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정
용인 동백지구에서 아파트를 분양한 건설회사들이 아파트 분양 가격과 중도금 이자 후불제에 대해 담합했다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명령, 공표명령, 과징금 부과 처분에 불복하여 제기된 소송입니다. 대법원은 분양 가격에 대해서는 실제 가격 편차가 커서 외형상 일치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원심 판결 중 가격 담합 관련 부분을 파기환송했으나, 중도금 이자 후불제에 대해서는 외형상 일치가 인정되고 합의 추정을 복멸할 증거가 없다고 보아 담합으로 인정하고 관련 처분은 적법하다고 판단했습니다.
2003년 7월 25일부터 8월 5일까지 용인 동백택지개발지구에서 아파트를 분양한 10개 건설회사들이 평당 분양가를 ‘700만 원 전후’로 조정하고 중도금 이자 후불제를 적용하여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담합 혐의로 시정명령과 과징금 처분을 받았습니다. 이들 회사들은 2002년 7월 3일 협의체를 구성하여 분양가 가이드라인과 분양 업무 추진 방식에 대한 정보를 교환하고 논의를 진행했으며, 2003년 7월 16일 협의체 회의에서 ‘평당 700만 원 전후’로 분양가를 조정하는 것에 대해 논의한 사실이 있습니다. 이에 건설회사들은 독자적인 경영 판단에 따른 것이라며 공정거래위원회의 처분에 불복하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건설회사들이 아파트 분양 가격을 ‘평당 700만 원’을 중심으로 조정한 것이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상 부당한 공동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와 중도금 이자 후불제를 일괄적으로 적용한 것이 담합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주요 쟁점입니다. 특히, ‘행위의 외형상 일치’ 여부와 합의 추정을 복멸할 수 있는지에 대한 판단 기준이 중요하게 다루어졌습니다.
대법원은 원심판결 중 아파트 분양가 책정행위에 관한 시정명령, 공표명령 및 과징금 납부명령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습니다. 반면, 중도금 이자 후불제 책정행위에 관한 시정명령, 공표명령, 과징금 납부명령은 정당하다고 보아 나머지 상고를 기각했습니다.
대법원은 건설사들의 아파트 분양가 책정 행위에 대해 실제 분양 가격의 편차가 상당하여 행위의 외형상 일치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아 공정거래위원회의 관련 시정명령 및 과징금 부과를 취소하도록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중도금 이자 후불제는 대부분의 건설사들이 공통으로 채택하여 외형상 일치가 인정되고 합의 추정을 복멸할 만한 증거도 없어 담합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이 판결은 담합 판단 시 ‘행위의 외형상 일치’ 기준을 명확히 하고, 가격이라는 민감한 요소에 대한 담합은 실제 결과의 편차가 크다면 인정되기 어려움을 보여주었습니다.
이 사건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법) 제19조 제1항의 부당한 공동행위 금지 규정 및 제19조 제5항의 합의 추정 규정과 관련이 있습니다.
법 제19조 제1항 (부당한 공동행위의 금지): 사업자는 계약, 협정, 결의 또는 기타 어떠한 방법으로도 다른 사업자와 공동으로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를 할 수 없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특히 가격을 결정, 유지 또는 변경하는 행위가 문제되었습니다.
법 제19조 제5항 (합의의 추정): 공정거래위원회가 2 이상의 사업자가 법 제19조 제1항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고 있고, 그것이 일정한 거래분야에서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 행위라는 간접사실을 입증하면, 그 사업자들이 공동행위를 합의한 것으로 추정합니다. 대법원은 여기서 ‘행위의 외형상 일치’ 여부를 판단할 때, 사업자들이 합의나 암묵적인 양해를 추단하게 하는 정황사실은 고려해서는 안 되고, 오직 행위의 외형이 실질적으로 일치하는지 여부만을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즉, 가격 담합의 경우 실제 최종 분양가의 편차가 크다면 비록 협의체에서 가이드라인 논의가 있었더라도 이를 ‘외형상 일치’로 보기는 어렵다는 것입니다.
관련 시장 획정의 법리: 법 소정의 부당공동행위를 판단하기 위한 전제로서 관련 시장을 획정할 때에는 거래 대상 상품의 기능 및 효용의 유사성, 구매자들의 대체가능성에 대한 인식 및 그와 관련한 경영 의사 결정 형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신규분양 아파트는 기존 아파트나 분양권과 대체성이 크지 않으며, 대규모 택지개발지구 내 아파트는 해당 지구 자체로 시장을 형성하므로 ‘동백지구 내 신규분양 아파트 시장’을 관련 시장으로 획정했습니다.
합의 추정의 복멸: 법 제19조 제5항에 따라 합의로 추정된 사업자들은 시장의 특성, 상품의 속성, 유통 및 가격 결정 구조, 개별 업체의 시장 지위, 경영 판단의 정당성, 직접적 의사교환 실태, 우연의 일치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거래 통념상 합리적으로 판단했을 때 담합이 아니라는 점을 입증하여 추정을 뒤집을 수 있습니다.
만약 여러 사업자가 유사한 상품이나 서비스의 가격을 유사하게 책정하는 경우, 단순히 평균 가격이 비슷하다는 이유만으로 담합으로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실제 개별 상품의 품질, 입지, 브랜드 이미지 등 개별 특성을 고려한 후에도 가격이 실질적으로 거의 일치해야 '행위의 외형상 일치'가 인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면, 중도금 이자 후불제와 같이 특정 대금 지급 방식을 여러 사업자가 거의 예외 없이 공통으로 적용하는 경우, 이는 담합으로 인정될 여지가 매우 큽니다. 사업자들 간에 정보 교환이나 논의가 있었다면, 각자의 독자적인 판단에 따라 가격이나 조건을 결정했다는 점을 명확히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충분히 준비해야 합니다. 가격 결정 과정에서 개별 사업자의 특성을 반영한 상당한 편차가 있다면 담합 추정을 뒤집을 수 있는 중요한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