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채권/채무 · 행정
원고는 장례식장 사업을 운영하는 피고 B에게 총 42억 5천만 원을 대여해 주었고, 기존 담보신탁에서 1순위 우선수익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피고 B의 실질적 운영자인 피고 E은 피고 B의 채무를 면탈할 목적으로 피고 C을 설립하여 피고 B의 부동산을 피고 C으로 이전시키고 새로운 담보신탁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원고의 우선수익권을 지정하지 않았습니다. 이에 원고는 피고 C의 법인격 부인을 주장하며 새로운 담보신탁에서 70억 원의 우선수익권 지정과 5억 원의 대여금 상환을 청구했습니다. 법원은 피고 C에 대해 법인격 부인론을 적용하여 피고 B의 채무를 지도록 하고, 원고의 70억 원 우선수익권 지정 및 5억 원 대여금 반환 청구를 일부 인용했습니다.
원고 주식회사 A는 2015년부터 2016년까지 장례식장 건립 비용 명목으로 피고 주식회사 B에게 총 42억 5천만 원을 대여했습니다. 피고 B는 이 대여금을 담보하기 위해 기존 담보신탁에서 원고를 28억 8천만 원 한도의 1순위 우선수익자로 지정했습니다. 그러나 피고 B의 재정 상황이 악화되고 부동산에 대한 경매가 신청되자, 피고 B의 실질적 운영자인 피고 E은 피고 B의 채무를 회피할 목적으로 피고 주식회사 C을 설립했습니다. 피고 E은 피고 C을 통해 피고 B의 부동산을 매입하고, 피고 D은행으로부터 120억 원의 새로운 담보대출을 받아 기존 채무를 변제하고 새로운 담보신탁을 체결하려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원고는 기존 1순위 우선수익권을 해지해주는 대가로 새로운 담보신탁에서 70억 원 한도의 2순위(혹은 3순위) 우선수익권을 받기로 약정했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담보신탁이 2018년 5월 3일 체결될 당시, 원고는 우선수익자로 지정되지 않았습니다. 이에 원고는 피고 C과 피고 D은행을 상대로 70억 원의 우선수익자 지정을 청구하고, 피고 C에게는 대여금 중 5억 원의 상환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피고 C은 원고와 피고 B가 별개의 법인이며 70억 원의 약정이 없었고 50억 원의 3순위 우선수익자 지정만 가능하다는 입장이었습니다. 한편, 피고 E은 원고의 우선수익권 해지를 기망한 행위로 이미 형사처벌을 받은 바 있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법원은 원고의 주장을 일부 받아들여 다음과 같이 판결했습니다.
이번 판결은 피고 E이 피고 B의 채무를 회피할 목적으로 피고 C을 설립하고 운영한 행위에 대해 '법인격 부인론'을 적용하여, 피고 C이 피고 B의 채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따라 원고가 새로운 담보신탁에서 70억 원의 우선수익권을 지정받을 권리가 있음을 인정하고, 피고 C에게 대여금 5억 원 및 법정 이율에 따른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를 명했습니다. 주위적 청구가 대부분 인용되었으므로, 피고 B와 E에 대한 예비적 청구(불법행위 손해배상)는 기각되었습니다. 이 판결은 채무 면탈을 목적으로 한 법인 설립에 대해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여 채권자를 보호하는 의미가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적용된 주요 법령과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1. 법인격 부인론 (기업의 형태를 빌린 채무 면탈 방지)
법리 설명: 기존 회사가 채무를 피할 목적으로 실질적으로 동일한 형태와 내용을 가진 다른 회사를 설립하거나 이용하는 경우, 채권자에게 그 두 회사가 별개의 법인격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어긋나 허용되지 않습니다. 이는 회사 제도를 남용한 것으로 보아, 기존 회사의 채권자는 두 회사 중 어느 한쪽에 대해서도 채무 이행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법리입니다. 이러한 판단은 채무 면탈 시점의 경영 상태, 자산 유용 여부 및 정도, 자산 이전 시 정당한 대가 지급 여부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이루어집니다.
사례 적용: 법원은 피고 E이 피고 B의 채무를 면하기 위해 피고 C을 설립한 것으로 보았습니다. 피고 B와 피고 C이 본점 소재지와 사업목적이 동일하고, 피고 C이 피고 B의 부동산을 매입하면서도 매매대금의 상당 부분을 지급하지 않았으며, 피고 E이 두 회사의 자금 집행을 실질적으로 지배한 점 등이 근거가 되었습니다. 따라서 피고 C은 피고 B와 별개의 법인격을 주장할 수 없으며, 피고 B가 원고에게 부담하는 채무에 대해서도 책임이 인정되었습니다.
2. 채권자대위권 (채권자가 채무자를 대신하여 권리 행사)
법리 설명: 채권자가 자신의 채권을 효과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 채무자의 권리를 대신 행사할 수 있는 권리입니다. 다만, 채권자와 채무자의 권리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고, 채무자의 자유로운 재산 관리 행위에 부당한 간섭이 되지 않는 특별한 사정이 없을 때 인정됩니다.
