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도/살인
피고인 A는 남편인 피해자 C를 니코틴 원액으로 살해하고 컴퓨터등사용사기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원심은 니코틴 음료 및 죽을 이용한 살해 시도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로, 찬물을 이용한 살해 혐의에 대해서는 유죄로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간접 증거만으로 유죄를 확신하기 어렵다며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환송했습니다.
피고인 A는 남편 피해자 C와 2010년 5월경 결혼하여 2014년경 아들을 출산했습니다. 그러나 2018년경부터 D과 내연관계를 유지했고 2020년경부터 D이 피고인 공방에서 숙식하는 등 관계가 깊어졌습니다. 피고인은 2016년경부터 8,700만원 대출 채무를 지고 있었고 2018년경부터 휴대전화 요금, 아파트 임대료 등을 미납했으며 2019년경 화장품 다단계 영업으로 채무가 더욱 늘었습니다. 2020년경 코로나19로 공방 매출 감소 등으로 심각한 경제적 어려움을 겪자 피해자 몰래 추가 대출을 받고 예물까지 팔아 채무를 변제하려 했습니다. 뒤늦게 이 사실들을 알게 된 피해자는 피고인을 크게 질책하면서도 채무를 대신 변제해주었지만 2021년 초 피고인이 예물을 팔고 추가 대출을 받았으며 D과 내연관계였음을 알게 되자 2021년 3월 중순경 피고인에게 '목을 매다는 영상'을 보내 경각심을 주려 했습니다. 피고인은 피해자가 사망하면 사망보험금과 재산을 상속받고 D과 자유롭게 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여 니코틴 원액으로 살해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2021년 5월 26일 06:40경에서 07:00경 사이에 피고인은 출근하는 피해자에게 미숫가루 음료(니코틴 원액 혼합)와 햄버거를 주었고 피해자가 07:29경 가슴 통증을 호소하자 07:46경 '꿀이 상한 것 같다'고 거짓말했습니다. 피해자가 사망하지 않자 같은 날 20:00경부터 20:30경 사이에 피고인은 속이 좋지 않은 피해자에게 니코틴 원액을 다량 넣은 흰죽을 먹였습니다. 피해자는 같은 날 22:30경 극심한 흉통과 구토를 호소하며 응급실로 이송되었으나 '상한 꿀을 먹었다'고 진술하여 수액과 진통제 치료 후 다음날인 2021년 5월 27일 01:30경 귀가했습니다. 피고인은 같은 날 01:30경부터 02:00경 사이에 귀가한 피해자에게 다량의 니코틴 원액을 탄 찬물을 주어 마시게 했고 결국 피해자는 같은 날 03:00경 급성 니코틴 중독으로 사망했습니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피고인이 남편을 니코틴 원액으로 살해했는지 여부입니다. 특히 직접적인 살해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검사가 제시한 간접 증거들이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하고 유죄를 입증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증명력을 가지는지 여부가 주된 논점이었습니다. 법정형이 무거운 살인죄의 경우 간접 증거만으로 유죄를 인정할 때는 그 증명이 압도적으로 우월해야 한다는 원칙이 적용되었습니다.
대법원은 원심 판결 중 살인 혐의 유죄 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습니다. 이는 살인 혐의에 대해 원심이 판단한 유죄 부분이 형사재판에서 요구되는 증명의 정도에 관한 법리를 오해했거나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아 잘못이 있다고 본 것입니다. 나머지 유죄 부분(컴퓨터등사용사기)과 무죄 부분(니코틴 음료 및 죽 이용 살해 시도)도 살인 혐의와 경합범 또는 일죄 관계에 있어 전부 파기되었습니다.
대법원은 직접 증거 없이 간접 증거만으로 유죄를 인정할 때 요구되는 엄격한 증명 기준을 다시 한번 강조하며 피고인의 살인 혐의에 대한 유죄 판결에 본질적인 의문이 해소되지 않았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는 검사의 증명 책임과 피고인의 무죄 추정 원칙을 엄격하게 적용한 결과로 재판의 증거 판단에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함을 보여줍니다.
