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갈등 중 잠금장치 파손하고 집에 들어간 사건

결혼 생활 중 다툼으로 집을 나갔던 남편(피고인 1)이 부모님(피고인 2, 3)과 함께 다시 집에 들어가려 했습니다. 당시 아내(공소외 1)는 비밀번호를 바꾸고 문에 걸쇠를 설치해 남편의 출입을 막았고, 아내의 동생(공소외 2)이 집을 지키며 출입을 거부했습니다. 이에 남편과 아버지는 출입문 걸쇠를 부수고 강제로 집에 들어갔습니다. 이들은 공동재물손괴와 공동주거침입 혐의로 기소되었고, 재판 과정에서 주거침입죄 성립 여부가 주요 쟁점이 되었습니다. 대법원은 남편이 공동 거주자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었고 아내가 출입을 금지할 법적 근거가 없었으므로, 남편의 강제 출입은 주거침입죄가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남편과 동행한 부모의 출입 역시 남편의 통상적인 주거 이용 행위에 수반된 것으로 보아 주거침입죄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여 원심 판결 중 주거침입 유죄 부분을 파기 환송했습니다. 다만, 출입문 걸쇠를 부순 공동재물손괴 혐의는 유죄로 인정했습니다.

관련 당사자

• 피고인 1 (남편): 아내 공소외 1과 결혼 생활 중 갈등으로 집을 나갔다가 다시 들어가려 한 사람.
• 피고인 2 (아버지): 피고인 1의 아버지이자 공소외 1의 시아버지로, 아들과 함께 강제로 집에 들어간 사람.
• 피고인 3 (어머니): 피고인 1의 어머니이자 공소외 1의 시어머니로, 아들과 함께 집에 들어가려 한 사람.
• 공소외 1 (아내): 피고인 1의 법률상 아내이자 해당 아파트의 공동 거주자로, 남편의 출입을 막기 위해 잠금장치를 변경한 사람.
• 공소외 2 (피해자): 공소외 1의 동생으로, 언니의 부탁으로 아파트에 머물며 피고인들의 출입을 막았던 사람.

분쟁 상황

이 사건은 피고인 1(남편)과 공소외 1(아내) 부부 사이에 신축 아파트 분양 문제로 다툼이 잦아지면서 시작되었습니다. 2018년 4월 9일, 남편은 아내와 다툰 후 짐 일부를 챙겨 집을 나왔습니다. 아내는 남편의 무단 출입을 막기 위해 출입문 비밀번호를 변경하고 체인형 걸쇠를 설치했습니다. 이후 남편은 수차례 아파트 비밀번호를 알려달라고 요청하거나 직접 찾아가 문을 열어달라고 했으나 거부당했습니다. 2018년 5월 19일 오후, 남편은 부모님(피고인 2, 3)과 함께 아파트를 찾아갔습니다. 당시 아내의 동생인 공소외 2가 아파트에서 아이를 돌보고 있었고, 피고인들의 출입을 막았습니다. 공소외 2가 출입문에 걸쇠를 걸고 '언니가 귀가하면 오라'고 하자, 남편과 아버지는 문틈으로 손을 넣어 걸쇠를 부수고 문고리를 흔들어 강제로 출입문을 열고 아파트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이 과정에서 공소외 2는 남편에게 밀쳐져 상해를 입기도 했습니다. 이로 인해 피고인들은 공동재물손괴와 공동주거침입 혐의로 재판을 받게 되었습니다.

핵심 쟁점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세 가지입니다.

1. 공동 거주자 중 한 사람이 법률적 근거나 정당한 이유 없이 다른 공동 거주자의 출입을 금지한 경우, 다른 공동 거주자가 물리력을 행사하여 주거지에 들어간 것이 주거침입죄에 해당하는지 여부입니다.
2. 공동 거주자의 승낙을 받아 그와 함께 주거지에 들어간 외부인(부모)의 행위가 다른 공동 거주자(아내의 동생)의 의사에 반하더라도 주거침입죄가 성립하는지 여부입니다.
3. 주거침입죄의 보호 법익인 '사실상 주거의 평온'이 공동 주거 관계에서 어떻게 해석되고 적용되어야 하는지입니다.

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결했습니다.

• 피고인 1 (남편): 폭력행위처벌법 위반(공동재물손괴등) 혐의는 유죄를 유지했으나, 폭력행위처벌법 위반(공동주거침입) 혐의는 무죄로 판단한 원심을 그대로 유지했습니다. 남편이 공동 거주자의 지위를 이탈했다고 볼 수 없고, 그의 출입을 금지할 법률적 근거가 없었으므로 물리력 행사에도 불구하고 주거침입죄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 피고인 2 (아버지), 피고인 3 (어머니): 폭력행위처벌법 위반(공동주거침입)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환송했습니다. 공동 거주자인 피고인 1의 통상적인 주거 이용 행위에 수반되어 함께 출입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으므로 주거침입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피고인 2의 나머지 유죄 부분(공동재물손괴등)도 주거침입죄 부분과의 경합범 관계에 따라 함께 파기 환송되었습니다.
• 검사 및 피고인 1의 상고는 기각되었습니다.

