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금전문제 · 노동
원고인 지역주택조합은 피고인 건축사가 아파트 신축을 위한 교통영향평가 심의접수 용역 업무를 약정된 기한 내에 이행하지 않아 채무불이행이 발생했다며 이미 지급한 용역비 5천만 원의 반환을 청구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피고 건축사의 채무불이행으로 볼 수 없으며 지급된 5천만 원도 기존 설계 용역의 대금으로 판단하여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원고인 지역주택조합은 아파트 신축 사업을 추진하며 피고인 건축사와 여러 차례 설계 용역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마지막 3차 계약에서는 교통영향평가 심의접수 용역이 추가되었고, 계약금액도 증액되었습니다. 원고는 개정 주차장법 시행규칙의 적용을 피하기 위해 2019년 2월 28일까지 교통영향평가 심의접수가 필요했으나, 피고가 이 업무를 이행하지 않아 용역 대금 5천만 원을 돌려달라고 요구했습니다. 반면 피고는 교통영향평가 접수를 하지 못한 것은 원고가 사업 승인을 위한 토지소유권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며, 자신에게 채무불이행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5천만 원은 3차 계약에 따른 추가 용역 대금이 아니라 기존 2차 계약의 대금이라고 반박했습니다.
피고 건축사가 주택조합의 아파트 신축을 위한 교통영향평가 심의접수 용역 업무를 기한 내에 이행하지 않은 것이 채무불이행에 해당하는지 여부와, 원고가 피고에게 지급한 5천만 원이 해당 교통영향평가 용역 대금인지 여부가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이었습니다.
법원은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며,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즉 피고 건축사는 원고에게 5천만 원을 반환할 의무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법원은 3차 계약서에 교통영향평가 심의접수는 '심의접수에 따른 토지확보 동의율 충족 시'에 주차장법 시행 전인 2019년 2월 28일까지 하기로 명시된 점을 주목했습니다. 원고가 이 토지확보 동의율을 충족했다는 증거를 제출하지 않았고 피고에게 용역 수행을 독촉한 정황도 없는 점 등을 고려할 때, 피고가 용역을 수행하지 않은 것이 채무불이행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원고가 지급한 5천만 원은 1차, 2차, 3차에 걸친 설계 계약 및 대금 지급 경위를 살펴볼 때, 3차 계약에서 추가된 교통영향평가 용역이 아닌 2차 계약에 따른 설계 용역의 대금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보아 원고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이 사건은 계약의 채무불이행과 이로 인한 손해배상 또는 부당이득 반환 청구와 관련된 법리가 적용됩니다.
민법 제390조 (채무불이행과 손해배상): 채무자가 계약 내용대로 이행하지 않았을 때 채권자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채무자의 고의나 과실 없이 이행불능이 된 경우에는 책임을 물을 수 없습니다. 본 판결에서는 피고의 채무불이행이 원고의 토지확보 동의율 미충족이라는 조건 불성취로 인한 것이므로 피고에게 채무불이행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민법 제543조 (해지, 해제권): 계약의 해지는 상대방에 대한 의사표시로 이루어집니다. 원고는 소장 부본 송달로 계약 해제를 통보했으나, 채무불이행의 원인이 피고에게 있다고 인정되지 않아 해제의 효력도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민법 제741조 (부당이득의 내용): 법률상 원인 없이 타인의 재산으로 이득을 얻고 이로 인해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이익을 반환해야 합니다. 원고는 지급한 5천만 원이 피고의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부당이득이라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5천만 원이 기존 계약에 따른 용역 대금으로 판단되어 부당이득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조건부 계약 이행: 본 사건의 핵심은 교통영향평가 심의접수 용역이 '토지확보 동의율 충족 시'라는 조건이 붙은 채무였다는 점입니다. 조건이 성취되어야 채무자의 이행 의무가 발생하며, 조건이 불성취된 경우 채무불이행을 주장하기 어렵습니다. 또한, 특정 기한(2019년 2월 28일)이 있었으나 이는 조건이 충족될 경우에만 유효한 기한으로 해석되었습니다.
유사한 분쟁을 피하기 위해서는 계약 내용, 특히 조건부 계약의 경우 조건을 명확하게 기재하고, 조건 성취 여부를 꼼꼼히 확인해야 합니다. 특정 기한까지 업무 수행이 필요한 경우, 그 기한이 어떤 조건에 의해 좌우되는지 명확히 해야 합니다. 또한, 지급된 대금이 어떤 용역에 대한 것인지 회계 처리나 계약서에 상세히 명시하여 추후 대금의 귀속에 대한 다툼이 없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업무 진행 상황에 대한 서면 기록과 함께 상대방에게 업무 수행을 독촉하거나 조건 성취를 통보하는 등의 의사표현을 명확히 남겨두는 것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