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이 사건은 두 명의 담임목사(이○○와 박○○)가 교회 예배 중 자신의 직무상 지위를 이용해 신도들에게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거나 반대하는 발언을 하여 공직선거법을 위반한 혐의로 기소된 사건입니다. 이○○ 목사는 2020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예배에서 특정 정당(미래통합당, 기독자유통일당)을 지지하는 발언을 하여 벌금 70만 원을 선고받았으나, 선거운동기간 위반 혐의는 법률 개정으로 면소되어 최종 벌금 50만 원이 확정되었습니다. 박○○ 목사는 2022년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예배에서 특정 후보자(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에 대한 반대 발언을 하여 벌금 150만 원을 선고받았습니다. 두 목사는 공직선거법의 관련 조항(직무이용 제한 조항)이 헌법에 위반된다며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습니다.
이 사건은 교회 담임목사들이 예배라는 종교적 직무 행위와 결합하여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를 지지 또는 반대하는 발언을 한 것이 공직선거법상 '직무상 행위를 이용한 선거운동'에 해당하는지 그리고 해당 법 조항이 종교인의 기본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지에 대한 법적 다툼입니다. 두 목사는 모두 자신의 발언이 설교의 일부이자 종교적, 정치적 표현의 자유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법률의 위헌성을 다투었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공직선거법 제85조 제3항의 ‘직무상 행위를 이용하여’라는 표현이 불명확하여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입니다. 둘째, 종교 기관·단체 내에서의 직무상 행위를 이용한 선거운동을 금지하고 처벌하는 공직선거법 조항이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종교인들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 및 선거운동의 자유를 침해하는지 여부입니다.
헌법재판소는 공직선거법 제85조 제3항 중 ‘누구든지 종교적인 기관·단체 등의 조직 내에서의 직무상 행위를 이용하여 그 구성원에 대하여 선거운동을 하거나 하게 할 수 없다’는 부분과 이를 위반할 시 처벌하는 제255조 제1항 제9호에 관한 부분이 모두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결정하였습니다. 또한 청구인 이○○가 제기한 선거운동기간 위반 처벌조항에 대한 심판청구는 재판의 전제성이 인정되지 않아 각하하였습니다.
헌법재판소는 ‘직무상 행위를 이용하여’라는 문구가 다소 추상적일 수 있으나 통상적인 해석과 직무의 내용, 시기, 장소, 방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명확성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직무이용 제한 조항이 종교인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은 인정하나 선거의 공정성 확보라는 공익적 목적이 정당하고 종교와 정치의 분리 원칙(정교분리원칙)을 지키며 종교지도자의 상당한 영향력으로부터 신도들의 정치적 의사가 왜곡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로서 침해의 최소성과 법익의 균형성을 갖추었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해당 조항이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어 종교인들의 선거운동 등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이○○의 선거운동기간 위반에 대한 청구는 법률 개정으로 인해 면소 판결이 확정되었으므로 더 이상 재판의 전제가 될 수 없다고 보아 각하되었습니다.
이 판례와 관련된 주요 법령 및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공직선거법 제85조 제3항 (공무원 등의 선거관여 등 금지): 이 조항은 ‘누구든지 교육적·종교적 또는 직업적인 기관·단체 등의 조직 내에서의 직무상 행위를 이용하여 그 구성원에 대하여 선거운동을 하거나 하게 할 수 없다’고 명시합니다. 이는 종교 지도자 등이 자신의 직무상 지위를 이용해 신도들에게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를 지지 또는 반대하도록 유도하는 행위를 금지하여 종교의 순수성을 지키고 선거의 공정성을 확보하려는 목적을 가집니다.
공직선거법 제255조 제1항 제9호 (부정선거운동죄): 위 제85조 제3항을 위반한 행위를 하거나 하게 한 자에 대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6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여 직무를 이용한 선거운동 금지를 실질적으로 강제하고 있습니다.
헌법 제20조 제2항 (정교분리 원칙): 헌법은 국가의 종교적 중립성을 선언하며 ‘종교와 정치는 분리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종교가 정치에 부당하게 개입하거나 반대로 정치가 종교에 간섭하는 것을 막아 종교의 고유한 기능과 선거의 공정성을 모두 보호하려는 중요한 원칙입니다.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 범죄와 형벌은 법률로 명확하게 규정되어야 한다는 헌법상 원칙입니다. 이 사건에서 ‘직무상 행위를 이용하여’라는 표현이 명확성 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가 다투어졌으나 법원은 통상적인 해석 방법과 행위자의 지위, 직무 내용, 행위 시기, 장소, 방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그 의미가 불명확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과잉금지원칙: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법률이 목적의 정당성, 수단의 적합성, 침해의 최소성, 법익의 균형성을 갖추어야 한다는 원칙입니다. 헌법재판소는 직무이용 제한 조항이 선거의 공정성 확보와 정교분리라는 정당한 목적을 가지고 있으며 종교 지도자의 강력한 영향력을 고려할 때 신도들의 정치적 의사 왜곡을 방지하는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보았습니다. 또한 이는 직무를 이용한 선거운동에 한정되어 있어 침해의 최소성을 충족하고 선거 공정성이라는 공익이 종교인의 표현의 자유 제한보다 크므로 법익의 균형성도 갖추었다고 결론지었습니다.
공직선거법 제59조 (선거운동기간): 선거운동은 선거기간 개시일부터 선거일 전일까지에 한정되는 것이 원칙이나 2020년 개정된 이 조항의 단서 제4호에 따라 ‘선거일이 아닌 때에 전화나 말(확성장치 사용 및 옥외집회 다중 대상 제외)로 선거운동을 하는 경우’는 예외적으로 허용됩니다. 이 조항의 개정으로 이○○ 사건에서 선거운동기간 위반 혐의가 면소되는 근거가 되었습니다.
형사소송법 제326조 제4호 (면소 판결 사유): ‘범죄 후 법률의 변경에 의하여 그 행위가 범죄를 구성하지 아니하게 된 때’에는 면소 판결을 선고해야 한다고 규정합니다. 이 조항은 이○○의 선거운동기간 위반 혐의에 적용되어 해당 부분의 유죄 판결이 취소되고 면소 판결이 내려지게 했습니다.
종교 단체의 지도자나 관계자는 종교적 지위에서 오는 영향력을 이용해 선거와 관련된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를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발언을 하는 것을 삼가야 합니다. 이러한 행위는 공직선거법상 ‘직무상 행위를 이용한 선거운동’에 해당하여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일반적인 친분 관계에 의한 선거운동이나 사적인 정치적 의견 표명은 허용될 수 있지만 종교적 직무 수행 과정에서 이뤄지는 발언은 특별히 주의해야 합니다. 종교 시설 내에서 이루어지는 활동이라 할지라도 그 내용이 특정 후보나 정당에 대한 지지·반대를 명확히 표현하고 신도들에게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가 있다면 선거운동으로 간주될 수 있습니다. 종교 활동의 자유는 보장되지만 선거의 공정성이라는 공익과 종교와 정치의 분리 원칙 또한 존중되어야 합니다. 따라서 종교인은 선거 기간뿐 아니라 평소에도 자신의 직무와 선거운동을 명확히 구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