결론

대법원은 공동 주거 관계가 실질적으로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공동 거주자의 주거지 출입은 다른 공동 거주자의 의사에 반하더라도 주거침입죄로 볼 수 없다는 법리를 재확인했습니다. 이는 주거침입죄의 보호 법익인 '사실상 주거의 평온'이 공동 주거 관계에서는 일정 부분 제약될 수밖에 없으며, 공동 거주자는 서로 이러한 제약을 용인해야 한다는 관점에서 이루어진 판단입니다. 또한, 공동 거주자의 통상적인 주거 이용 행위에 수반하여 동반 출입한 외부인의 행위 역시 주거침입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그러나 출입 과정에서 발생한 물리력 행사는 재물손괴 등 다른 범죄로 처벌될 수 있음을 명확히 했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이 사건과 관련된 주요 법령 및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 형법 제319조 제1항 (주거침입): '사람의 주거, 관리하는 건조물, 선박이나 항공기 또는 점유하는 방실에 침입한 자'를 처벌합니다. 대법원은 주거침입죄의 보호 법익을 '사실상 주거의 평온'으로 해석합니다. '침입'은 거주자가 주거에서 누리는 사실상의 평온 상태를 해치는 행위 태양으로 주거에 들어가는 것을 의미하며, 객관적ㆍ외형적으로 드러난 행위 태양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 공동 거주자의 주거침입죄 성립: 대법원은 행위자 자신이 단독으로 또는 다른 사람과 공동으로 거주하는 주거에 임의로 출입하더라도, 그가 공동 생활 관계에서 이탈했거나 주거에 대한 사실상의 지배·관리를 상실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주거침입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이 사건에서 남편(피고인 1)은 법적인 이혼이나 출입금지 명령 등이 없었으므로, 다툼으로 잠시 집을 나갔어도 공동 거주자 지위를 이탈하지 않았다고 보아 그의 강제 출입을 주거침입으로 보지 않았습니다.
• 공동 거주자의 승낙을 받은 외부인의 주거침입죄 성립: 외부인이 공동 거주자 중 한 사람의 승낙을 받아 주거에 들어갔을 때, 그 출입이 승낙한 공동 거주자의 통상적인 주거 이용 행위의 일환이자 이에 수반되는 행위로 평가될 수 있다면, 다른 공동 거주자의 의사에 반하고 물리력이 동원되었더라도 주거침입죄가 성립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부모(피고인 2, 3)의 출입은 남편(공동 거주자)의 주거 이용에 수반된 것으로 판단되어 주거침입죄가 부정되었습니다.
•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공동재물손괴등): 주거침입죄와 별개로, 출입문 걸쇠를 파손한 행위는 재물손괴에 해당하며, 이에 대해서는 유죄가 인정되었습니다. 이는 강제적인 출입 시 발생한 다른 불법 행위는 별도로 처벌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 형법 제20조 (정당행위) 및 제23조 (자구행위): 피고인들은 자신들의 행위가 정당행위 또는 자구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정당행위는 법령에 의한 행위 또는 업무로 인한 행위 기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를, 자구행위는 법정 절차에 따라 청구권을 보전하기 불능한 경우에 그 청구권의 실행 불능 또는 현저한 실행 곤란을 피하기 위한 상당한 행위를 말합니다.
•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2021년에 개정된 가정폭력처벌법은 형법상 주거침입죄를 가정폭력범죄에 포함시켰습니다. 이는 가정 내 폭력에 대해 국가가 적극 개입하여 피해자를 보호하려는 취지입니다. 이 사건 다수의견은 이 법리가 직접 적용될 상황이 아니라고 보았으나, 반대의견은 이 법 개정 취지에 따라 공동 거주자 사이의 폭력적 주거침입도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참고 사항

유사한 상황에 처했을 때 다음 사항들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 공동 거주자의 지위 유지 여부 확인: 부부 등 공동 주거 관계에 있는 사람이 단순히 집을 잠시 떠났다고 해서 공동 거주자로서의 지위를 상실하는 것은 아닙니다. 법원의 이혼 조정 결정이나 출입금지 가처분 결정 등 명확한 법적 절차 없이 일방적으로 출입을 막는 것은 정당한 이유로 인정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 물리력 사용의 위험성: 다른 공동 거주자의 출입을 막거나, 또는 자신이 출입하기 위해 잠금장치를 손괴하는 등 물리력을 사용하는 행위는 주거침입죄와 별개로 재물손괴, 폭행, 상해 등 다른 형사 범죄로 처벌될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도 출입문 걸쇠를 부순 재물손괴 혐의는 유죄로 인정되었습니다.
• 법적 절차의 활용: 공동 거주자 간 주거지 출입에 대한 분쟁이 있을 경우, 감정적인 대처나 물리력 행사보다는 법원에 출입금지 가처분, 접근 금지 등 임시 조치를 신청하여 법률적인 해결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특히 가정폭력 상황에서는 가정폭력처벌법에 따라 주거로부터의 퇴거 또는 접근 금지 명령을 받을 수 있습니다.
• 외부인 동반 시 주의: 공동 거주자의 승낙을 받아 집에 들어가는 외부인이라도, 다른 공동 거주자의 명확한 반대가 있고 이 과정에서 물리력이 동원되는 경우, 비록 주거침입죄는 아니더라도 다른 범죄(예: 재물손괴 공범)에 연루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신중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