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채권/채무 · 행정
신용보증기금이 채무자 B가 빚을 갚지 않기 위해 자신의 부동산 지분을 피고 A에게 넘긴 행위(매매예약)가 사해행위에 해당한다며 이 행위를 취소하고 가등기를 말소해달라고 제기한 소송입니다. 법원은 채무자 B의 행위가 사해행위에 해당하며 피고 A 또한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보아 원고의 청구를 인용했습니다.
채무자 B는 신용보증기금의 보증으로 대출을 받았으나 2021년 4월 5일 신용 악화로 인해 신용보증기금에 대한 사전구상권이 발생했습니다. 이후 B는 2022년 11월 28일 피고 A와 자신의 소유 부동산 지분에 대해 매매예약을 체결하고 A에게 소유권이전청구권 가등기를 마쳐주었습니다. 당시 B는 약 45억 원에 달하는 채무를 부담하고 있었으나 적극재산은 약 8억 원 상당에 불과하여 채무초과 상태였습니다. 이에 신용보증기금은 B의 부동산 처분 행위가 다른 채권자들의 권리를 해하는 사해행위에 해당한다며 법원에 매매예약 취소와 가등기 말소를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신용보증기금이 사해행위를 안 날로부터 제척기간 1년이 지났는지 여부, 신용보증기금의 채권이 문제의 매매예약 이전에 발생했는지 여부, 매매예약 당시 채무자 B가 채무초과 상태였는지 여부, 피고 A가 매매예약이 사해행위임을 알고 있었는지(사해의사) 여부
법원은 피고 A와 채무자 B 사이에 체결된 부동산 매매예약을 취소하고, 피고 A는 채무자 B에게 해당 부동산 지분에 마쳐진 소유권이전청구권 가등기의 말소등기 절차를 이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소송 비용은 피고 A가 부담해야 한다고 결정되었습니다.
재판부는 신용보증기금이 사해행위를 안 날로부터 1년이 경과하지 않았으며 채무자 B에 대한 채권이 매매예약일 이전에 유효하게 존재했고, B가 매매예약 당시 채무초과 상태였음에도 부동산을 넘긴 행위는 사해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피고 A 역시 B의 채무초과 사실이나 사해행위의 가능성을 알고 있었다고 보아 피고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고 원고의 청구를 인용했습니다.
민법 제406조(채권자취소권)에 따르면 채무자가 채권자를 해할 것을 알면서 재산권을 목적으로 한 법률행위(사해행위)를 한 경우, 채권자는 그 행위를 취소하고 재산을 채무자에게 다시 돌려놓을 것을 법원에 청구할 수 있습니다. 이때 채권자는 사해행위를 안 날로부터 1년 또는 법률행위가 있은 날로부터 5년 내에 소송을 제기해야 하는데(제척기간), 이 사건에서는 원고가 가등기가 된 사실을 알았다고 볼 증거가 없어 제척기간을 넘기지 않았다고 판단되었습니다. '피보전채권'은 채권자취소권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채권을 의미하며, 원칙적으로 사해행위 이전에 발생해야 하지만 이 사건처럼 사해행위 당시 채권 발생의 기초가 되는 법률관계가 성립되어 있고 가까운 장래에 채권이 성립될 고도의 개연성이 있다면 예외적으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채무초과'는 채무자의 모든 빚이 가진 재산보다 많은 상태를 말하며, 채무초과 상태에서 중요한 재산을 처분하는 행위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해행위로 추정됩니다. '사해의사'는 채무자나 수익자(재산을 넘겨받은 자)가 그러한 행위가 채권자를 해할 것을 알고 있었다는 의사를 말합니다. 채무자가 채무초과 상태에서 재산을 처분하면 사해의사가 추정되며, 재산을 넘겨받은 수익자도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사해의사가 있었다고 추정됩니다. 수익자가 자신이 선의였다고 주장하려면 적극적으로 이를 증명해야 하는데, 이 사건에서 피고는 지인 관계, 선순위 가압류 존재, 이례적으로 낮은 공시지가로의 거래 등의 사정으로 보아 선의가 인정되기 어렵다고 판단되었습니다.
채무자가 빚을 갚아야 할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재산을 다른 사람에게 넘기는 경우 그 행위가 취소될 수 있습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채무자가 재산을 처분할 당시에 빚이 재산보다 많았는지(채무초과) 여부와, 재산을 넘겨받은 사람이 채무자가 빚을 갚지 않기 위해 재산을 처분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여부입니다. 채권자는 사해행위를 안 날로부터 1년 안에 소송을 제기해야 하지만 단순히 등기가 된 것만으로는 채권자가 그 사실을 알았다고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또한 채권의 발생 시점도 중요하지만 재산 처분 당시 채권이 발생할 고도의 개연성이 있었다면 그 채권도 보호받을 수 있습니다. 재산을 넘겨받을 때는 공시지가보다 현저히 낮은 가격으로 거래하거나, 채무자가 이미 가압류 등으로 어려운 상황임을 인지하고 거래하는 경우 사해행위로 의심받을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