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타 금전문제 · 노동
이 사건은 이주단지 조성을 추진하던 사단법인이 설계 및 감리 업무를 맡은 회사 대표에게 용역비 미지급을 이유로 소송을 당하고, 이에 반소로 용역 계약 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입니다.
법원은 설계 용역 계약을 도급과 위임이 혼합된 계약으로 보고, 계약 해지 시점까지 원고가 수행한 업무의 기성고(80%)에 따라 용역대금 76,400,000원을 지급할 의무가 피고에게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공사 감리 계약에 따른 용역대금 4,200,000원과 불법 형질변경에 대한 원상복구 설계 및 측량 용역대금 2,800,000원도 인정했습니다.
반면 피고가 주장한 원고의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주택건설사업계획 승인 실패 책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원고가 사업승인 완료까지 책임질 의무가 없으며, 오히려 피고의 불법 형질변경 등으로 사업이 지연된 정황이 있다는 점이 인정되었기 때문입니다.
결과적으로 피고는 원고에게 총 83,400,000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내려졌고, 피고의 반소 청구는 기각되었습니다.
피고는 이주단지 조성을 위해 원고와 2015년 1차 토목설계용역, 2016년 단독주택 15개동 공사감리, 2017년 추가 지구단위계획 용역(2차 토목설계용역) 계약을 차례로 체결했습니다.
원고는 각 계약에 따라 설계도서 작성 및 인허가 관련 서류를 제공하고 관할 관청의 보완 지시에 대응하는 업무를 수행했습니다. 그러나 기장군청은 지구단위계획 포함 문제, 그리고 피고가 관할 관청의 허가 없이 임의로 토지 형질을 변경하여 옹벽 등을 설치한 문제로 인해 주택건설사업계획 승인을 거부하거나 원상복구를 지시했습니다.
원고는 이러한 보완 지시에도 성실히 응하여 원상복구 설계 및 측량 완료서를 제출하는 등 업무를 진행했습니다. 하지만 피고는 2018년 7월 5일 원고가 계약기간을 위반하고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며 1차 용역계약을 해지 통보했습니다.
이에 원고는 자신이 수행한 설계, 감리, 원상복구 용역 업무의 대금 총 97,025,000원 및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청구하는 본소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피고는 원고가 주택건설사업계획 승인 완료 의무를 불이행하여 사업이 지연되고 대출 이자 등 손해가 발생했다며, 기지급 용역대금 41,300,000원과 손해 182,600,150원을 합한 223,900,150원을 반환 및 배상하라는 반소를 제기했습니다.
이주단지 조성 사업과 관련된 설계 및 감리 용역계약의 법적 성격과 업무 범위 계약 해지 시 기성고에 따른 용역대금 지급 의무 및 그 범위 불법 토지 형질변경에 대한 원상복구 설계 용역 계약의 유효성 및 대금 지급 의무 원고의 주택건설사업계획 승인 실패에 대한 책임 여부
피고(반소원고)는 원고(반소피고)에게 83,400,00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2019. 6. 21.부터 2022. 12. 15.까지는 연 6%,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을 지급하라.
원고(반소피고)의 나머지 본소 청구 및 피고(반소원고)의 반소 청구는 모두 기각한다.
법원은 이 사건 설계 용역 계약이 도급과 위임이 혼합된 무명계약이며, 원고가 사업승인 완료까지의 결과에 대한 전적인 책임을 지는 것은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또한 피고의 불법 형질변경 등으로 인한 사업 지연의 책임이 인정되어, 원고가 계약 해지 시점까지 수행한 업무의 기성고 80%에 해당하는 설계 용역비, 공사 감리 용역비, 그리고 구두로 체결된 원상복구 설계 용역비를 피고가 원고에게 지급해야 한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피고의 반소 청구는 원고에게 계약 불이행의 귀책사유가 없다는 이유로 기각되었습니다.
