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채권/채무 · 행정
빚이 많은 한 회사가 여러 채권자 중 한 곳에만 돈을 받을 권리(채권)를 넘겨주자, 다른 채권자가 이 행위는 자신들에게 손해를 입히는 사해행위이므로 취소해달라고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원심 법원은 사해행위가 아니라고 판단했지만, 대법원은 채무자가 빚이 많은 상태에서 특정 채권자에게 채권 본래의 방식이 아닌 다른 자산을 넘기는 행위는 원칙적으로 사해행위가 될 수 있다며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돌려보냈습니다.
주식회사 로비스코리아는 2008년 4월 23일 기준으로 주식회사 동방에 대한 컨테이너 하역대금 채무 약 3억 6천5백만 원을 포함해 총 5억 원이 넘는 빚을 지고 있었습니다. 로비스코리아는 이 빚을 갚기 위해 유니코로지스틱스 주식회사로부터 매월 1억 원씩 받을 거래대금 채권을 주식회사 동방에게 넘겨주었습니다. 이때 로비스코리아는 주식회사 굿프렌드로지스틱에도 약 6천4백만 원의 운송대금 채무를 지고 있었습니다. 주식회사 굿프렌드로지스틱은 로비스코리아가 주식회사 동방에게 채권을 양도한 행위가 자신들과 같은 다른 채권자들에게 손해를 입히는 사해행위이므로 이를 취소하고 원상회복을 요구하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채무자가 빚이 많은 상태에서 특정 채권자에게 채무 본래의 변제 방식이 아닌 다른 재산(채권)을 양도한 행위가 다른 채권자들을 해하는 사해행위에 해당하는지 판단하는 기준은 무엇인가요?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인천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돌려보냅니다.
대법원은 원심 법원이 채무자와 채권을 넘겨받은 회사 사이에 다른 채권자들을 해칠 의도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만으로 사해행위를 아니라고 단정한 것은 잘못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채무자가 빚이 많은 상태에서 여러 채권자 중 한 곳에만 채무의 본래 목적이 아닌 다른 채권이나 재산을 넘기는 행위는 원칙적으로 다른 채권자들에 대한 사해행위가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채권을 넘겨준 회사의 전체 재산에서 해당 채권이 차지하는 비중, 채권 양도로 인해 채무자가 얼마나 빚을 갚기 어려운 상태가 되었는지, 채권을 양도한 이유나 경제적 목적, 채무자와 채권을 넘겨받은 회사 간의 의사소통 내용 등 여러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해행위 여부를 최종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이 판결은 민법 제406조(채권자취소권)에 근거합니다. 채권자취소권이란 채무자가 채권자를 해치는 것을 알면서 재산권을 목적으로 하는 법률행위를 했을 때, 채권자가 그 행위를 취소하고 재산을 원상회복하도록 법원에 청구할 수 있는 권리입니다. 특히 이 판결은 사해행위가 성립하는 기준에 대해 다음과 같은 법리를 설명합니다.
사해행위 판단의 종합적 고려: 채무자가 재산을 줄이는 행위로 인해 일반 채권자들을 위한 공동 담보가 부족해지거나 더 심각해진 경우, 그 행위가 사해행위인지 여부는 해당 재산이 채무자 전체 재산에서 차지하는 비중, 채무자의 빚 갚을 능력이 얼마나 없어졌는지, 법률행위의 경제적 목적이 타당한지, 해당 행위가 적절한 수단이었는지, 의무적으로 행해야 했거나 피할 수 없는 상황이었는지, 채무자와 이득을 얻은 사람 사이에 다른 채권자를 해치려는 통모가 있었는지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해야 합니다.
특정 채권자에 대한 자산 양도의 사해성: 채무가 많은 상태에 있는 채무자가 여러 채권자 중 일부에게만 빚을 갚는 것과 관련하여, 빚의 본래 목적(예: 현금으로 빚을 갚는 것)이 아닌 다른 채권이나 적극 재산(플러스 재산)을 양도하는 행위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다른 채권자들에 대한 관계에서 사해행위가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위에서 언급한 사해성 판단 기준에 비추어 그 행위가 궁극적으로 일반 채권자를 해하는 행위로 볼 수 없는 특별한 경우에는 사해행위가 부정될 수도 있습니다.
회사가 빚이 많은 상황에서 특정 채권자에게만 재산(예: 받을 돈)을 넘겨주는 경우 다른 채권자들이 소송을 제기하여 그 행위가 취소될 수 있습니다. 특히 빚이 있는 회사가 채무를 갚는 방식이 아닌 다른 형태(예: 채권을 양도하는 등)로 재산을 특정 채권자에게 넘겼다면, 이는 다른 채권자들이 돈을 돌려받을 공동 담보를 줄이는 행위로 간주될 수 있습니다. 법원은 이러한 행위가 사해행위에 해당하는지 판단할 때, 단순히 재산을 넘겨준 회사와 넘겨받은 회사 사이에 다른 채권자를 해치려는 의도가 있었는지 여부만을 보지 않고, 해당 재산이 회사 전체 재산에서 차지하는 비중, 재산을 넘겨준 이후 회사의 재정 상태, 재산을 넘겨준 경위와 경제적 목적 등 다양한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한다는 점을 알아두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