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동
이 사건은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라인에서 근무하던 직원이 퇴직 후 뇌종양 진단을 받고 사망하자, 그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를 신청했으나 불승인된 처분에 대해 취소를 구한 사건입니다. 하급심은 업무와 질병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았으나, 대법원은 희귀질환의 특수성 및 역학조사의 한계 등을 고려하여 인과관계를 다시 판단해야 한다며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환송했습니다.
망인은 1997년부터 2003년까지 약 6년 2개월간 삼성전자 반도체 조립라인에서 검사공정 생산직으로 근무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벤젠, 포름알데히드, 납, 비전리방사선 등의 발암물질에 노출되었을 가능성이 있고, 4조 3교대 또는 3조 3교대 근무 및 연장근무로 불규칙한 생활을 했습니다. 퇴직 후 2010년 뇌종양(교모세포종) 진단을 받고 2012년에 사망했으며, 망인의 가족 중 유전 질환이나 암 환자는 없었습니다. 유족이 2011년 요양급여를 신청했으나, 근로복지공단은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역학조사 결과에 따라 업무와 뇌종양 발병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요양 불승인 처분을 내렸습니다. 이후 반도체 사업장 위험성에 대한 사회적 논란이 지속되었고, 추가적인 조사에서 작업환경 유해물질 노출 가능성이 더 확인되었습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업무상 질병 인정 기준인 업무와 질병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희귀질환의 경우 어떻게 해석하고 증명해야 하는지, 특히 첨단산업 현장의 복합적인 유해 요인과 역학조사의 한계를 고려하여 인과관계를 판단할 수 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대법원은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했습니다. 이는 원심이 업무상 재해의 상당인과관계에 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아 판결에 영향을 미쳤다는 판단에 따른 것입니다.
대법원은 희귀질환 발생의 특수성과 역학조사의 한계 등을 인정하며, 업무와 질병 사이의 인과관계 증명에 있어 근로자에게 보다 유리한 간접사실을 폭넓게 고려해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이는 첨단산업 현장의 업무상 질병 인정 기준에 중요한 선례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 사건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5조 제1호'의 업무상 재해 인정 기준과 관련이 깊습니다. 이 법은 '업무상의 사유에 따른 질병'을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는데, 여기서 핵심은 '업무와 질병 사이의 인과관계'입니다. 법원은 이 인과관계를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확하게 증명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법적·규범적 관점에서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면 그 증명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고 설명합니다. 이는 근로자에게 발병한 질병이 첨단산업 현장에서 발생하는 이른바 '희귀질환'이고 연구결과가 충분하지 않아 인과관계 규명이 곤란하더라도 쉽사리 부정할 수 없음을 의미합니다. 특히 희귀질환의 평균 발병률보다 특정 산업 종사자 군에서 발병률이 높거나, 사업주의 협조 거부 등으로 유해요소를 특정할 수 없었던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이는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는 데 유리한 간접사실로 고려될 수 있습니다. 또한, 작업 환경에 여러 유해물질이나 유해요소가 복합적, 누적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법리가 적용됩니다. 이는 근로자가 노출 기준 이하의 유해물질에 노출되었더라도, 다른 유해인자나 불규칙한 근무 환경 등과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질병 발생 위험을 키울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유사한 상황에 처했을 때는 다음 사항들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첫째, 과거 작업 환경, 노출된 물질의 종류와 노출 정도, 근무 형태(교대 근무 여부, 연장 근무 시간), 작업 강도 등 업무 관련 기록을 최대한 상세하게 확보하고 보존해야 합니다. 둘째, 개인의 건강 상태 변화, 발병 시기, 가족력 등 의학적 기록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셋째, 희귀질환의 경우 의학적, 자연과학적으로 명확한 인과관계 증명이 어렵더라도, 법적, 규범적 관점에서 상당인과관계를 인정받을 여지가 있으므로 포기하지 말고 관련 정보를 수집해야 합니다. 넷째, 작업 환경에 여러 유해물질이나 유해 요소가 복합적, 누적적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고려하고, 개별 유해인자 노출 기준 이하라도 장기간 노출되었을 경우의 위험성을 주장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역학조사의 한계나 불충분한 조사가 있었다면 이를 지적하고 추가 조사를 요구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합니다. 발병률이 특정 산업 종사자 군에서 높거나, 일반적인 발병 연령보다 이른 나이에 발병한 경우 등은 인과관계를 인정하는 데 유리한 간접 사실이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