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
피고인은 대출을 받기 위해 금융기관 직원을 사칭한 불상자에게 자신의 농협은행 계좌번호, 인터넷뱅킹 아이디, OTP 번호 등 접근매체를 전달했습니다. 검찰은 이를 대가를 약속하고 접근매체를 대여한 행위로 보아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으나 법원은 피고인이 대출 절차의 일환으로 기망당하여 접근매체를 교부했을 개연성이 충분하며, 접근매체 대여의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피고인 B는 2024년 3월 15일 문자 광고를 통해 알게 된 성명불상자 'E'로부터 '계좌번호, 인터넷뱅킹 아이디, 비밀번호, OTP 번호 등을 알려주면 대출을 해주겠다'는 제안을 받았습니다. 이에 피고인은 자신의 농협은행 계좌 사본, 인터넷뱅킹 아이디를 카카오톡으로 전달했고 3월 19일에는 OTP 번호까지 알려주었습니다. 이후 피고인 명의의 계좌가 사기 범행에 사용되어 지급정지되자, 피고인은 'E'에게 해결을 요청했으나 이로 인해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피고인은 금융기관 직원을 사칭한 불상자에게 속아 대출 절차의 일부로 접근매체를 교부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피고인이 '대출'이라는 무형의 기대이익을 대가로 약속하면서 자신의 계좌 관련 접근매체를 '대여'했는지 여부입니다. 특히, 전자금융거래법상 접근매체 대여에 있어 대가성 인식과 고의가 있었는지, 혹은 대출 절차의 일환으로 속아 접근매체를 제공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한 판단이 중요했습니다.
피고인은 무죄로 선고되었습니다.
법원은 피고인이 이전까지 보이스피싱 관련 범행에 연루된 전력이 없으며, 성명불상자의 기망으로 인해 대출 절차의 일부라고 믿고 접근매체를 교부했을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검찰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대출의 대가로 접근매체를 대여하려는 의도가 있었거나 그러한 인식을 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점을 들어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보아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이 사건은 '전자금융거래법' 제6조 제3항 제2호가 적용되었습니다. 이 법 조항은 누구든지 대가를 주고받거나 요구 또는 약속하면서 접근매체를 대여하거나 보관, 전달, 유통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접근매체의 대여'는 다른 사람이 일시적으로 접근매체 이용자의 관리 감독 없이 전자금융거래를 할 수 있도록 빌려주는 행위를 의미하며, '대가'는 접근매체 대여에 대한 경제적 이익을 말합니다. 법원은 접근매체를 대여하는 사람이 이러한 대가를 수수·요구 또는 약속하면서 접근매체를 대여한다는 *인식(고의)*이 있어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즉, 단순히 정보를 제공했다고 해서 무조건 유죄가 되는 것이 아니라, 대가성을 인식하고 대여하려는 의도가 있었는지가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됩니다. 이 사건에서는 피고인의 주장을 받아들여 대가성 인식 및 대여의 고의를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보았고,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대출을 받기 위해 어떠한 경우에도 본인의 은행 계좌번호, 인터넷뱅킹 아이디 및 비밀번호, OTP 번호 등 금융 관련 정보를 타인에게 알려주거나 넘겨주어서는 안 됩니다. 특히 문자 메시지나 카카오톡 등 비공식적인 경로로 대출을 제안하며 위와 같은 민감한 정보를 요구하는 경우는 보이스피싱 또는 사기 범죄와 연관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실제 금융기관은 대출 심사 시 고객의 계좌 비밀번호나 OTP 번호 등을 직접 요구하지 않으며, 이체나 송금을 요청하지도 않습니다. 대출이 필요하다면 반드시 인가받은 제도권 금융기관에 직접 방문하거나 공식적인 웹사이트, 앱을 통해 확인하고 절차를 진행해야 합니다. 본인의 의도와 달리 보이스피싱 등 범죄에 연루되어 피해자가 될 수도, 피의자가 될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합니다. 만약 이와 유사한 상황에 처했다면 즉시 경찰이나 금융감독원에 신고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