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사단법인 A는 자신들이 발간하는 학술지 'B'에 대해 한국연구재단이 내린 등재취소 및 학술지평가, 학술단체 지원사업 신청 3년 제한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사단법인 A는 이 처분이 법률유보의 원칙을 위반하고 비례의 원칙에 어긋나며 재량권을 남용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한국연구재단의 처분이 정당하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핵심 쟁점은 한국연구재단의 처분이 행정소송 대상인 행정처분인지, 처분 근거가 된 내부 지침의 법적 효력, 그리고 처분의 비례성 및 재량권 일탈 여부였습니다.
사단법인 A는 학술지 'B'를 2005년부터 등재학술지로 운영해왔습니다. 2021년 한국연구재단은 D학회 관련 언론 보도에서 사단법인 A에 투고된 논문이 '탈락용 논문'으로 사용되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사단법인 A의 학술지 'B'를 실태점검 대상으로 선정했습니다.
한국연구재단은 사단법인 A에 2017년부터 2019년까지 3년분의 학술지 관련 자료(총괄표, 논문투고대장, 심사서, 게재불가 논문 원문 등) 제출을 요구하며, 자료 미제출 시 등재 취소 등의 조치가 있을 수 있음을 경고했습니다. 사단법인 A는 온라인 시스템 JAMS에 모든 심사서류를 저장한 후 자체 서버에서는 삭제했다는 이유로, 요구된 게재불가논문 원본 384건 및 해당 심사서 1,152건을 제출하지 못했습니다.
이에 한국연구재단은 2022년 2월 23일, 사단법인 A에 대해 '등재취소, 학술지평가 및 학술단체 지원사업 신청제한 3년' 처분을 내렸고, 사단법인 A는 이 처분이 부당하다며 취소 소송을 제기하게 되었습니다.
피고 한국연구재단의 등재취소 및 지원사업 신청제한 처분이 항고소송의 대상인 '행정처분'에 해당하는지 여부, 처분 근거가 된 '학술지 등재제도 관리지침'이 법률유보의 원칙을 위반했는지 여부, 그리고 이 사건 처분이 비례의 원칙을 위반하거나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인지 여부입니다.
법원은 원고 사단법인 A의 청구를 기각하고,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이에 따라 한국연구재단이 사단법인 A에 내린 학술지 등재취소 및 학술지평가, 학술단체 지원사업 신청제한 3년 처분은 그대로 유지되었습니다.
법원은 한국연구재단의 등재취소 및 지원사업 제한 처분이 행정청이 사실상 우월적인 지위에서 원고에게 불이익한 조치를 한 것으로 국민의 권리구제 및 행정작용의 객관적 위법성 통제를 위해 행정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처분의 근거가 된 '학술지 등재제도 관리지침'은 학술진흥법에서 위임된 국가 사무를 수행하기 위한 규정으로서 규범적 효력을 갖는다고 판단하여 법률유보의 원칙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보았습니다.
나아가 원고가 실태점검에 필요한 게재불가논문 원본 384건 및 해당 심사서 1,152건을 제출하지 못한 점, 언론 보도로 의혹이 제기된 상황에서 자료 미제출이 학술 운영의 윤리적 문화를 저해하는 행위로 볼 수 있는 점, 처분으로 달성되는 공익(학술지 관리 및 윤리적 문화 조성)이 크다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등재취소 및 3년 지원 제한 처분이 비례의 원칙에 위배되거나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이 사건은 다음과 같은 법령과 법리들이 주요하게 적용되었습니다.
행정소송법 제2조 제1항 제1호(항고소송의 대상인 '처분' 개념): 행정청이 행하는 구체적 사실에 관한 법집행으로서의 공권력의 행사 또는 그 거부와 그 밖에 이에 준하는 행정작용을 '처분'으로 정의합니다. 법원은 한국연구재단의 학술지 등재취소 및 지원사업 제한 조치가 원고의 권리·의무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고권적 행위로서 행정소송의 대상인 행정처분으로 인정된다고 판단했습니다.
법률유보의 원칙: 국민의 권리·의무에 영향을 미치는 행정 작용은 반드시 법률에 근거해야 한다는 원칙입니다. 법원은 한국연구재단의 '학술지 등재제도 관리지침'이 학술진흥법 제5조(학술 지원사업) 및 제9조(학술단체활동의 육성) 등에서 국가 사무를 위임받아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구체적 사항을 정한 것이므로, 상위 법률에 근거한 규범적 효력을 갖는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지침에 따른 처분이 법률유보의 원칙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판단했습니다.
비례의 원칙 및 재량권의 일탈·남용: 행정기관이 재량을 행사할 때 그 조치는 목적 달성에 필요한 최소한에 그쳐야 하고, 합리적인 판단 기준을 벗어나서는 안 된다는 원칙입니다. 법원은 학회가 중요한 실태점검 자료(게재불가논문 및 심사서류)를 제출하지 못한 점, 학술지 관리 및 운영 윤리 조성이라는 공익이 크다는 점 등을 고려하여, 등재취소 및 3년 지원 제한 처분이 비례의 원칙에 위배되거나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고 볼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한국연구재단법 제1조, 제4조 제2항, 제5조, 제14조, 제16조, 제17조, 제21조: 이 법률은 한국연구재단의 설립 목적, 정관 변경 인가, 사업 영역, 사업계획 및 예산 제출, 회계감사, 감독, 임직원 공무원 의제 등 공공기관으로서의 성격을 규정합니다. 이는 한국연구재단이 국가 사무를 위탁받아 수행하는 행정 주체임을 인정하는 중요한 근거가 되었습니다.
학술진흥법 제4조, 제5조, 제9조: 이 법률은 교육부장관의 학술진흥 정책 수립 및 위탁 규정, 우수 학술지 발굴·육성을 위한 학술지 평가 및 학술단체활동 촉진·장려 의무 등을 규정합니다. 이 조항들은 학술지평가제도가 국가 사무의 일환임을 명확히 하며, 한국연구재단의 관련 업무가 학술진흥법에 근거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학술지 등재 및 평가 관련하여 정부 또는 공공기관으로부터 자료 제출 요구 등 행정 조치를 받는 경우, 그 처분은 행정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학술단체는 관련 법령과 지침의 내용을 숙지하고 학술지 운영에 필요한 자료를 철저히 관리해야 합니다.
온라인 시스템에 자료를 보관하더라도, 기관의 요청에 따라 자료를 즉시 제출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언론 보도 등으로 학술 운영의 투명성에 의혹이 제기될 경우, 관련 기관의 실태점검 요구에 적극적이고 투명하게 협조하지 않으면 중대한 행정 조치를 받을 수 있으며, 자료 미제출은 불이익의 직접적인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행정기관의 처분에 대한 법원의 판단은 처분으로 달성되는 공익(학술 윤리, 평가 신뢰성 확보 등)과 사익 침해의 정도를 비교하여 비례의 원칙 준수 여부를 판단하므로, 학술 생태계의 신뢰성을 저해할 수 있는 자료 미제출 등은 공익 침해가 크다고 판단될 가능성이 높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