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류/처분/집행 · 사기 · 금융
피고인 A와 B는 각각 대가를 받고 자신의 체크카드를 빌려주거나 이를 알선하여 전자금융거래법을 위반하였습니다. 또한 이들이 대여하거나 알선한 체크카드는 J, K 등이 미성년자의 부모 정보를 도용하여 3천여만원의 비대면 대출을 받아 인출하는 컴퓨터등사용사기 범행에 사용되었고, 이 과정에서 A와 B는 사기 범행을 방조한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법원은 피고인 A에게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 피고인 B에게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고 보호관찰 및 사회봉사를 명령했습니다. 한편 피해자 C의 배상명령 신청은 피고인들과 합의하였기에 각하되었습니다.
피고인 A는 2019년 12월경 자신의 페이스북에 '돈이 필요하다'는 글을 올렸고, 이를 본 피고인 B로부터 '체크카드를 빌려주면 건당 15만원을 주겠다'는 제안을 받아들였습니다. 이에 A는 2019년 12월 말경 B에게 20만원을 받고 자신의 F은행 체크카드를 건네주었으며, 2020년 1월 17일경 B의 요구로 재발급받은 체크카드를 화물택배로 B에게 보내주었습니다. 이후 2020년 1월 6일경 A는 B가 페이스북에 게시한 '하루 15만원에서 20만원을 벌 수 있다. 돈 필요한 사람은 연락하라'는 글을 보고 B에게 연락하여, '체크카드를 넘겨주면 하루 이체한도 600만원을 사용할 때마다 15만원에서 20만원을 받을 수 있다'는 설명을 들었습니다. A는 B의 지시에 따라 자신의 G은행 체크카드 1장을 화물택배를 이용하여 동서울터미널로 발송하여 자금세탁업자 H에게 전달하고 비밀번호를 알려주었습니다. 피고인 B는 2020년 1월 6일경 H로부터 체크카드 대여를 알선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페이스북에 모집 글을 올렸으며, 이 글을 보고 연락 온 A에게 체크카드 대여 방법을 설명한 후 H에게 카드를 보내도록 지시하여 A가 H에게 체크카드를 대여하도록 알선했습니다. 한편 J, K 등은 공모하여 미성년자의 부모 정보를 도용하여 O은행 인터넷 사이트에서 피해자 C 명의로 30,800,000원의 비대면 대출을 받았고, 이 대출금을 도박 사이트 계좌 및 대포통장으로 송금했습니다. 피고인 A와 B는 H가 대포계좌를 사용하여 사기 피해금원을 자금세탁하려는 목적임을 알면서도, B는 A가 자신의 G계좌 체크카드를 H에게 대여하도록 알선하고 A는 그 체크카드를 H에게 대여했습니다. 결과적으로 H는 이 체크카드를 이용하여 피해자 C 명의 계좌에서 1,500,000원을 인출하였고, 이로써 피고인들은 J, K 등의 컴퓨터등사용사기 범행을 용이하게 도운 것입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대가를 약속하고 체크카드 등 금융거래 접근매체를 타인에게 빌려주거나 빌려받는 행위는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에 해당하는지 여부입니다. 둘째, 접근매체 대여를 알선하는 행위 또한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에 해당하는지 여부입니다. 셋째, 타인 명의의 체크카드를 이용한 대출 사기 범행에 자신의 카드를 빌려주거나 그 대여를 알선하여 주범들의 범행을 용이하게 한 행위가 컴퓨터등사용사기 방조에 해당하는지 여부입니다.
법원은 피고인 A에게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 보호관찰 및 16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령했습니다. 피고인 B에게는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 보호관찰 및 16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령했습니다. 피해자 C의 배상명령 신청은 피고인들과 합의가 이루어져 배상명령을 하는 것이 타당하지 않다고 보아 각하되었습니다.
법원은 피고인들이 금융거래의 신뢰와 안전을 해치고 시장질서를 교란했으며, 컴퓨터등사용사기 범행을 용이하게 하여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물을 필요가 있다고 보았습니다. 특히 피고인 B는 접근매체를 빌려받았을 뿐만 아니라 대여 행위까지 알선하여 더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다만 피고인 A와 B 모두 자신의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태도를 보였으며, 피해자 C에게 각각 600만원을 지급하고 원만히 합의하여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는 점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습니다. 또한 이들의 기존 집행유예 전과와 동시에 재판받았을 경우와의 형평성도 고려하여 이례적으로 집행유예를 선고했습니다.
이 사건에 적용된 주요 법령과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1. 구 전자금융거래법(2020. 5. 19. 법률 제1729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6조 제3항 제2호, 제49조 제4항 제2호 (접근매체 대여 및 대여받는 행위 금지 및 처벌) 이 법 조항은 누구든지 대가를 주고받거나 요구 또는 약속하면서 접근매체(체크카드, 계좌 비밀번호 등)를 빌려주거나 빌려 받아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금융거래의 안전성과 신뢰를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피고인 A는 B에게, 또 H에게 자신의 체크카드를 빌려주고 대가를 받았으며, 피고인 B는 A로부터 체크카드를 빌리고 A에게 대가를 주어 이 조항을 명백히 위반했습니다. 이러한 행위는 불법적인 자금 유통이나 사기 범죄에 악용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엄격히 금지됩니다.
