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 · 기타 형사사건 · 노동 · 의료
의사가 아닌 피고인 A가 재단법인 명의를 빌려 한방병원 및 요양병원을 개설하고 운영하며 의료급여비용을 편취했다는 혐의로 기소된 사건입니다. 원심은 유죄를 선고했으나 대법원은 비의료인의 의료기관 개설 및 운영에 대한 법리 오해와 심리 미진을 이유로 유죄 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환송했습니다. 특히 대법원은 비의료인이 의료법인 명의 의료기관을 실질적으로 개설·운영했다고 판단하려면 의료법인을 탈법적인 수단으로 악용한 사정이 인정되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의사가 아닌 피고인 A는 재단법인 E의 명의를 빌려 2014년 2월 11일경부터 F한방병원을 개설·운영하고, 이후 2015년 8월 22일 H요양병원으로 변경 허가를 받아 2017년 3월 14일경까지 운영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피고인 A는 의료법 위반 및 의료급여비용 편취에 따른 사기 등의 혐의로 기소되었으며 원심은 피고인의 의료법 위반 및 사기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습니다.
비의료인이 의료법인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 및 운영한 경우 의료법 위반죄가 성립하는 기준은 무엇이며 의료급여비용 편취로 인한 사기죄의 피해자는 누구인지가 쟁점입니다.
대법원은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고등법원에 환송했습니다. 특히 2014년 2월 11일경 이후 의료법 위반 혐의에 대해 원심이 비의료인의 의료기관 개설로 인한 의료법 위반죄 성립 요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았다고 판단했습니다. 다만 의료급여비용에 대한 사기죄의 피해자를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 본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고 보았습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비의료인이 의료법인 명의를 빌려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한 경우의 의료법 위반죄 성립 요건을 더욱 명확히 했습니다. 단순히 비의료인이 주도적으로 병원 운영에 관여하거나 재정적으로 일부 문제를 일으켰다는 사실만으로는 의료법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는 취지입니다. 의료법인의 본질이 부정될 정도로 탈법적인 수단으로 악용되었는지를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함으로써 향후 유사 사건 판단에 중요한 기준이 될 것입니다.
비의료인이 의료법인 명의의 의료기관을 실질적으로 개설·운영했다고 판단하려면 비의료인이 해당 의료법인의 개설·운영에 주도적으로 관여했음은 물론 의료법인을 '탈법적인 수단으로 악용하여' 적법한 의료기관 개설·운영으로 가장하였다는 사정이 인정되어야 합니다. 여기서 '탈법적인 수단으로 악용'의 구체적인 예시는 재산 출연이 이루어지지 않아 실체가 인정되지 않는 의료법인을 악용한 경우, 의료법인의 재산을 부당하게 유출하여 공공성과 비영리성을 일탈한 경우입니다. 단순히 의료법인 설립 과정에 하자가 있거나 비의료인이 일시적으로 의료법인의 재산을 유출했다는 정황만으로는 부족하며 설립 과정의 하자가 허가에 미친 영향, 재산 유출의 정도, 기간, 경위, 이사회 결의 등 정당한 절차 준수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의료법인의 규범적 본질이 부정될 정도로 악용되었는지를 판단해야 합니다 (대법원 2023. 7. 17. 선고 2017도1807 전원합의체 판결). 비의료인이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하면서 편취한 의료급여비용에 대한 사기죄의 피해자는 지방자치단체가 아닌 국민건강보험공단입니다. 이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의료급여비용을 지급하는 주체로서 직접적인 재산상 피해를 입기 때문입니다. 판결이 파기된 의료법 위반 부분과 다른 유죄 부분들이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동시에 여러 죄를 저지른 경우)에 있다고 보아 하나의 형이 선고되었기 때문에 의료법 위반 부분의 파기가 전체 유죄 부분의 파기로 이어진 것입니다.
의료기관은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등 의료인이나 의료법인, 비영리법인 등이 개설할 수 있습니다. 비의료인이 의료인의 명의나 의료법인 명의를 빌려 의료기관을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것은 의료법 위반으로 엄중히 처벌될 수 있습니다. 의료법인은 그 설립 목적상 공공성 및 비영리성을 지켜야 하며 의료법인의 재산을 부당하게 유출하거나 재산 출연이 미흡하여 실체가 없는데도 명의만 이용하는 경우 등은 의료법인을 탈법적인 수단으로 악용한 것으로 간주될 수 있습니다. 의료기관에서 국가나 공단에 청구하는 의료급여비용은 적법하게 운영되는 의료기관에서 제공된 서비스에 대해서만 정당하게 이루어져야 합니다. 불법 개설·운영된 의료기관에서 청구하는 급여는 사기죄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의료법인 운영에 관여하는 비의료인이라 할지라도 단순히 총괄적인 관리나 자금 조달에 참여했다는 사실만으로 불법 의료기관 개설자로 단정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의료법인의 재산이 유출된 정도, 기간, 경위 및 적법한 절차 준수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법인의 규범적 본질이 부정될 정도로 악용되었는지가 핵심 판단 기준입니다. 의료급여비용 편취 사기 사건의 경우 피해자는 지방자치단체가 아닌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 판단될 수 있으므로 관련 문제 발생 시 이를 인지해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