하는 것이기에 엄격한 증명 요구된다는 대법원 판례의 입장(대법원 2014. 2. 21. 선고 2013도12652 판결 등)을 따른 것입니다.
2.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4항 (피고인 아닌 자의 진술을 기재한 조서의 증거능력): 검사가 피고인이 아닌 다른 사람의 진술을 기록한 조서(이 경우 C에 대한 검찰 진술조서)는 피고인이 증거 사용에 동의하지 않는 경우, ① 적법한 절차와 방식으로 작성되고 ② 원진술자가 검사 앞에서 진술한 내용과 동일하게 기재되었음이 증명되며 ③ 피고인 또는 변호인이 원진술자를 신문할 수 있었고 ④ 그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에서 행하여졌음이 증명되어야 증거능력이 인정됩니다. 이 사건에서는 ④ 요건이 충족되지 않아 증거능력이 부정되었습니다.
3. 형사소송법 제316조 제2항 (전문진술의 증거능력): 이 조항은 피고인 아닌 타인이 공판정 외에서 한 진술이 전문(傳聞)진술로 법정에 보고될 때, 그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에서 행하여졌음이 증명된 때에 한하여 증거로 사용될 수 있음을 규정합니다. E과 D의 진술 중 "C으로부터 피고인이 접근매체 양도 범행에 가담하였음을 들었다"는 부분은 전문진술에 해당하며, 법원은 이 역시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임이 증명되지 않았다고 보아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4.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 (무죄 판결): 법원은 '피고인의 공소사실이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는 무죄를 선고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 검사가 제출한 모든 증거를 종합해 보았을 때, 피고인이 대포통장 유통 범행에 가담했다는 사실이 합리적인 의심 없이 증명되지 않았으므로 이 조항에 따라 무죄가 선고되었습니다.
5. 증명책임 및 합리적 의심의 원칙: 형사재판에서 범죄 사실에 대한 증명 책임은 검사에게 있으며, 유죄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의 확신'을 가지게 하는 엄격한 증거가 필요합니다(대법원 2011. 4. 28. 선고 2010도14487 판결 등). 피고인의 변명이 석연치 않더라도 검사의 입증이 불충분하면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판단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검사의 입증이 이 기준에 미치지 못했다고 보았습니다.
6.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공소사실 자체는 '접근매체를 양도하거나 양수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에 해당합니다.

참고 사항

1. 증거능력의 중요성: 형사재판에서는 제출된 증거가 법이 정한 엄격한 요건을 갖추어야만 '증거능력'이 인정되고, 이를 바탕으로 유죄 여부를 판단합니다. 아무리 유력해 보이는 증거라도 절차와 요건을 갖추지 못하면 증거로 사용될 수 없습니다.
2. 전문증거의 제한: 타인의 진술을 전달하는 '전문증거'(예: 누가 무엇이라고 말한 것을 들었다는 내용)는 그 자체로 신뢰성에 의심이 있을 수 있어, 법정에서 직접 진술자가 나와 반대신문을 통해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진술자가 법정에 나올 수 없는 특별한 상황에서도 그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에서 이루어졌음이 철저히 증명되어야만 예외적으로 증거능력이 인정됩니다.
3. 공모 혐의 입증의 어려움: 여러 사람이 함께 범죄를 저지른 '공모' 혐의는 그 특성상 직접적인 증거가 부족한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는 간접적인 정황 증거들을 종합하여 판단하게 되지만, 법원은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수 있을 정도의 높은 증명력을 요구합니다. 단순히 만났다는 사실이나, 의심스러운 대화 내용만으로는 혐의를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4. 피고인의 방어권: 피고인은 자신에게 불리한 증거에 대해 적극적으로 이의를 제기하고 반박할 권리(반대신문권 등)가 있습니다. 이는 공정한 재판을 위한 중요한 절차입니다.
5. 검사의 증명 책임: 형사재판에서 피고인이 유죄임을 증명할 책임은 전적으로 검사에게 있습니다. 피고인의 진술이 다소 모순되거나 의심스럽더라도, 검사가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유죄를 증명하지 못하면 피고인은 무죄로 판단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