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정 · 사기 · 기타 형사사건
주식회사 B의 대표이사인 피고인 A은 두 개의 연구개발 과제에서 사업계획서와 다르게 외부 업체에 개발을 맡기거나 과거 자료를 인용하는 등의 방법으로 허위 보고서를 제출하여 약 12억 6천만 원 상당의 정부 보조금을 포함한 사업비를 편취하고 부정한 방법으로 수급한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피고인들이 보조금을 교부받을 자격이 없는 사업에 보조금을 받거나 정당한 금액을 초과하여 받은 것으로 보기 어렵고, 편취 의사 또는 부정한 방법으로 보조금을 교부받으려는 의사를 단정하기 어렵다며 피고인 A과 주식회사 B 모두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피고인 A은 주식회사 B의 대표이사로서 2014년 6월부터 2016년 8월까지 피해자 F재단과 'D' 과제를, 2016년 8월부터 2018년 11월까지 피해자 M기관과 'K' 과제에 대한 연구개발 협약을 체결했습니다. 검찰은 피고인 A이 'D' 과제에서 총 사업비 530,800,000원 중 정부 출연금 396,000,000원을 포함한 507,295,318원을 교부받는 과정에서, 사업계획서대로 시제품을 제작하지 않고 과제에 참여하지 않은 H사에서 개조한 제품을 마치 B에서 개발한 것처럼 제출하며 기존 제품의 시험성적서를 첨부했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K' 과제에서는 총 사업비 769,232,000원 중 정부 출연금 500,000,000원을 포함한 758,573,647원을 교부받는 과정에서, 과거 보고서를 짜깁기하고 핵심 부품을 개발하지 않은 채 타사 모터 제품 사진과 시험성적서를 제출하며 기존 프로그램을 B에서 개발한 것처럼 속였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피고인 A은 피해자 재단과 피해자 기관을 기망하여 총 1,265,868,965원 상당의 재물을 교부받고, 부정한 방법으로 총 896,000,000원 상당의 보조금을 교부받았다는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 및 보조금관리에관한법률위반)로 기소되었고, 주식회사 B 역시 A의 행위에 대한 보조금관리법위반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피고인 A과 B가 두 개의 연구개발 과제 수행 과정에서 실제로 연구 개발을 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음에도 보조금을 받기 위해 기망행위를 하거나 부정한 방법을 사용했는지 여부입니다. 구체적으로는 연구과제에 참여하지 않은 외부 업체 H에 개발의 중요 부분을 맡긴 행위, 기존 제품의 시험성적서를 마치 해당 과제의 결과물인 것처럼 제출한 행위, 과거 보고서 내용을 짜깁기하거나 타사 모터 제품의 사진과 시험성적서를 제출한 행위, 그리고 기존 프로그램을 마치 새로 개발한 것처럼 제출한 행위 등이 사기죄의 '기망' 또는 보조금관리법상 '거짓 신청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에 해당하는지가 문제되었습니다.
피고인 A과 피고인 주식회사 B은 각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법원은 무죄 판결의 요지를 공시합니다.
법원은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 A이 피해자 재단 및 피해자 기관을 기망하여 재물을 편취하였거나 부정한 방법으로 보조금을 교부받았다는 점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연구과정에서 외부 업체 참여가 전면 금지된 것이 아니고, 제출된 시험성적서가 기존 제품의 것이라는 사실을 피해자 측에서 충분히 알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그리고 관련 규정상 연구개발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을 경우 제재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는 점 등을 고려했습니다. 피고인 B에 대한 공소사실은 피고인 A의 보조금관리법 위반죄가 인정되지 않으므로 함께 무죄가 선고되었습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사기죄와 보조금관리법 위반에 대한 법리를 다음과 같이 해석하고 적용했습니다.
1. 사기죄의 요건인 기망 (형법 제347조) 사기죄에서 말하는 '기망'은 재산상의 거래 관계에서 서로 지켜야 할 신의와 성실의 의무를 저버리는 모든 적극적 또는 소극적 행위를 의미합니다. 단순히 법률행위의 중요 부분에 대한 허위 표시뿐만 아니라, 상대방을 착오에 빠뜨려 재산적 처분 행위를 하도록 유도하는 판단의 기초가 되는 사실에 관한 것이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피고인의 행위가 절차상 흠결은 있을지언정, 피해자 재단이 보조금 지급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고, 보조금을 편취할 의사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2. 보조금관리법상 '거짓 신청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 (구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제40조) 구 보조금관리법 제40조에서 규정하는 '거짓 신청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은 정상적인 절차로는 보조금을 지급받을 수 없음에도, 위계(속임수) 기타 사회 통념상 부정이라고 인정되는 행위로서 보조금 교부에 관한 의사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적극적 또는 소극적 행위를 뜻합니다. 법원은 이 법 조항이 국가의 재정적 이익 침해를 처벌하는 것이며, 보조금 행정의 질서나 공정성에 대한 추상적인 위험이나 개별 절차 위반 자체를 처벌하는 것은 아니라고 해석합니다. 따라서 '거짓 신청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보조금의 교부를 받은 경우'란 보조금의 교부 대상이 되지 아니하는 사무 또는 사업에 대해 보조금을 받거나, 해당 사업 등에 교부되어야 할 금액을 초과하여 보조금을 받은 경우를 의미합니다. 보조금을 교부받는 과정에서 다소 정당성이 결여된 수단이 사용되었더라도, 보조금을 교부받을 자격이 있는 사업 등에 대해 정당한 금액의 교부를 받은 경우라면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피고인 A의 행위가 연구개발 과정에 타인의 참여가 금지된 것은 아니고, 기존 시험성적서 제출 시 서류 조작이 없어 기관이 확인 가능했으며, 규정상 제재 조치가 가능하다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조금 부정 수급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3. 국가연구개발혁신법 제32조 협약서에서 준용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소관 과학기술분야 연구개발사업 처리규정」 및 상위법인 국가연구개발혁신법 제32조는 연구개발과제의 수행 과정과 결과가 극히 불량하거나 부정행위를 한 경우, 국가연구개발활동 참여를 제한하거나 이미 지급한 연구개발비의 5배 범위에서 제재부가금을 부과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연구기관이 연구개발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거나 정당성이 결여된 수단을 이용하는 경우 행정상 제재를 가할 수 있는 근거가 됩니다.
연구개발 과제 수행 시 사업계획서에 제시된 개발 목표와 실제 수행 내용이 일치하는지 면밀히 확인해야 합니다. 만약 계획 변경이 불가피할 경우, 반드시 관련 기관에 공식적으로 변경을 요청하고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외부 업체와의 협력이나 위탁 개발이 필요할 때는, 관련 규정에 따라 해당 업체를 공식적인 참여기관으로 등록하거나 협약서에 그 내용을 명확히 명시하는 등 투명한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진도 보고서나 최종 보고서 등 제출하는 모든 서류에 첨부되는 시험성적서나 사진 등은 해당 연구과제의 실제 결과물에 대한 것이어야 합니다. 기존 제품이나 타사 제품의 자료를 인용하거나 대체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해당 사실을 명확히 밝히고 주관 기관의 허용 여부를 미리 확인해야 합니다. 정부 보조금을 받는 사업은 절차의 정당성과 투명성이 매우 중요하므로, 사소해 보이는 절차 위반도 향후 법적 문제나 행정 제재의 원인이 될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합니다. 연구 과제의 평가 및 정산 과정에서 기관으로부터 질의나 지적 사항이 발생하면, 즉시 성실하게 소명하고 필요한 경우 보완 조치를 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