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많은 채무자가 특정 채권자에게 담보 제공한 행위 취소 사건

신용보증기금이 채무자 B의 대출을 보증했으나 B가 채무를 이행하지 못하여 신용보증기금이 대위변제 후 구상금 채권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미 채무초과 상태였던 B는 자신의 부동산에 피고 A를 근저당권자로 하여 근저당권 설정 계약을 체결했는데, 법원은 이 계약을 다른 채권자인 신용보증기금의 이익을 해치는 사해행위로 보고 취소했습니다. 그 결과, 경매 절차에서 피고 A에게 배당될 예정이었던 일부 금액이 신용보증기금에게 배당되도록 배당표를 경정했습니다.

관련 당사자

• 원고: 신용보증기금 (채무자 B의 대출을 보증하고 대신 갚아준 기관)
• 피고: A (채무자 B에게 돈을 빌려주고 부동산에 근저당권을 설정받은 대부업자)
• 채무자: B (신용보증기금의 보증으로 대출을 받고 나중에 채무를 갚지 못해 신용보증사고를 일으킨 사람)
• E은행: (채무자 B에게 대출을 해준 은행)

분쟁 상황

신용보증기금은 2020년 10월 28일 채무자 B와 신용보증약정을 맺고 B의 E은행 대출 2천만 원을 보증했습니다. 이후 B가 사업을 폐업하면서 대출금을 갚지 못하게 되자, 2023년 7월 10일 신용보증기금은 B를 대신하여 E은행에 18,504,478원을 변제했습니다. 이로 인해 신용보증기금은 B에 대해 18,485,068원의 구상금 채권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B는 신용보증약정 체결 후인 2022년 8월 1일과 9월 8일, 이미 채무초과 상태에서 자신의 부동산에 피고 A를 근저당권자로 하여 채권최고액 3천7백5십만 원과 2천2백5십만 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해 주었습니다. 이 부동산들은 이후 경매에 넘어갔고, 경매법원은 피고 A에게 두 건의 근저당권에 대해 각각 32,917,808원과 8,181,093원을 배당하는 배당표를 작성했습니다. 신용보증기금은 경매 배당기일에 출석하여 피고 A의 배당액에 이의를 제기하며, B가 채무초과 상태에서 특정 채권자에게 담보를 제공한 행위가 다른 채권자인 자신을 해하는 사해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이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핵심 쟁점

채무자 B가 이미 채무를 감당하기 어려운 상태에서 특정 채권자(피고 A)에게 자신의 부동산에 근저당권을 설정해준 행위가 다른 채권자(원고 신용보증기금)의 채권을 해치는 사해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와, 이로 인해 발생한 경매 배당표를 바로잡을 수 있는지 여부입니다.

법원의 판단

법원은 피고 A와 채무자 B 사이에 체결된 근저당권 설정 계약 두 건을 신용보증기금의 채권액 20,084,817원의 범위 내에서 취소했습니다. 또한 경매 절차에서 작성된 배당표 중 피고 A에게 배당될 금액을 줄이고, 원고 신용보증기금에게 20,084,817원이 배당되도록 배당표를 경정했습니다.

결론

법원은 채무자 B가 채무초과 상태에서 자신의 부동산에 피고 A를 위한 근저당권을 설정해준 행위를 원고 신용보증기금에 대한 사해행위로 인정했습니다. 피고 A가 자신이 B의 사해행위를 몰랐다고 주장했으나, B의 재정상태와 기존 거래 내역 등을 종합하여 악의가 추정되는 피고 A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이에 따라 사해행위를 취소하고 원고 신용보증기금의 채권액만큼 배당표를 경정하여 원상회복을 명했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이 사건은 주로 민법상 채권자취소권과 관련된 법리가 적용됩니다.

