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통학버스 입찰 담합 의혹 제재 처분 취소 판결

울산광역시 교육감이 특정 전세버스 업체에 대해 학교 통학버스 및 현장학습 버스 용역 입찰에서 담합행위를 하였다는 이유로 5개월의 부정당업자 제재 처분을 내렸으나, 법원은 담합행위의 증거가 부족하며 관련 형사사건에서 무죄가 확정된 점 등을 고려하여 제재 처분을 취소하였습니다.

관련 당사자

• 원고 (항소인): A (부정당업자 제재 처분 취소를 청구한 전세버스 업체)
• 피고 (피항소인): 울산광역시 교육감 (원고에게 부정당업자 제재 처분을 내린 행정기관)
• 관련 회사들: C, B, J, G, E (원고와 함께 담합 의혹을 받은 전세버스 업체들)
• 주요 관계자: D (C의 대표이사, 관련 회사들을 실질적으로 운영하며 담합을 주도했다고 의심받았으나 무죄 확정된 인물)

분쟁 상황

울산광역시 교육청은 관내 학교의 수학여행 및 현장학습 버스 용역 입찰 과정에서 특정 전세버스 업체들이 입찰 가격 등을 미리 협의하고 담합하여 낙찰받았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따라 관련 회사 중 하나인 원고에게 5개월의 부정당업자 제재 처분을 내렸습니다. 원고는 이러한 처분이 구 지방계약법 제31조 제1항 제2호에 근거한 처분사유가 존재하지 않으며, 설령 처분사유가 존재하더라도 제재 기간이 과도하여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고 주장하며 처분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핵심 쟁점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원고를 포함한 관련 회사들이 학교 버스 용역 입찰에서 입찰 가격, 수주 물량 등을 사전에 협정하거나 특정 회사의 낙찰을 위해 담합했는지 여부입니다. 둘째, 설령 담합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제재 기간 5개월이 재량권 일탈 또는 남용에 해당하는지 여부입니다. 셋째, 관련 형사사건에서 무죄가 확정된 판결이 행정소송에서 사실 인정에 어느 정도의 증명력을 가지는지입니다.

법원의 판단

제1심 판결을 취소하고, 피고가 원고에게 2022. 5. 23.에 한 제재 기간 5개월의 부정당업자 제재 처분을 취소한다. 소송 총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결론