이 사건은 형법 제37조(경합범)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으며 특히 형사재판에서의 증명 책임과 무죄 추정의 원칙 그리고 간접 증거에 의한 유죄 인정의 기준이라는 중요한 법리를 다루고 있습니다. 형사재판에서의 증명 책임과 무죄 추정 원칙: 형사재판에서 범죄사실을 인정하려면 법관이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의 확신을 가질 증명력을 가진 엄격한 증거가 있어야 합니다. 검사의 증명이 이러한 확신에 미치지 못하면 피고인의 주장이나 변명이 모순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이는 헌법상 무죄 추정의 원칙(대법원 2012. 6. 28. 선고 2012도231 판결 등 참조)에 기반합니다. 간접 증거에 의한 유죄 인정의 기준: 살인죄와 같이 법정형이 무거운 범죄는 직접 증거 없이 간접 증거만으로도 유죄를 인정할 수 있지만 이때는 매우 신중한 판단이 요구됩니다. 주요 사실의 전제가 되는 간접 사실의 인정은 합리적인 의심을 허용하지 않을 정도의 증명이 있어야 하며 각 간접 사실이 상호 모순되지 않고 논리와 경험칙, 과학 법칙에 의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또한 범행 동기, 수단 선택, 과정, 전후 태도 등 여러 간접 사실을 통해 피고인이 범행했다고 보기에 '압도적으로 우월한 증명'이 있어야 합니다. 이는 직접 증거가 있을 때에 버금가는 정도여야 합니다(대법원 2017. 5. 30. 선고 2017도1549 판결 등 참조). 형법 제37조 (경합범): 이 조항은 하나의 판결로 여러 죄를 유죄로 인정할 경우의 형량 결정에 관한 내용입니다. 이 사건에서는 피고인에게 살인과 컴퓨터등사용사기 혐의가 함께 기소되었는데 대법원이 살인 혐의 유죄 부분을 파기하면서 경합범 관계에 있던 다른 혐의들도 함께 원심으로 돌려보내 전체적으로 다시 심리하도록 한 근거가 됩니다. 이는 한 사건에서 여러 죄에 대해 하나의 형을 선고했을 때 그 중 일부에 대한 판단이 잘못되면 전체 판결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간접 증거의 중요성: 직접적인 살인 증거가 없는 경우 범행 동기, 범행 수단 준비, 범행 과정, 범행 전후 피고인의 태도 등 여러 간접 사실들이 상호 모순 없이 논리적, 경험적, 과학적 법칙에 의해 뒷받침되어야 유죄를 인정할 수 있습니다. 증명 책임의 엄격성: 형사 재판에서 검사는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의 확신을 가질 수 있는 엄격한 증거를 통해 범죄 사실을 증명해야 합니다. 피고인의 주장이나 변명이 다소 석연치 않아 유죄의 의심이 들더라도 충분한 증명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독극물 사용 범죄: 독극물을 이용한 범죄에서는 독극물의 종류, 농도, 치사량, 투입 방법, 피해자의 음용 가능성 등 과학적이고 구체적인 증명이 매우 중요합니다. 일반적인 액상 니코틴과 고농도 니코틴 원액의 차이, 음용 시 인체 반응 등을 면밀히 검토해야 합니다. 범행 동기의 명확성: 배우자 살해와 같이 인륜에 반하는 중대한 범죄의 경우 단순히 경제적 어려움이나 내연 관계 유지를 넘어 가정을 파괴하고 살인을 감행할 만큼 강력하고 명확한 동기가 구체적으로 입증되어야 합니다. 사건 발생 전후 정황: 범죄 현장의 보존 상태, 유서 여부, 피해자의 평소 행적, 사망 직전 및 직후 피고인의 행동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되어야 합니다. 증거 인멸의 시도 여부나 오히려 증거를 남겨둔 것처럼 보이는 모순된 행동 등도 면밀히 분석될 필요가 있습니다.

창원지방법원진주지원 2022
인천지방법원 2022
수원지방법원안산지원 2023
서울동부지방법원 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