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금전문제 · 노동
부동산 컨설팅업체인 원고 회사가 주상복합아파트 신축 판매업을 영위하는 피고 회사와 분양대행 용역계약을 체결했으나, 피고가 일방적으로 계약 파기를 통보하자 원고가 채무불이행 및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으로 약 6억 6천만 원을 청구한 사건입니다. 법원은 계약의 효력 발생 조건인 원고의 사전분양 의무 이행과 PF대출 실행이 모두 불충분하다고 판단하여 계약의 효력이 발생하지 않았으므로,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고 원고가 소송 비용을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원고와 피고는 2018년 10월 5일 대구 수성구 소재 오피스텔 및 근린생활시설의 분양대행 용역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이 계약에는 원고가 2018년 11월 30일까지 해당 건물 3층 또는 4층 전체에 대한 사전분양을 완료하고, 당 사업의 PF대출금 기표가 이루어져야 계약의 효력이 발생한다는 조건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원고는 2018년 11월경 분양대행 사무실을 임차하고, 2018년 12월 13일 및 2019년 1월 17일 두 건의 입점의향서를 받아 피고에게 제출했습니다. 원고는 이를 사전분양 완료로 주장하며 PF대출 업무도 진행 중이었다고 보았습니다. 그러나 피고는 2019년 3월 11일경 원고에게 분양대행계약을 파기하겠다는 통보를 하였습니다. 이에 원고는 피고가 계약상 의무 이행을 거절하고 부당하게 계약을 파기함으로써 인건비 76,020,000원, 사무실 임대료 1,500,000원, 기타 비용 9,967,389원, 분양대행 수수료 579,283,200원을 포함한 총 666,770,589원의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 사건 분양대행 용역계약이 유효하게 성립되었는지, 특히 계약서에 명시된 원고의 '사전분양 완료' 의무와 'PF대출 실행' 조건이 충족되었는지 여부 그리고 피고의 계약 해지 통보가 채무불이행 또는 불법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입니다.
법원은 원고의 모든 청구를 기각하고 소송 비용은 원고가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법원은 이 사건 용역계약 제21조에 따라 ①당사자 날인, ②PF대출금 기표, ③원고의 2018년 11월 30일까지 사전분양 목표 달성이라는 세 가지 효력 발생 조건이 모두 충족되어야 계약이 유효하다고 보았습니다. 그러나 원고가 제출한 입점의향서는 계약이 성립할 정도의 구속력을 가진 '청약'으로 보기 어렵고, 제출 시점도 기한을 넘겼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또한 PF대출금 실행 또한 이루어지지 않았으므로, 계약 자체가 유효하게 발생하지 않았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계약이 유효함을 전제로 하는 채무불이행에 기한 손해배상 청구는 이유 없고, 피고의 계약 해지 행위 또한 유효하지 않은 계약에 대한 것으로 불법행위로 볼 수 없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본 판결은 계약의 효력 발생 요건과 채무불이행, 불법행위 손해배상에 대한 법리를 다루고 있습니다. 민법상 계약은 당사자의 의사표시의 합치로 성립하며(민법 제105조), 그 효력은 법률의 규정 또는 당사자 간의 약정에 따라 발생합니다. 본 사례처럼 계약서에 '조건'이 명시되어 있는 경우, 해당 조건이 성취되어야만 계약의 효력이 비로소 발생합니다. 법원은 입점의향서가 '청약'으로서의 법적 구속력을 가지려면, 상대방의 '승낙'만으로 계약이 성립할 수 있을 정도로 그 내용이 구체적이고 확정적이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건축물의 분양에 관한 법률'에 따라 분양 신고 전에는 정식 분양 계약 체결에 제한이 있을 수 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전분양 완료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최소한 향후 분양 계약 체결 의무를 기속할 수 있는 수준의 합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계약의 효력이 발생하지 않은 경우에는 채무불이행에 기한 손해배상 청구가 인정되지 않으며, 계약을 파기한 행위 역시 위법한 불법행위로 보지 않습니다.
계약 체결 시, 계약의 효력 발생 요건이나 조건부 계약의 경우 그 조건의 내용을 최대한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명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사전분양 완료'와 같은 불확정적일 수 있는 조건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의 서류나 행위가 완료로 간주될지 당사자 간에 사전에 상세히 협의하고 문서화해야 합니다. 또한, 특정 기한 내에 조건을 이행해야 하는 경우, 기한을 연장하거나 조건을 변경할 필요가 생길 때에는 반드시 서면 합의 등 명확한 증거를 남겨야 합니다. 단순한 의향서나 협의만으로는 법적 구속력을 인정받기 어렵고, 향후 분쟁 발생 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사업의 핵심적인 요소인 대출 실행 등 금융 조건 또한 계약의 효력 요건으로 삼을 경우, 해당 조건의 충족 여부를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