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 노동
국제통화기금(IMF) 관리 체제 당시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의 구조조정으로 희망퇴직한 직원이 17년 6개월이 지난 시점에 사직서 제출이 강요에 의한 것이므로 해고 처분이 무효라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당시 경제 상황과 노사 합의 조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직원이 스스로 희망퇴직을 선택한 것으로 보이며 강요에 의한 해고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2000년 11월 17일 정부는 국제통화기금(IMF) 관리 체제에서 공공부문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한국과학기술원(피고)을 포함한 정부출연 연구기관의 C 업무를 민영화하는 지침을 발표했습니다. 이에 피고는 2000년 12월부터 2001년 1월까지 노동조합과 합의하여 B팀 구조조정을 실시하고 퇴사 근로자들이 설립한 주식회사 D에게 C 용역의 10년 도급을 보장하는 노사 합의를 진행했습니다. 원고 A는 이 합의에 따라 2001년 1월 27일 사직원과 퇴직금청구서를 제출했으며 피고는 2001년 1월 31일 이를 수리하고 명예퇴직으로 직을 면하는 인사발령을 했습니다. 원고는 이후 D에 소속되어 C 업무를 약 9년 동안 수행하다가 2010년경 퇴사했습니다. 약 17년 6개월이 지난 2018년 7월 23일 원고는 자신의 사직서 제출이 강요에 의한 것으로 진의 아닌 의사표시에 해당하여 무효이고 따라서 피고의 해고 처분이 정당한 이유 없이 이루어진 무효의 해고라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국제통화기금(IMF) 관리 체제 당시 기업의 구조조정으로 인한 사직서 제출이 본인의 진정한 의사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강요에 의한 해고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이 사건의 주요 쟁점입니다.
법원은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고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원고가 제출한 사직서와 퇴직금 수령 행위가 당시의 국내 경제 상황, 피고의 구조조정 계획, 노사 합의 조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본인의 의사에 따라 희망퇴직을 선택한 것으로 보았으며 피고의 해고 처분이 무효라는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법원은 한국과학기술원 직원의 희망퇴직이 강요에 의한 해고가 아닌 자발적인 합의에 의한 근로계약 종료라고 판단하여 해당 직원의 해고 무효 확인 청구를 최종적으로 기각했습니다.
이 사건은 근로계약의 종료가 '합의해지'인지 '부당 해고'인지 여부가 핵심입니다. 사용자가 근로자로부터 사직서를 제출받아 수리하는 경우 원칙적으로 근로자와 사용자 간의 근로계약은 합의에 의해 종료된 것으로 봅니다. 그러나 근로자의 사직서 제출이 사용자의 강요에 의한 것이어서 진정한 사직의 의사가 없었다고 인정된다면 이는 실질적으로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근로계약을 종료시킨 '해고'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이때 '진의 아닌 의사표시'는 단순히 마음속으로 바라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라 특정 의사표시를 할 생각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겉으로만 그 표시를 한 것을 의미합니다. 대법원은 당시의 상황에서 표의자가 그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하여 의사표시를 한 경우에는 내심의 효과의사가 결여된 진의 아닌 의사표시로 볼 수 없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대법원 2000. 4. 25. 선고 99다34475 판결 참조). 또한 의원면직이 실질적으로 해고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사직서 제출 경위, 회사 관행, 사용자의 퇴직 권유 방법, 불이익 정도, 경제적 이익 제공 여부, 근로자의 태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해야 합니다(대법원 2017. 2. 3. 선고 2016다255910 판결 참조). 이러한 경우 해고의 부당함을 주장하는 근로자에게 진의 아닌 사직이었음을 증명할 책임이 있습니다.
만약 근로자가 사직서 제출이 강요에 의한 것이었다고 주장한다면 스스로 이를 증명해야 합니다. 법원은 사직서를 제출하게 된 경위, 사직서의 내용, 회사의 관행, 사용자의 퇴직 권유 방법과 강도, 사직서를 제출하지 않았을 때 예상되는 불이익, 사직서 제출에 따른 경제적 이익 제공 여부, 사직서 제출 전후 근로자의 태도 등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합니다. 단순히 마음속으로 사직을 원하지 않았다고 해도 당시 상황에서 사직이 최선이라고 판단하여 사직서를 제출했다면 이는 진의 아닌 의사표시로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사직 후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 소송을 제기하거나 퇴직금 등 경제적 이익을 이의 없이 수령하고 새로운 직장에서 상당 기간 근무한 경우, 사직이 강요에 의한 것이었다는 주장은 받아들여지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