1. 민법 제406조 (채권자취소권)​: 채무자가 채권자를 해하는 것을 알고 재산권을 목적으로 한 법률행위를 한 경우, 채권자는 그 행위의 취소 및 재산의 원상회복을 법원에 청구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채권자를 해한다'는 것은 채무자의 재산이 줄어들어 채권자들이 돈을 받아낼 공동 담보가 부족해지는 것을 말합니다.
2. 채권자취소권의 피보전채권의 범위: 원칙적으로 사해행위가 있기 전에 발생한 채권이 보호되지만, 사해행위 당시 이미 채권이 성립할 기초가 되는 법률관계가 있었고, 가까운 장래에 채권이 발생할 고도의 개연성이 있으며 실제로 그 개연성이 현실화되어 채권이 발생한 경우에는 그 채권도 채권자취소권으로 보호받을 수 있습니다 (대법원 2012다64792 판결 등). 이 사건에서 신용보증기금의 구상금 채권은 근저당권 설정 계약 당시에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신용보증약정이 이미 체결되어 있었고 이후 신용보증사고가 발생하여 대위변제가 이루어졌으므로 피보전채권으로 인정되었습니다.
3. 채무자의 무자력 판단: 채무자의 적극재산(가지고 있는 재산)보다 소극재산(빚)이 더 많은 상태를 의미하며, 채무초과 상태에서 이루어진 재산 처분 행위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해행위로 판단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4. 사해행위와 수익자의 악의 추정: 채무자가 사해행위를 했다고 인정되는 경우, 그 행위로 이득을 본 사람(수익자)은 채무자의 그러한 의도를 알고 있었다고 추정됩니다. 따라서 수익자가 자신이 선의(채무자의 사해의도를 몰랐음)였다고 주장하려면, 스스로 그 사실을 입증해야 합니다 (대법원 2008다85161 판결 등). 본 사건에서 피고 A는 자신이 선의였다고 주장했으나, B의 재정 상황과 높은 이율의 대출 거래 등 여러 정황상 A가 B의 사해의사를 알았다고 판단되어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5. 원상회복의 방법: 사해행위로 인해 경매 절차가 이미 진행되어 부동산 소유권이 타인에게 넘어간 경우와 같이 원물(부동산 자체)을 돌려주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가액배상(금전으로 돌려주는 것)의 방법으로 원상회복을 명합니다. 특히 채권자가 배당기일에 출석하여 수익자에게 배당될 금액에 이의를 제기했다면, 사해행위취소 소송과 함께 배당이의 소송을 제기하여 배당표를 경정하는 방식으로 원상회복을 할 수 있습니다 (대법원 2016다272311 판결 등).

참고 사항

채무자가 재정적으로 어려워 모든 채무를 갚기 어려운 상태(무자력)에서 특정 채권자에게만 담보를 제공하거나 재산을 넘겨주는 행위는 다른 채권자들을 해치는 ‘사해행위’로 취소될 수 있습니다. 특히 채무초과 상태의 채무자가 유일한 재산을 특정 채권자에게 담보로 제공하는 경우, 다른 채권자들의 이익을 해치는 사해행위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사해행위 취소 소송에서 채권자 취소권의 대상이 되는 채권은 원칙적으로 사해행위 이전에 발생해야 하지만, 사해행위 당시 채권이 성립할 기초가 되는 법률관계가 존재하고 가까운 장래에 채권이 발생할 것이라는 개연성이 높다면 사해행위 취소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담보를 제공받은 수익자(피고 A와 같은 특정 채권자)는 채무자의 사해의사(다른 채권자를 해칠 의도)를 몰랐다고 주장할 수 있으나, 채무자의 재정상태, 기존 채무 관계, 거래의 특이성 등에 비추어 충분히 알 수 있었다고 판단되면 그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만약 사해행위로 인해 이미 경매 절차가 진행되어 배당이 이루어졌다면, 채권자는 경매 배당기일에 출석하여 이의를 제기한 후 사해행위 취소 소송과 함께 배당이의 소송을 제기하여 배당표를 바로잡을 수 있습니다. 이때 법원은 사해행위를 취소하고 채권자의 채권이 만족되지 못한 한도 내에서 수익자의 배당액을 줄여 당해 채권자의 배당액으로 경정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