2. 구 전자금융거래법 제6조 제3항 제5호, 제49조 제4항 제4호 (접근매체 대여 알선 행위 금지 및 처벌) 이 조항은 대가를 주고받거나 요구 또는 약속하면서 접근매체의 대여를 알선하는 행위 또한 금지합니다. 피고인 B는 H의 요구에 따라 A가 H에게 체크카드를 빌려주도록 중간에서 연결하고 주선함으로써 이 조항을 위반했습니다. 알선 행위 역시 접근매체 대여와 마찬가지로 금융 시스템의 건전성을 해치고 범죄를 용이하게 할 수 있어 처벌 대상이 됩니다.
3. 형법 제347조의2 (컴퓨터등사용사기) 및 제32조 제1항 (방조) 컴퓨터등사용사기는 컴퓨터 등 정보처리장치에 허위 정보나 부정한 명령을 입력하여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취득하게 하는 범죄를 말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J, K 등이 미성년자를 이용해 피해자 C 명의로 30,800,000원을 비대면 대출받아 인출한 행위가 이에 해당합니다. 방조는 정범의 범행을 돕는 행위를 의미하며, 정범의 범행이 용이하게 이루어지도록 간접적으로 기여한 경우에도 성립할 수 있습니다. 피고인 A와 B는 자신들이 대여하거나 알선한 체크카드가 J, K 등의 비대면 대출 사기 범행에 사용되어 피해자 C의 돈이 인출되는 것을 용이하게 하였으므로, 이들의 사기 범행을 방조한 것으로 인정되었습니다.
4. 형법 제32조 제2항, 제55조 제1항 제3호 (방조범 감경) 방조범은 정범의 범행을 직접 실행한 자(정범)에 비해 그 책임이 경미하다고 보아 정범보다 형이 감경될 수 있다는 규정입니다.
5. 형법 제37조 전단, 제38조 제1항 제2호, 제50조 (경합범 가중) 경합범이란 하나의 판결로 여러 개의 죄를 동시에 처벌하는 경우를 말합니다. 이때 가장 무거운 죄에 정해진 형량의 일정 부분까지 가중하여 처벌할 수 있습니다. 피고인들은 전자금융거래법 위반과 컴퓨터등사용사기 방조 등 여러 죄를 동시에 저질렀으므로 경합범으로 처리되어 가중 처벌이 적용되었습니다.
6. 형법 제62조 제1항 (집행유예) 및 제62조의2 (보호관찰 및 사회봉사명령) 집행유예는 일정한 형을 선고하되, 그 형의 집행을 일정 기간 유예하고, 유예 기간 동안 재범 없이 선량하게 지내면 형의 선고 효력을 상실시키는 제도입니다. 이 사건에서 피고인들의 반성 태도, 피해자와의 합의 등의 사유가 참작되어 집행유예가 선고되었습니다. 보호관찰 및 사회봉사명령은 집행유예 기간 동안 보호관찰관의 지도 감독을 받거나 사회에 봉사하는 활동을 명령하는 것으로, 재범을 방지하고 사회에 기여하도록 하는 목적이 있습니다.
7.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32조 제1항 제3호, 제25조 제3항 제3호 (배상명령 각하) 이 법률은 피해자가 형사 재판 과정에서 피고인에게 직접 배상을 명령해 달라고 신청하는 '배상명령'에 관한 규정입니다. 피해자가 가해자와 직접 합의하여 이미 피해 배상을 받은 경우, 법원은 이중 배상을 피하고 효율적인 재판 진행을 위해 배상명령 신청을 각하할 수 있습니다. 본 사건에서 피해자 C가 피고인들과 합의하여 배상금을 지급받았기에 법원은 배상명령 신청을 각하했습니다.
비슷한 문제 상황에서 다음과 같은 점들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첫째, 체크카드, OTP 카드, 공인인증서 등 금융 거래에 사용되는 모든 '접근매체'는 어떠한 경우에도 타인에게 빌려주거나 양도해서는 안 됩니다. 심지어 소액의 대가를 받더라도 이는 불법이며,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으로 엄중한 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둘째, 타인에게 접근매체를 빌려주는 행위는 보이스피싱, 불법 도박 등 다른 범죄의 대포통장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이 경우 단순히 접근매체를 빌려준 것을 넘어 해당 범죄의 공범 또는 방조범으로 함께 처벌받을 수 있으며, 이는 주범과 동일하거나 유사한 수준의 중한 처벌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셋째, '고액 알바', '단순 업무로 돈 벌기' 등 검증되지 않은 방법으로 접근매체 대여를 요구하거나, 개인정보를 제공하면 돈을 벌 수 있다는 식의 제안은 대부분 사기 범죄에 연루될 위험이 매우 높으므로 각별히 주의해야 합니다. 넷째,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은 단순한 법규 위반이 아닌 금융 질서와 사회의 신뢰를 해치는 중대한 범죄로 간주됩니다. 초범이라 할지라도 집행유예나 실형이 선고될 수 있으며, 다른 범죄에 연루될 경우 가중 처벌될 수 있습니다. 다섯째, 만약 본의 아니게 범죄에 연루되었다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피해 회복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피해자와의 원만한 합의는 양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