이 판결에는 다음과 같은 법령과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1. 민법 제686조 (수임인의 보수청구권) 위임계약은 특정 사무 처리를 맡기는 계약으로, 수임인이 위임받은 사무를 처리하는 도중에 수임인의 책임 없는 사유로 위임이 종료된 때에는 수임인은 이미 처리한 사무의 비율에 따른 보수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설계 용역 계약 중 대관청 대리 이행 업무 등이 위임계약의 성격을 가진다고 보아, 원고의 책임 없는 사유로 계약이 종료되었으므로 원고가 처리한 사무에 대한 보수를 청구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2. 계약의 묵시적 해제 법리 계약의 합의 해제는 명시적인 경우뿐만 아니라 당사자 쌍방이 계약을 더 이상 실현하지 않겠다는 의사가 객관적으로 일치하는 경우에도 묵시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원고가 계약 종료를 전제로 기성고에 따른 용역대금을 청구하고 피고도 해지를 주장한 점 등을 종합하여, 설계 용역 계약 중 도급계약의 성질을 갖는 부분은 원고가 소송을 제기한 시점에 묵시적으로 해제되었다고 보았습니다.
3. 도급계약 해제 시 기성고 정산 법리 도급계약이 해제될 당시 업무가 상당한 정도로 진척되어 이를 원상회복하는 것이 사회적·경제적 손실을 초래하고 완성된 부분이 도급인에게 이익이 되는 경우, 계약은 미완성 부분에 대해서만 효력을 잃고, 수급인은 해제된 상태 그대로 목적물을 도급인에게 인도하며 도급인은 인도받은 목적물의 완성도나 기성고를 참작하여 이에 상응하는 보수를 지급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원고가 작성한 설계도서 등이 관할 관청에 제출될 정도로 완성되어 피고에게 충분히 이익이 되었다고 인정하여, 원고가 수행한 기성고 80%에 해당하는 용역대금을 피고가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4. 공사감리계약의 법적 성격 공사감리계약은 감리 대상이 되는 공사의 완성 여부나 진척 정도와는 독립된 별개의 용역을 제공하는 것을 본질적인 내용으로 하는 위임계약입니다. 이는 감리자가 공사 진행 여부와 상관없이 감리 용역 자체를 제공하면 그 대가를 받을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5.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제56조 (개발행위허가) 이 조항은 토지의 형질 변경 등 개발 행위를 할 경우 관할 관청의 허가를 받아야 함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피고가 관할 관청의 허가 없이 임의로 토지 형질을 변경한 행위는 이 법률 위반으로, 이로 인해 원상복구 명령을 받게 되었습니다. 법원은 피고의 불법 형질변경으로 인한 원상복구 지시에 따라 원고가 수행한 원상복구 설계 및 측량 업무에 대한 용역비도 인정했습니다.
이주단지 조성과 같은 대규모 복합 사업에서는 용역 계약 체결 시 다음 사항을 명확히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계약 내용 및 업무 범위 명확화: 설계, 감리, 인허가 대행 등 각 용역의 구체적인 업무 범위와 책임을 계약서에 명확히 기재해야 합니다. 특히 인허가 완료 여부에 대한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혼합 계약의 이해: 설계 용역은 단순히 도면을 그리는 도급 계약의 성격뿐 아니라, 인허가 과정에서의 행정 업무 대행, 보완 지시 대응 등 위임 계약의 성격도 가질 수 있습니다. 각 부분의 대가와 책임 분담에 대한 합의가 필요합니다.
계약 해지 및 정산 기준: 계약이 중도 해지될 경우를 대비하여 기성고(업무 진행률) 산정 방식과 그에 따른 용역비 정산 기준을 사전에 명시해야 분쟁을 줄일 수 있습니다.
구두 계약의 증거 확보: 구두로 합의된 용역 계약이라 할지라도, 실제 업무 수행 내역, 관련 문서, 통화 기록, 이메일, 문자 메시지 등을 통해 계약의 존재와 내용을 증명할 수 있는 자료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불법 행위 방지 및 대응: 사업 추진 중 관할 관청의 허가 없이 토지를 형질 변경하는 등 불법 행위를 할 경우, 사업 지연은 물론 추가적인 원상복구 명령 및 비용 발생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 발생 시 적법한 절차와 추가 용역 계약을 통해 해결해야 합니다.
사업 지연 책임 소재 명확화: 사업 지연의 원인이 사업 주체(발주처)의 귀책사유(예: 불법 행위, 민원 발생)에 있을 경우, 용역 제공자에게 그 책임을 전가할 수 없다는 점을 인지해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