사례 적용: 원고는 피고 C에게 70억 원의 우선수익자 지정 절차를 이행하도록 청구했습니다. 이 절차를 완료하려면 수탁자인 피고 D은행의 승낙이 필요했기에, 원고는 피고 C이 피고 D은행에 대해 가지는 '승낙 요구권'을 대신 행사할 수 있도록 법원이 판단했습니다. 이는 원고의 채권을 확보하는 데 필수적이고, 피고 C의 재산 관리에 부당한 간섭이 아니라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3. 상법상 법정이율 및 지연손해금 (사업 활동 중 발생한 대여금에 대한 이자율)
관련 법령: 상법 제47조 제2항, 제54조, 제55조 제1항
법리 설명: 상인(영업을 목적으로 하는 개인이나 회사)이 영업 활동과 관련하여 돈을 빌려주는 경우, 특별한 약정이 없다면 민법상 법정이율(연 5%)보다 높은 상법상 법정이율(연 6%)이 적용됩니다. 또한, 대여금 채무의 변제기가 지난 후에는 약정된 이자율에 따른 지연손해금이 발생하며, 약정 이율이 없거나 입증되지 않으면 법정 이율에 따른 지연손해금이 인정됩니다.
사례 적용: 원고와 피고 B는 모두 상인이므로, 원고가 주장한 월 2%의 약정 이자율이 명확히 입증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법원은 상법에 따라 연 6%의 법정 이자율을 적용하여 대여금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계산했습니다.
4.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상의 지연손해금 (판결 이후의 높은 이자율)
법리 설명: 소송 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은 금전 채무에 대한 소송에서 채무자가 판결 선고일까지 그 이행 의무의 존재나 범위에 대해 합리적으로 항변할 수 없다고 인정될 경우, 판결 선고일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더 높은 이율(현재 연 12%)의 지연손해금을 적용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사례 적용: 법원은 피고 C이 판결 선고일인 2023년 10월 12일까지는 연 6%의 지연손해금을, 그 다음날부터 실제로 빚을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지연손해금을 원고에게 지급하도록 명령했습니다.
유사한 문제 상황에 처했을 때 참고할 만한 사항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새로운 회사 설립 시 '법인격 부인' 가능성을 유의하세요: 만약 기존 회사가 빚을 갚지 않기 위해 새로운 회사를 만들고, 이 두 회사가 사실상 같은 회사로 운영된다면, 채권자는 새 회사에게도 기존 회사의 빚을 갚으라고 요구할 수 있습니다. 특히 회사의 주소, 사업 목적, 실제 운영자 등이 동일하고, 자산이 부당하게 이전되었다면 법인격 부인론이 적용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담보 설정 시 약정 내용을 명확히 기록하고 확인하세요: 부동산 담보신탁과 같이 복잡한 계약에서는 어떤 금액을, 몇 순위로, 어떤 절차를 통해 담보할 것인지 명확히 서면으로 약정해야 합니다. 특히 기존 담보가 사라지고 새로운 담보가 설정될 때, 나의 채권이 새로운 담보 구조에서 확실히 보장되는지 꼼꼼하게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계약 변경 시 모든 관련 당사자의 동의를 반드시 받으세요: 우선수익권의 변경이나 담보 계약의 해지 및 재설정 등 중요한 계약 내용이 바뀔 때는 관련된 모든 당사자(예: 위탁자, 수탁자, 수익자)의 명확한 동의를 서면으로 받아두어야 합니다. 구두 약속이나 일부 당사자의 동의만으로는 나중에 분쟁이 생길 수 있습니다.
금전 대여 시 이자율 약정을 명확히 하고 증거를 남기세요: 돈을 빌려주고 빌릴 때는 이자율을 반드시 정하고, 이를 차용증이나 약정서 등 서류에 명확히 기재해야 합니다. 만약 이자율에 대한 약정이 불분명하거나 증명하기 어렵다면, 법적으로 정해진 이자율(상인의 경우 연 6%)만 적용될 수 있어 기대했던 수익을 얻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관련 형사사건의 결과가 민사 재판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비록 민사 재판과 형사 재판은 별개로 진행되지만, 특정 사실 관계에 대해 형사 재판에서 유죄 판결이 확정되었다면, 이는 민사 재판에서 강력한 증거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관련 형사사건의 진행 상황과 결과가 민사 분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인지하고 대응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채권자대위권'을 활용하여 권리를 보호할 수 있습니다: 만약 채무자가 본인의 권리를 제대로 행사하지 않아 채권자가 손해를 볼 위험이 있다면, 채권자는 채무자를 대신하여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도 원고는 피고 C이 D은행에 대해 가지는 '우선수익자 승낙 요구권'을 대신 행사하여 자신의 우선수익권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