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정
근로복지공단이 업무상 재해로 사망한 가족의 유족들에게 유족보상일시금과 장의비 지급을 거부한 처분에 대해, 유가족들이 행정소송을 제기하여 그 처분의 취소를 구한 사건입니다. 근로복지공단은 처음에는 소멸시효(3년)를 이유로 지급을 거부했으나, 소송 과정에서 유가족들이 회사로부터 민사상 손해배상금을 받았다는 새로운 주장을 추가했습니다. 법원은 근로복지공단이 처음에 제시한 이유와 다른 새로운 이유를 소송 중에 추가할 수 없으며, 소멸시효 주장은 신의성실의 원칙상 허용될 수 없는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보아 유가족들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망인들이 업무상 재해로 사망한 후 유가족들(원고 A, B, C)은 근로복지공단에 유족보상일시금 및 장의비를 청구했습니다. 하지만 근로복지공단은 이 청구가 망인의 사망 시점으로부터 3년이 경과하여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는 이유로 보험급여 지급을 거부했습니다. 한편, 유가족들은 망인의 사망에 대해 회사(소외 회사)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하여 2012년 5월경부터 6월경까지 A는 원금 60,927,057원, B는 원금 10,960,000원, C는 원금 27,220,000원 및 각 지연손해금을 손해배상금으로 지급받았습니다. 이에 근로복지공단은 소송이 진행되면서 유가족들이 이미 회사로부터 손해배상금을 받았으니, 자신들은 보험급여를 지급할 필요가 없다는 새로운 주장을 추가하며 기존 처분의 정당성을 항변했습니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근로복지공단이 유족보상일시금 및 장의비 청구가 사망 후 3년이 지나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는 이유로 지급을 거부한 것이 타당한지 여부입니다. 둘째, 근로복지공단이 소송 진행 중 유가족들이 회사로부터 민사상 손해배상금을 받았다는 새로운 사실을 들어 보험급여 지급 거부의 근거로 추가 주장할 수 있는지 여부입니다. 이는 행정처분의 취소소송에서 처분 사유를 추가 또는 변경할 수 있는 범위와 관련된 중요한 법리적 문제입니다.
법원은 피고 근로복지공단의 항소를 기각하고, 유가족들(원고 A, B, C)에게 유족보상일시금 및 장의비를 지급하지 않겠다는 근로복지공단의 처분을 취소한 제1심 판결을 유지했습니다. 법원은 두 가지 핵심적인 근거를 들었습니다. 첫째, 근로복지공단이 처음에 내세웠던 '3년 소멸시효 완성'이라는 처분 사유는, 망인들의 사망이 명백히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고 유가족들의 권리 구제 필요성이 큰 점 등을 고려할 때,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둘째, 근로복지공단이 소송 과정에서 새롭게 주장한 '유가족들이 회사로부터 민사상 손해배상금을 이미 받았다'는 주장은, 당초의 처분 사유(소멸시효)와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이 인정되지 않는 별개의 사유이므로 행정소송에서 처분 사유의 추가 또는 변경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근로복지공단의 이와 같은 새로운 주장은 더 이상 심리할 필요가 없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결론적으로 법원은 망인들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함을 확인하고, 근로복지공단의 소멸시효 주장이 부당하며, 소송 중 새로운 처분 사유 추가가 허용되지 않으므로, 유가족들에게 유족보상일시금 및 장의비를 지급하지 않은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결했습니다.
이 사건과 관련된 주요 법령과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행정소송법 제8조 제2항, 민사소송법 제420조: 이 규정들은 상소심(항소심) 법원이 제1심 판결의 이유를 그대로 인용하여 자신의 판결 이유로 삼을 수 있도록 하는 절차적 근거입니다. 이 사건에서는 제1심의 판단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데 사용되었습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80조, 제89조: 이 조항들은 산업재해 발생 시 보험급여의 종류와 지급 기준, 그리고 보험급여를 받은 자가 제3자의 행위에 의해 재해가 발생한 경우 공단이 그 제3자에게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내용 등을 담고 있습니다. 피고 근로복지공단은 유가족들이 회사로부터 손해배상금을 받았으므로 자신들이 유가족들의 보험급여 받을 권리를 대위(대신 행사)할 수 있다는 취지로 이 법 조항들을 언급했으나, 법원은 처분 사유 추가 변경의 법리에 따라 이 주장의 본안 심리 자체를 하지 않았습니다.
행정처분 사유의 추가 및 변경 제한 법리: 대법원 판례(대법원 1992. 2. 14. 선고 91누3895 판결 등)를 통해 확립된 법리로, 행정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항고소송에서 처분청(이 사건에서는 근로복지공단)은 당초 처분의 근거로 삼은 사유와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이 인정되는 한도 내에서만 다른 사유를 추가 또는 변경할 수 있습니다. 만약 당초 처분 사유와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성이 인정되지 않는 별개의 사실을 들어 처분 사유로서 주장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습니다. 이는 소송 상대방의 방어권 보장과 심리의 효율성을 위한 것입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근로복지공단이 처음에 주장한 '소멸시효 완성'과 나중에 추가한 '민사상 손해배상금 수령'은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하지 않다고 보아 추가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신의성실의 원칙 및 권리남용 금지: 이는 민법의 기본 원칙이자 모든 법 관계에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원칙입니다. 자신의 권리를 행사할 때는 사회 구성원으로서 상대방의 신뢰를 저버리지 않고 성실하게 행동해야 하며, 자기 권리를 남용하여 타인에게 부당한 손해를 주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법원은 근로복지공단이 업무상 재해로 사망한 유가족들에게 소멸시효 완성만을 이유로 급여 지급을 거부한 것이 이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유사한 문제 상황에 처했을 때 참고할 몇 가지 사항이 있습니다. 첫째, 산업재해로 인한 보험급여 청구권의 소멸시효(대부분 3년 또는 5년)가 지났다고 하더라도, 그 기간 도과에 합리적인 사유가 있거나, 보험급여 지급 거부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으로 볼 수 있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구제받을 수 있습니다. 법률 전문가와 상세히 상담하여 소멸시효 완성 여부 및 권리남용 해당 여부를 검토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둘째, 행정기관이 특정 처분을 내린 후 그 처분에 대한 소송이 제기되면, 처분청은 당초 처분의 근거로 삼았던 사유와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이 인정되는 범위 내에서만 다른 사유를 추가하거나 변경할 수 있습니다. 당초 처분 이유와 전혀 다른 새로운 이유를 소송 중에 갑자기 주장하는 것은 대부분 허용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행정처분을 다툴 때는 처분 당시 행정청이 제시한 이유를 명확히 파악하고 대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셋째, 업무상 재해로 인해 회사로부터 민사상 손해배상금을 받았다 하더라도, 이것이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유족보상일시금 등의 수급권을 자동으로 상실시키는 것은 아닙니다. 산업재해보상보험과 민사상 손해배상은 그 성격과 법리가 다르므로, 각 권리를 별도로 행사할 수 있으며 다만 이중배상 금지 등의 원칙이 적용될 여지가 있는지 등을 검토해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