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기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관공서 취업을 알선해주겠다며 4천만 원을 받았으나 약속한 취업이 불발되고 돈도 전부 반환되지 않아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피고인이 돈을 받은 당시부터 피해자를 속이거나 돈을 돌려줄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고 보기 어렵고, 돈을 반환하지 못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가 제3자의 임의 사용 때문이라고 판단하여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피해자 B는 운전직 취업을 원하던 중 친구 E의 소개로 피고인 A를 알게 되었습니다. 피고인은 2014년 12월경 E의 집에서 피해자에게 '4천만 원을 주면 구청이나 시청에 좋은 일자리를 구해 주겠다. 취업이 안 될 경우에는 돈을 돌려주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이에 피해자는 2015년 1월 14일 현금 3천만 원을, 같은 달 28일 현금 1천만 원을 피고인에게 지급했습니다. 총 4천만 원 중 4백만 원은 경비로 사용하고 3천6백만 원은 취업 불발 시 반환하기로 약정했습니다. 피고인은 이 3천6백만 원을 피해자의 친구 E에게 맡겼으나, E가 피고인과 피해자 몰래 1천9백만 원을 임의로 사용했습니다. 취업이 불발되자 피해자가 2015년 3월경 피고인에게 돈 반환을 요청했고, 이 과정에서 E의 임의 사용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피고인과 피해자, E는 남은 돈과 변제 계획에 대해 논의하여,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매월 1백만 원씩 상환하겠다는 내용의 차용증을 작성해주었습니다. 그러나 피고인과 E는 약정한 금액 중 일부만을 변제하고 상당 부분을 갚지 못했고, 결국 피해자가 피고인을 사기 혐의로 고소했습니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피고인이 취업 알선 명목으로 돈을 받을 당시부터 피해자를 속이려는 의도, 즉 편취의 고의가 있었는지 여부입니다. 법원은 피고인이 돈을 돌려주지 못하게 된 상황이 제3자의 임의 사용 때문이며, 돈을 보관하고 반환하려 했던 정황 등을 종합하여 편취의 고의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피고인에게 무죄가 선고되었습니다.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피해자를 기망했거나 돈을 받을 때부터 편취의 의도가 있었다고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피고인이 받은 돈을 피해자의 친구이자 자신의 지인에게 맡겨두었는데, 그 친구가 돈의 상당 부분을 임의로 사용한 것이 돈을 반환하지 못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로 보았고, 피고인이 돈을 받을 당시 무직이었더라도 반환 의지가 없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보아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또한 돈을 임의로 사용한 친구가 피고인과 피해자의 지인으로, 피고인이 친구가 돈을 사용하리라고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본 판결은 사기죄의 성립 요건과 증명의 원칙에 대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사기죄의 성립 (대법원 2000도1155 판결 등 참조) 사기죄는 타인을 '기망'하여(속여서) '착오'에 빠뜨리고, 그 착오로 인해 재물을 교부받거나 재산상 이익을 얻는 '처분행위'를 유발함으로써 성립합니다. 이때 기망, 착오, 재산적 처분행위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합니다.
기망행위 및 인과관계 판단 기준 (대법원 1988도1872 판결 등 참조) 어떤 행위가 기망행위에 해당하는지, 그리고 그러한 기망행위와 재산적 처분행위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는지는 거래 상황, 상대방의 지식, 성격, 경험, 직업 등 행위 당시의 구체적인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객관적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사기죄의 고의 판단 시점 (대법원 1997도249 판결 등 참조) 사기죄의 성립 여부는 피고인의 행위 '당시'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행위 이후 경제 사정의 변화 등으로 피고인이 약속을 이행하지 못하거나 채무불이행 상태에 이르렀다고 해서 이를 사기죄로 처벌할 수는 없습니다. 즉, 돈을 받을 때부터 갚을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는 점이 증명되어야 합니다.
무죄 추정의 원칙 (대법원 2007도5389 판결 등 참조) 형사 재판에서 유죄를 인정하려면 법관이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이라는 확신을 가질 수 있는 증거가 있어야 합니다. 만약 그러한 증거가 없다면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있더라도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판단하여 무죄를 선고해야 합니다.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 (무죄 판결) '피고 사건이 범죄로 되지 아니하거나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때'에는 판결로 무죄를 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본 사건은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여 무죄가 선고되었습니다.
형법 제58조 제2항 단서 (무죄 판결 요지 공시) 무죄 판결의 경우 법원의 직권으로 무죄 판결의 요지를 공시할 수 있으나, 단서 조항에 따라 '피고인이 공시를 원하지 아니할 때'에는 공시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본 판결에서는 피고인의 의사를 존중하여 무죄 판결 요지를 공시하지 않았습니다.
취업 알선 등 대가성 금전을 지급할 때는 반드시 서면으로 계약서를 작성하고, 취업이 불발될 경우의 반환 조건과 시기 등을 명확히 명시해야 합니다. 특히 돈을 보관하거나 관리하는 제3자가 있다면, 그 책임 범위와 조건 또한 명확히 해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금전 거래 시 상대방의 변제 능력뿐만 아니라 약정 내용과 실행 가능성 등을 꼼꼼히 확인하고, 모든 과정을 증거로 남겨두는 것이 좋습니다. 단순히 약속 불이행이나 채무 불이행만으로는 사기죄가 성립하지 않을 수 있으므로, 돈을 받을 당시부터 상대방에게 편취의 고의가 있었는지 여부를 입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기본적 사건 내용은 위 요약된 바와 같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형법 347조 제2항의 제3자의 범위에 대해 적극적으로 다투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