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 연쇄 추돌 사고 사망에 대한 손해배상 판결

고속도로 갓길에 전도된 차량에 탑승 중이던 피해자가 뒤따르던 다른 차량의 추돌로 인해 사망한 사고에 대해, 피해자 유족이 후행 추돌 차량의 보험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입니다. 법원은 후행 추돌 사고가 사망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판단하고, 선행 사고 운전자 과실이나 피해자의 안전띠 미착용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으며, 보험사가 유족에게 손해배상금 2억 3천여만 원을 지급할 것을 명했습니다.

관련 당사자

• 원고 A: 사망한 피해자의 자녀로서, 다른 상속인들로부터 손해배상채권을 양도받아 보험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사람
• 피고 B 주식회사: 피해자를 추돌하여 사망에 이르게 한 그랜저 차량의 자동차종합보험을 체결한 보험사
• 피해자 C: 고속도로 연쇄 추돌 사고로 인해 사망한 사람으로, 1차 사고 차량인 마티즈의 소유주이자 조수석 탑승자
• D: 피해자 C의 아들이자 1차 사고 마티즈 차량을 운전하여 갓길에 전도시킨 사람
• E: 2차 사고 그랜저 차량을 운전하여 갓길의 마티즈 차량을 추돌한 사람

분쟁 상황

2017년 8월 20일, 피해자 C는 아들 D이 운전하는 마티즈 차량 조수석에 탑승하여 고속도로를 달리던 중 D의 과실로 마티즈 차량이 갓길에 좌전도되는 1차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이 사고 직후, E가 운전하던 그랜저 차량이 갓길에 전도된 마티즈 차량의 후면부를 들이받는 2차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피해자 C는 1, 2차 사고 직후 마티즈 차량 바깥 앞쪽에서 중증 흉부장기손상을 입고 사망했습니다. 피해자의 상속인인 자녀 D, F, 원고 A 중 D과 F은 자신들의 손해배상채권을 원고 A에게 양도했고, 원고 A는 그랜저 차량의 보험사인 피고 B 주식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금을 청구했습니다. 피고는 1차 사고 운전자인 D의 과실이 피해자 측 과실로 참작되어야 하고, 피해자가 안전띠를 착용하지 않아 손해가 확대되었으며, 피해자의 기왕증이 사망에 영향을 주었다는 등 여러 이유를 들어 책임 제한을 주장했습니다.

핵심 쟁점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1. 피해자의 사망이 후행 추돌 사고(2차 사고)로 인해 발생한 것인지 여부.
2. 선행 사고(1차 사고)를 유발한 피해자 아들의 과실을 피해자 측 과실로 보아 손해배상액을 감액할 수 있는지 여부.
3. 피해자가 사고 당시 안전벨트를 착용하지 않아 손해가 확대되었으므로 이를 과실로 참작할 수 있는지 여부.
4. 피해자의 기왕증(기존 질병)이 사망에 영향을 주었으므로 이를 손해배상액 산정에 참작할 수 있는지 여부.
5. 손해배상 책임 범위(일실수입, 장례비, 위자료) 및 공제 금액 산정.

법원의 판단

법원은 피고(보험사)는 원고에게 2억 3,969만 2,800원 및 이에 대한 2017년 8월 20일부터 2021년 8월 31일까지는 연 5%,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원고의 나머지 청구는 기각되었습니다.

