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 · 금융
피고인 B는 보이스피싱 범죄에 이용될 것을 알면서 피해자 F 명의의 G은행 계좌(H) 통장과 현금카드 등 접근매체를 성명불상자에게 전달한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피고인은 이미 2017년 11월 7일 F 명의의 다른 G은행 계좌(J) 통장과 현금카드를 양도한 혐의로 유죄 확정판결을 받았으므로, 이 사건도 동일한 범죄사실에 해당하여 면소 판결이 내려져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이 사건 접근매체(H 계좌)와 확정판결의 접근매체(J 계좌)가 다르고, 각각의 전달 및 양도 일시도 달라(H 계좌는 2016년 12월 8일 이전, J 계좌는 2016년 12월 15일) 동일한 범죄사실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피고인은 원심에서 선고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의 형량이 너무 무겁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접근매체 양도 행위가 보이스피싱 등 사회적 해악이 큰 범죄를 용이하게 하며, 피고인이 F을 협박하여 접근매체를 가로채고 범죄에 이용될 것을 명확히 인지한 점 등을 고려할 때 원심의 형량이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여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했습니다.
피고인 B는 C, A, D와 공모하여 F을 폭행 및 협박하여 F 명의의 G은행 계좌 통장 및 현금카드를 빼앗았습니다. 이후 피고인 일당은 두 개의 다른 G은행 계좌(J 계좌와 H 계좌)의 접근매체를 각기 다른 시점에 보이스피싱 조직원들에게 넘겨주었습니다. J 계좌는 2016년 12월 15일에, H 계좌는 2016년 12월 8일 이전에 보이스피싱 조직에 전달되었으며, 이를 통해 보이스피싱 피해자들의 돈이 입금되었습니다. 피고인은 이 사건 H 계좌 전달 건이 이미 확정판결을 받은 J 계좌 양도 건과 동일한 범죄라고 주장하며 항소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첫째 피고인이 이전에 유죄 확정판결을 받은 '접근매체 양도' 범죄와 이번 사건의 '접근매체 전달' 범죄가 동일한 범죄사실로 보아 면소 판결을 내려야 하는지 여부입니다. 이는 확정판결의 효력(기판력)이 다른 사건에 미치는가에 대한 법리적 문제입니다. 둘째 원심에서 선고된 형량(징역 8월, 집행유예 2년)이 피고인에게 너무 무거운지 여부, 즉 양형의 적정성 문제입니다.
피고인 B의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 판결을 유지했습니다. 이에 따라 피고인 B는 '사기방조' 및 '전자금융거래법위반' 혐의에 대해 유죄이며, 원심에서 선고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의 형이 정당하다고 판단되었습니다.
법원은 피고인이 서로 다른 두 개의 금융 접근매체를 각기 다른 시점에 보이스피싱 조직에 넘긴 행위는 별개의 범죄로 보아야 하며, 그 죄질과 사회적 해악을 고려할 때 원심의 형량이 부당하지 않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이 사건은 주로 전자금융거래법과 형법, 형사소송법에 관련된 법리를 다루고 있습니다.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이 법은 누구든지 범죄에 이용할 목적으로 또는 범죄에 이용될 것을 알면서 접근매체를 대여받거나 대여하는 행위, 보관·전달·유통하는 행위를 금지합니다. 피고인은 F 명의의 통장과 현금카드를 보이스피싱 조직에 전달하여 이 법을 위반했습니다.
형사소송법 제326조 (면소의 판결): 이 조항은 법원의 확정판결이 이미 있거나 공소시효가 완성되었을 때 등에는 소송을 종료시키는 면소 판결을 내리도록 규정합니다. 피고인은 이미 '접근매체 양도'로 확정판결을 받은 적이 있으므로 이 조항에 따라 면소 판결을 주장했으나 법원은 이 사건과 이전 사건의 접근매체 및 양도/전달 시기가 달라 동일한 범죄사실이 아니라고 판단하여 면소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형법 제37조 (경합범): 이 조항은 여러 개의 죄를 저질렀을 때 그 처벌 방식을 정하는 규정입니다. 이 사건에서 피고인의 '사기방조'와 '전자금융거래법위반'은 형법 제37조 후단 경합범 관계에 있는 것으로 언급되었습니다. 이는 여러 개의 범죄가 서로 다른 시기에 저질러졌고 아직 재판이 끝나지 않은 경우를 말하며 동시에 재판할 경우와의 형평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이 양형 판단에 반영되었습니다.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 (항소기각의 판결): 이 조항은 항소법원이 항소가 이유 없다고 인정될 때 항소를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한다는 규정입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피고인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과 양형부당 주장이 모두 이유 없다고 판단하여 항소를 기각했습니다.
접근매체 양도/전달죄의 성립: 판례는 접근매체 양도나 전달죄는 각각의 접근매체마다 1개의 죄가 성립한다고 보며, 다만 수개의 접근매체를 한꺼번에 양도 또는 전달한 행위는 하나의 행위로 여러 개의 전자금융거래법위반죄를 범한 경우에 해당하여 각 죄는 '상상적 경합' 관계에 있다고 설명합니다(대법원 2010. 3. 25. 선고 2009도1530 판결 참조). 이는 동일한 행위로 여러 죄를 저질렀을 때 가장 무거운 죄에 정해진 형으로 처벌하되 가중하는 개념입니다. 이 사건에서는 서로 다른 접근매체를 다른 일시에 전달했으므로 각각의 행위가 별개의 범죄로 취급되었습니다.
금융 접근매체(통장, 현금카드, 비밀번호 등)를 타인에게 양도하거나 전달하는 행위는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으로 엄히 처벌될 수 있습니다. 심지어 범죄에 이용될 것임을 '알면서' 대여하거나 전달하는 것도 처벌 대상이 됩니다. 만약 여러 개의 접근매체를 양도하거나 여러 차례에 걸쳐 전달했다면 각각의 행위나 각각의 접근매체마다 별개의 범죄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설령 하나의 행위로 여러 접근매체를 넘겼더라도 이는 여러 죄가 동시에 성립하는 상상적 경합으로 처리될 수 있습니다. 이미 유사한 범죄로 처벌받은 경험이 있다 하더라도 이번 사건의 접근매체나 전달 시기가 다르다면 별개의 범죄로 다시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과거의 판결이 새로운 범죄에 대한 면소 사유가 되지는 않습니다. 보이스피싱 등 조직적인 범죄에 연루되어 접근매체를 제공하는 행위는 사회적 해악이 크고 그 피해 회복이 어렵기 때문에 중한 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타인을 폭행하거나 협박하여 금융 정보를 갈취하는 것은 더욱 엄중한 처벌을 받게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