법원은 원고를 포함한 관련 회사들이 학교 버스 입찰에서 담합행위를 하였다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관련 형사사건에서 주요 인물인 D의 무죄가 확정되었고, 이 사건 입찰 방식(제한적 최저가 낙찰방식)의 특성상 담합을 통한 낙찰 조작이 사실상 어렵다는 점, 회사들이 독립적인 법인격을 가지고 실제 용역을 수행했다는 점 등을 근거로 부정당업자 제재 처분은 위법하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본 사건에 적용된 주요 법령과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 구 지방계약법 제31조 제1항 제2호: 이 조항은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경쟁입찰, 계약 체결 또는 이행 과정에서 입찰자 또는 계약상대자 간에 서로 상의하여 미리 입찰가격, 수주 물량 또는 계약의 내용 등을 협정하거나 특정인의 낙찰 또는 납품대상자 선정을 위하여 담합하는 행위에 대해 일정 기간 입찰 참가 자격을 제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본 사건에서는 원고가 이 규정에 따른 제재를 받았으나, 법원은 담합 행위의 증거가 부족하다고 보아 처분이 위법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해당 행위가 종료된 때부터 7년이 경과하면 입찰 참가자격을 제한할 수 없다는 규정도 언급되어, 처분청이 관련 형사사건 제1심 판결을 근거로 처분을 서둘러 내린 배경으로 설명됩니다.
• 행정소송법 제8조 제2항, 민사소송법 제420조 본문: 이 조항들은 항소심에서 제1심 판결의 이유를 인용하거나 보충할 수 있도록 하는 절차 규정입니다. 본 사건에서는 제1심 판결의 처분 경위 부분을 그대로 인용하면서 추가 설명이 필요한 부분만 보충하는 방식으로 적용되었습니다.
•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제11조 (공동운수협정)​: 이 법은 운송사업자가 여객의 원활한 운송과 서비스 개선을 위하여 다른 운송사업자와 공동 경영에 관한 계약이나 그 밖의 운수에 관한 협정(공동운수협정)을 체결할 수 있도록 허용합니다. 본 사건에서는 피고가 이 사건 회사들의 일부 문서(입찰 보고서, 메모 등)를 담합의 증거로 제시했지만, 법원은 이러한 문서가 공동운수협정에 따른 상호 간 계약 체결 또는 이행을 위한 보조 자료로 활용되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이는 법적으로 허용된 협력이 담합으로 오인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해석입니다.
• 행정처분의 입증 책임 원칙: 행정처분이 위법함을 내세워 그 취소를 구하는 항고소송에 있어서, 그 처분의 적법성에 대한 주장 및 입증 책임은 처분청인 피고에게 있습니다. 본 사건에서 피고(울산광역시 교육감)는 원고를 포함한 회사들의 담합 행위를 충분히 입증하지 못하여 패소했습니다.
• 확정된 형사판결의 효력: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행정소송에 있어서 형사판결이 그대로 확정된 이상 위 형사판결의 사실판단을 채용하기 어렵다고 볼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와 배치되는 사실을 인정할 수 없습니다. 본 사건에서 관련 형사사건의 항소심에서 C의 대표이사 D에 대하여 무죄 판결이 선고되었고, 이 판결이 상고심을 거쳐 2023. 6. 15. 확정됨에 따라, 행정소송에서도 담합 행위가 인정되지 않는 결정적인 근거가 되었습니다.

참고 사항

유사한 문제 상황에서 다음과 같은 점들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 행정처분의 근거와 입증 책임: 행정기관이 특정 행위에 대해 제재 처분을 내릴 때에는 명확하고 충분한 증거에 기반해야 하며, 처분 사유의 존재를 입증할 책임은 처분청에 있습니다. 만약 증거가 부족하거나 불분명하다면, 법원은 해당 처분을 위법하다고 판단하여 취소할 수 있습니다.
• 형사판결의 영향: 유사한 사실관계에 대한 형사사건의 확정 판결은 행정소송에서 중요한 증거로 작용합니다. 특히 피고인의 무죄 판결이 확정된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행정기관이 이와 배치되는 사실을 주장하여 제재 처분을 유지하기는 어렵습니다. 따라서 관련 형사사건의 진행 상황과 결과가 행정처분의 적법성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 담합의 판단 기준: 계열 회사나 친인척 관계의 회사들이 입찰에 참여했다고 해서 무조건 담합으로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각 회사가 독립적인 운영 체계를 갖추고 실제 용역을 수행하는지, 입찰 과정에서 실제 경쟁이 있었는지, 각 회사의 경제적 이해관계가 일치한다고 볼 자료가 있는지 등 실질적인 내용이 종합적으로 고려됩니다.
• 입찰 방식의 이해: 전자조달 시스템(나라장터)의 제한적 최저가 낙찰방식과 같이 입찰 참가자들이 예정가격을 전혀 예상할 수 없는 입찰 구조에서는 사전 담합을 통한 낙찰자 또는 낙찰가 조작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판단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입찰 시스템의 기술적 특성을 이해하고 주장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공동운수협정의 활용: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제11조에 따라 운송사업자가 원활한 운송과 서비스 개선을 위해 다른 운송사업자와 공동운수협정을 체결하는 것은 법적으로 허용됩니다. 따라서 관련 자료(입찰 보고서, 메모 등)가 담합의 증거가 아닌, 법적으로 허용된 공동운수협정에 따른 업무 협의의 일환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는지 검토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