결론

법원은 고속도로 갓길에서 발생한 연쇄 추돌 사고에서 피해자의 사망 원인이 후행 추돌 사고에 있다고 보았고, 선행 사고 운전자의 과실이나 피해자의 안전띠 미착용, 기왕증 주장은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이에 따라 후행 차량의 보험사인 피고는 원고에게 일실수입, 장례비, 위자료를 포함한 총 2억 3천여만 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할 책임이 있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이 사건과 관련하여 적용된 주요 법령과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자동차의 운행으로 사람이 사망하거나 부상한 경우 손해배상 책임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피고는 가해 차량인 그랜저 차량에 대한 보험자로서 이 법에 따라 피해자와 그 상속인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습니다.
2. 민법 제750조 (불법행위의 내용)​: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2차 사고 운전자 E의 과실로 피해자가 사망하였으므로, 이는 불법행위에 해당하여 손해배상 책임이 발생합니다.
3. 과실상계 원칙 (민법 제396조, 제763조)​: 손해배상액을 산정할 때, 피해자에게도 손해 발생이나 확대에 대한 과실이 있는 경우 법원은 이를 참작하여 손해배상액을 감액할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피고가 1차 사고 운전자인 D의 과실을 피해자 측 과실로 주장하거나 피해자의 안전띠 미착용, 기왕증 등을 들어 과실상계를 주장했으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 대법원 1998. 6. 9. 선고 98다8820 판결: 피해자가 동승한 차량 운전자의 과실을 피해자 측 과실로 참작할 수 있는 경우는 피해자가 동승 차량의 실질적인 운행자에 해당하거나 운전자 내지 운행자와 신분상 또는 생활관계상 일체를 이루는 관계에 있다고 인정될 때로 한정됩니다. 이 사건에서는 피해자가 다른 차량의 가해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였으며, 법원은 1차 사고 운전자인 D의 과실을 피해자 측 과실로 참작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 대법원 2012. 3. 29. 선고 2011다110692 판결: 고속도로 선행사고 후 안전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과실이 후행 추돌사고의 손해배상 책임 분담에 참작될 수 있다고 보지만, 이 사건에서는 1차 사고 직후의 짧은 시간과 사고 상황을 고려할 때 D에게 안전조치와 관련된 과실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4.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금전채무의 이행을 명하는 판결을 선고할 경우, 지연손해금에 대해 소송이 제기된 날부터 판결 선고일까지는 민사법정 이율을,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이율을 적용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사건 판결에서도 이 법률에 따라 지연손해금 이율을 적용했습니다.

참고 사항

유사한 문제 상황에 처했을 때 다음 사항들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1. 사고 원인과 사망 기여도 명확화: 연쇄 사고의 경우, 각 사고가 피해 발생 및 사망에 미친 영향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후행 사고가 사망의 직접적 원인임을 입증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이 사건에서는 1차 사고 당시 마티즈 차량 내부 대화 내용, 차량 손상 상태, 피해자가 튕겨져 나간 경위 등을 통해 2차 사고가 사망 원인임을 인정했습니다.
2. 피해자 측 과실 인정 범위: 동승자 사망 사고에서 운전자의 과실을 피해자 측 과실로 보아 손해배상액을 감액할 수 있는지는 해당 운전자와 피해자가 신분상 또는 생활관계상 일체를 이루는 관계에 있었는지 여부를 면밀히 따져봐야 합니다. 단순히 자녀가 운전했다고 해서 무조건 피해자 측 과실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3. 안전조치 의무와 시간적 여유: 고속도로에서 사고 발생 후 안전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지만, 이 사건처럼 사고 간격이 매우 짧고 부상 등으로 즉시 조치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안전조치 미흡에 대한 과실을 인정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4. 안전띠 미착용, 기왕증 등 책임 제한 사유 입증: 보험사 측에서 안전띠 미착용이나 기왕증을 주장할 경우, 그 사실을 입증할 명확한 증거가 있어야만 책임 제한 사유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단순히 사고 당시 안전띠를 착용하지 않았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며, 1차 사고 후 안전띠를 풀었을 가능성 등 구체적인 상황을 고려해야 합니다.
5. 채권양도를 통한 손해배상 청구: 여러 상속인이 있는 경우, 일부 상속인이 다른 상속인들로부터 손해배상채권을 양도받아 단독으로 소송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이는 소송 절차의 효율성을 높이는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