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정
원고의 남편은 1979년부터 1989년까지 석면제품 공장에서 근무하며 석면에 노출되었습니다. 그는 2005년경부터 기침과 호흡곤란을 겪다가 2008년 석면으로 인한 진폐증 진단을 받았고, 2009년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사망했습니다. 사망진단서에는 선행사인의 원인 중 하나로 진폐증이 기재되었습니다. 원고는 2010년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청구했으나, 공단은 망인의 사망과 업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없다는 이유로 거부했습니다. 2013년 원고가 재차 청구하자 공단은 이미 결정된 사안이라는 이유로 다시 거부 처분을 내렸습니다. 이에 원고는 공단의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법원은 망인의 진폐증과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았고, 공단이 소송 중 당초 처분 사유와 다른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원고는 남편의 사망이 과거 석면 공장 근무로 인한 진폐증과 업무상 관련이 있다고 보아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청구했습니다. 하지만 근로복지공단은 남편의 사망과 업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지 않았고, 나중에는 이미 결정된 사안이라는 이유로 급여 지급을 거부했습니다. 이처럼 근로복지공단의 처분이 적법한지 여부를 다투기 위해 원고가 소송을 제기하게 되었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사망한 근로자의 진폐증과 사망 사이에 업무상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는지 여부와, 피고 근로복지공단이 행정소송 과정에서 당초 처분 사유와 전혀 다른 새로운 사유(소멸시효 완성)를 추가하여 주장할 수 있는지 여부였습니다. 또한, 이를 바탕으로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 거부 처분이 적법한지가 문제되었습니다.
법원은 피고 근로복지공단이 2013년 12월 9일 원고에게 내린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을 취소한다고 판결했습니다.
법원은 망인이 석면 공장에서 장기간 근무하며 석면에 노출되었고, 진폐의증 진단을 받은 점, 그리고 사망진단서에 진폐증이 선행사인의 원인으로 기재된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습니다. 비록 진폐증이 직접적인 사망 원인이 아니더라도, 폐의 방어 기능 약화와 폐렴 발생, 급격한 호흡부전, 그리고 치료 과정에서의 진균 감염 발병 및 악화에 진폐증이 기여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학적 소견을 받아들여 사망과 진폐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법원은 피고가 소송 중에 당초 처분 사유(업무상 인과관계 없음)와 전혀 다른 소멸시효 완성을 처분 사유로 추가하려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망인의 사망과 업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가 충분히 인정되므로, 이를 부정하여 유족급여 및 장의비를 지급하지 않기로 한 피고의 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이 사건과 관련하여 적용된 주요 법령 및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5조 제1호 (업무상의 재해): 이 조항은 '업무상의 재해'를 근로자가 업무상의 사유로 입은 부상, 질병, 장해 또는 사망으로 정의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망인의 진폐증과 그로 인한 사망이 업무상의 사유로 발생한 것인지가 핵심 쟁점이었습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 제1항 (업무상의 재해의 인정 기준): 근로자가 업무수행 과정에서 물리적 인자, 화학물질, 분진 등 건강에 해로운 요인에 노출되어 발생한 질병을 업무상 재해로 보며, 이때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합니다. 법원은 이 사건에서 망인이 석면 공장에서 근무하며 분진에 노출되어 진폐증이 발생했고, 이 진폐증이 사망에 간접적으로 기여했으므로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91조의10 (진폐에 따른 사망의 인정 등): 이 조항은 분진작업에 종사했던 근로자가 진폐, 합병증 또는 진폐와 관련된 사유로 사망하였다면 업무상 재해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진폐증 환자의 사망 인정 기준을 완화한 것으로, 법원은 이 사건에서 진폐증이 직접 사망 원인은 아니지만 진균감염 발생 및 악화에 기여한 점을 들어 진폐와 관련된 사망으로 인정했습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62조 (유족급여) 및 제71조 (장의비): 이 조항들은 근로자가 업무상 사유로 사망한 경우 유족에게 유족급여를, 장제를 지낸 유족에게 장의비를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망인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로 인정됨에 따라 원고는 이 조항들에 근거하여 유족급여 및 장의비를 받을 자격이 인정되었습니다. 행정처분 취소소송에서의 처분사유 추가·변경 제한 원칙 (대법원 1992. 2. 14. 선고 91누3895 판결 참조): 행정청은 행정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에서 당초 처분의 근거로 삼은 사유와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이 인정되는 한도 내에서만 다른 사유를 추가하거나 변경할 수 있습니다. 당초 처분 사유와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하지 않은 별개의 사유는 주장할 수 없습니다. 이 사건에서 근로복지공단은 당초 처분 사유(사망과 업무 간 인과관계 부존재)와 달리 소멸시효 완성을 새로운 처분 사유로 추가하려 했으나, 법원은 이를 허용하지 않아 행정소송의 예측 가능성과 안정성을 지켜주었습니다.
업무상 재해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반드시 의학적, 자연과학적으로 명확한 인과관계가 입증되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근로자의 과거 취업 당시 건강상태, 발병 경위, 질병의 내용, 치료 경과 등 여러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추정될 경우에도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기존에 다른 질병이 있었더라도, 업무상 발생한 질병이 이 기존 질병과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사망에 이르렀거나, 업무상 질병으로 인해 기존 질병이 자연적인 경과 속도보다 빠르게 악화되어 사망한 경우에도 업무와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가 인정될 수 있습니다. 행정처분 취소를 구하는 소송에서, 행정청은 처음 처분을 내릴 때 근거로 삼았던 사유와 기본적인 사실관계의 동일성이 인정되는 범위 내에서만 새로운 사유를 추가하거나 변경할 수 있습니다. 당초 처분 사유와 완전히 다른 별개의 사유를 소송 중에 추가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습니다. 석면 등 유해물질에 장기간 노출되어 진폐증과 같은 질병을 앓았거나 사망한 경우, 진폐증이 직접적인 사망 원인이 아니더라도 사망진단서의 선행사인 등 다른 사인과의 연관성이나 사망에 기여한 바가 있다면 업무상 재해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관련 자료들을 철저히 준비하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