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금 · 행정
한국과학기술원(KAIST)이 캠퍼스 내 소유한 임야(숲)가 20여 년간 재산세가 부과되지 않다가 갑자기 재산세와 지방교육세가 부과되자 이에 불복하여 취소를 요청한 사건입니다. KAIST는 해당 임야가 교육 및 연구 활동에 필수적인 부지이므로 세금 면제 대상이라고 주장했고, 오랜 기간 과세되지 않았던 점을 들어 신의성실의 원칙 또는 비과세 관행에 위배된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KAIST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세금 부과가 적법하다고 판단했습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1997년에 대전 유성구 어은동에 임야 109,105.2㎡를 매수했으며, 이 중 91,914.1㎡(이 사건 임야)는 2006년경부터 '연구개발특구의 육성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연구 환경 유지를 위해 자연 상태로 보전될 필요가 있는 '원형지'로 지정되어 관리되어 왔습니다. 이 임야는 평소 '어은동산'으로 불리며 학생, 교직원뿐만 아니라 인근 주민들의 산책 및 휴식 공간으로 개방되었습니다.
대전광역시는 2020년 5월 행정안전부에 '원형지로 지정된 연구기관 소유 토지가 연구기관 고유 업무에 직접 사용되는 부동산으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한 질의를 하였고, 행정안전부는 2021년 3월에 이에 대해 재산세 면제 대상이 아니라는 유권해석을 회신했습니다.
이 유권해석을 근거로 대전광역시 유성구청장(피고)은 2022년 2월 14일, 한국과학기술원에 이 사건 임야에 대한 2017년부터 2020년까지의 재산세 및 지방교육세 총 111,642,530원(재산세 93,035,450원, 지방교육세 18,607,080원)을 부과·고지했습니다. KAIST는 이에 불복하여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했으나 기각되었고, 결국 법원에 이 사건 각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 사건 임야가 한국과학기술원의 고유 사업 또는 고유 업무에 직접 사용되는 부동산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 이 사건 재산세 부과 처분이 신의성실의 원칙 또는 비과세 관행에 위배되어 위법한지 여부
원고인 한국과학기술원의 청구를 기각하고, 이 사건 재산세 등 부과처분이 적법하다고 판결했습니다. 소송 비용은 원고가 부담합니다.
법원은 한국과학기술원이 소유한 임야가 '교육 및 연구 시설에 직접 사용되는 부동산' 또는 '고유 업무에 직접 사용되는 부동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해당 임야는 주로 산책과 휴식을 위한 공간으로 이용되며, 일부 진행된 연구 활동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고 일시적, 부수적인 것으로 보았습니다. 또한, '원형지'라는 지정 자체가 교육·연구에 직접적으로 사용되는 토지가 아님을 전제로 한다고 해석했습니다.
또한, 피고가 지난 20여 년간 재산세를 부과하지 않았던 것은 법적 판단의 착오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일 뿐, 과세할 수 있음을 알면서도 특별한 사정 때문에 과세하지 않겠다는 의사(공적 견해표명)가 있었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신의성실의 원칙이나 비과세 관행이 성립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결했습니다.
이 사건과 관련된 주요 법령과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구 지방세특례제한법(2021. 10. 21. 법률 제1807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1조 제1항 및 제2항 (학교 등에 대한 재산세 감면): 고등교육법에 따른 학교가 해당 사업에 직접 사용하는 부동산에 대해서는 재산세를 면제한다는 내용입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고등교육법상 '대학'에 해당하지만, 이 사건 임야가 KAIST의 교육 사업에 '직접 사용'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구 지방세특례제한법 제45조의2 (연구기관에 대한 재산세 감면): 과학기술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 등이 그 고유 업무에 직접 사용하는 부동산에 대해서는 재산세를 면제한다는 내용입니다. KAIST는 연구기관에 해당하지만, 이 사건 임야가 KAIST의 고유 업무에 '직접 사용'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구 지방세특례제한법 제2조 제1항 제8호 ('직접 사용'의 정의): '직접 사용'이란 부동산 등의 소유자가 해당 부동산 등을 사업 또는 업무의 목적이나 용도에 맞게 사용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법원은 이 사건 임야가 주로 산책 및 휴식 공간으로 이용되고, 일부 연구 활동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며 일시적, 부수적이라고 보아 '직접 사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연구개발특구의 육성에 관한 특별법: 이 법 및 관련 시행령, 관리계획에 따라 '원형지'는 교육·연구 및 사업화 환경 유지를 위해 자연 상태로 보전할 필요가 있는 토지로 지정됩니다. 법원은 '원형지'라는 개념 자체가 교육·연구 등에 직접적으로 사용되는 토지가 아님을 전제로 한다고 해석했습니다.
국세기본법 제18조 제3항 (신의성실의 원칙 및 비과세 관행): 조세 법률관계에서 과세 관청의 행위에 신의성실의 원칙이 적용되려면, 과세 관청이 납세자에게 신뢰할 만한 '공적인 견해 표명'을 해야 하고, 납세자가 이를 신뢰한 데에 귀책사유가 없어야 하며, 납세자가 그 견해 표명을 신뢰하여 어떤 행위를 했고, 그 결과 납세자의 이익이 침해되어야 합니다. 또한, '비과세 관행'은 상당 기간 과세를 하지 않은 객관적 사실과 함께 과세 관청이 과세할 수 있음을 알면서도 특별한 사정 때문에 과세하지 않는다는 의사가 있어야 성립합니다. 법원은 과거의 불과세가 법적 판단 착오로 인한 것으로 보일 뿐 과세 관청의 명확한 '과세하지 않겠다'는 공적 견해 표명이나 의사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신의성실의 원칙이나 비과세 관행 위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비영리 단체나 교육·연구 기관이 부동산을 취득하여 사용하는 경우, 해당 부동산이 세금 면제 대상이 되려면 법에서 정한 '고유 업무에 직접 사용'된다는 요건을 명확히 충족해야 합니다. 단순히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이나, 간접적이거나 부수적인 용도로 사용된다는 점만으로는 세금 면제 혜택을 받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특히 휴식 공간, 산책로 등 대중 개방 목적의 토지는 '직접 사용'으로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원형지'와 같이 보전 목적으로 지정된 토지는 그 개념 자체로 직접적인 교육·연구 활동과는 거리가 멀다고 해석될 수 있으므로, 세금 면제 여부를 판단할 때 더욱 신중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과거에 세금이 부과되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미래에도 과세되지 않을 것이라고 신뢰하기는 어렵습니다. 특히 과거의 불과세가 행정 기관의 법적 판단 착오나 오해에서 비롯된 것으로 판단될 경우, 언제든지 정당한 세금이 부과될 수 있습니다. '신의성실의 원칙'이나 '비과세 관행'이 인정되려면 과세 관청이 '과세하지 않겠다'는 명확하고 공적인 견해 표명을 했고, 납세자가 이를 신뢰하여 어떤 행위를 했으며, 그 신뢰에 납세자의 책임이 없어야 합니다. 단순히 과세가 누락된 사실이나 일반적인 협약만으로는 이러한 원칙이 적용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기관은 부동산 취득 및 활용 계획 단계부터 관련 법령을 면밀히 검토하고, 특정 용도로의 '직접 사용' 요건을 충족하는지 여부를 사전에 철저히 확인해야 합니다. 만약 불분명한 부분이 있다면 과세 관청에 명시적인 유권해석을 요청하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