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기 · 금융
피고인 B는 고수익 아르바이트를 제안받아 보이스피싱 조직에 가담했습니다. 그는 조직원의 지시에 따라 범죄에 이용될 체크카드를 건네받아 보관하고, 피해자 G으로부터 사기로 편취된 7,070만 원 중 일부를 현금으로 인출하거나 무통장 송금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법원은 피고인에게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사기 방조, 범죄수익은닉의규제및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 방조 혐의를 인정하여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 그리고 120시간의 사회봉사를 선고했습니다.
보이스피싱 조직은 총책, 관리책, 콜센터, 현금수거책, 모집책 등으로 역할을 나누어 점조직 형태로 운영됩니다. 피고인 B는 2023년 8월 30일경 성명불상의 조직원 제안을 받고 '모집책'이 모집한 체크카드를 건네받아 보이스피싱 피해금을 인출하거나 무통장 입금하고 대가를 받기로 약속했습니다.
조직원들은 F에게 DB저축은행 직원을 사칭하며 '대출이 가능하다'고 속인 뒤, '대출금을 대신 입금받아 줄 사람을 구해오면 그 사람에게 대출금을 입금하겠다'는 거짓말을 했습니다. 이에 속은 F은 직장 동료인 피해자 G에게 대신 대출을 받아달라고 부탁했고, G은 카카오톡으로 조직원들과 연락을 주고받았습니다. 조직원들은 G에게 '본인 확인을 위해 다른 은행에서 대출을 받은 후 그 대출금을 우리에게 입금해야 하며, 대출 실행 시 돌려주겠다'고 거짓말하여 G을 속였습니다.
결국 피해자 G은 2023년 8월 30일부터 31일까지 D, E, J 명의의 대포계좌로 총 7,070만 원을 송금했습니다. 피고인 B는 2023년 8월 30일 밤부터 31일 새벽까지, 자신이 건네받아 보관하던 D 명의의 체크카드를 이용해 하나은행 지점에서 600만 원을 인출하는 것을 포함, 총 26회에 걸쳐 현금을 인출하거나 조직원이 지정하는 계좌로 무통장 송금하여 보이스피싱 조직의 사기 범행을 돕고 범죄수익 은닉을 방조했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피고인이 보이스피싱 조직과 공모하여 범죄에 이용될 접근매체를 보관하고, 사기 범행을 방조하며, 범죄수익 은닉을 도왔는지 여부입니다. 피고인은 보이스피싱 범행의 편취금을 다루는 것을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피고인이 불법 자금 세탁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고수익을 목적으로 범행에 가담했으며, 수천만 원을 인출하면서 보이스피싱임을 의심했음에도 범행을 계속했으므로 미필적 고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했습니다.
법원은 피고인 B에게 징역 10개월을 선고했습니다. 다만, 이 판결이 확정된 날부터 2년간 형의 집행을 유예하고, 피고인에게 12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령했습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유흥비 마련을 위해 고수익 아르바이트라는 명목으로 보이스피싱 조직으로부터 여러 개의 체크카드를 받아 범죄에 이용할 목적으로 보관하고, 이를 이용해 현금을 인출하고 송금하여 보이스피싱 범행을 방조하며 그 범죄수익의 취득 또는 처분 사실을 가장한 점, 피해 회복이 이루어지지 않았고 피해자와 합의에 이르지 못한 점을 불리한 정상으로 고려했습니다.
반면 피고인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범행이 미필적 고의에 의한 것이며, 가담 정도가 방조에 그치고, 초범인 점, 그리고 범행으로 얻은 이익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점은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되었습니다. 이러한 양형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법원은 징역형에 집행유예를 선고했습니다.
이 사건에 적용된 주요 법령과 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전자금융거래법 제49조 제4항 제2호와 제6조 제3항 제3호는 누구든지 범죄에 이용할 목적으로 접근매체(체크카드, 통장 등)를 대여받거나 대여하는 행위, 또는 이를 보관·전달·유통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피고인이 보이스피싱 조직원의 지시를 받아 체크카드를 전달받아 보관한 행위는 이 법률을 위반한 것입니다.
사기 방조: 형법 제347조 제1항은 사람을 기망하여 재물을 편취하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자를 사기죄로 처벌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형법 제32조 제1항은 타인의 범죄를 방조한 자는 종범으로 처벌한다고 명시합니다. 피고인은 보이스피싱 조직원들이 피해자를 속여 7,070만 원을 편취하는 과정에서 현금을 인출하고 송금하는 행위를 하여 이들의 사기 범행을 용이하게 함으로써 사기 방조죄가 성립했습니다.
범죄수익은닉의규제및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 방조: 이 법률 제3조 제1항 제1호는 중대범죄에 해당하는 범죄행위로 생긴 범죄수익 등의 취득 또는 처분에 관한 사실을 가장(위장)하는 행위를 금지합니다. 피고인이 보이스피싱 조직으로부터 전달받은 피해금(범죄수익)을 인출하고 다른 계좌로 송금한 행위는 조직원들이 범죄수익의 취득 또는 처분에 관한 사실을 위장하는 것을 도운 것으로 보아 이 법률 위반 방조죄가 적용되었습니다.
공모 및 미필적 고의: 형법 제30조는 2인 이상이 공동으로 죄를 범한 때에는 각자를 정범으로 처벌한다고 규정합니다. 또한, 피고인이 직접 보이스피싱 사기를 기획하거나 실행하지 않았더라도, 불법 자금 세탁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고수익을 얻기 위해 범행에 가담한 점, 그리고 수천만 원을 인출하면서 보이스피싱 범죄임을 의심했음에도 계속 범행을 저지른 점이 인정되어 '미필적 고의'에 의한 공모관계가 인정되었습니다. 미필적 고의는 '특정 결과의 발생 가능성을 인식하면서도 그러한 결과가 발생하더라도 어쩔 수 없다는 인식을 가지고 행위를 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고수익 아르바이트 제안에 대한 경각심: 쉽고 빠르게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고수익 알바' 제안은 대부분 불법적인 일에 연루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특히 체크카드나 통장을 요구하거나, 현금 인출 및 송금 업무를 지시한다면 보이스피싱 등 범죄에 가담하는 것으로 보아야 합니다.
접근매체 대여 및 보관의 법적 책임: 타인에게 자신의 체크카드, 신용카드, 통장 등 금융거래에 사용되는 '접근매체'를 대여하거나 보관하게 하는 행위는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으로 엄중히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이는 보이스피싱 등 범죄에 이용될 경우 더욱 가중된 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보이스피싱 수법에 대한 이해: '대출을 받기 위해 특정 계좌로 돈을 먼저 보내야 한다'거나, '낮은 금리로 대환 대출을 해주겠다며 기존 대출금을 상환하라고 하는' 등의 요구는 전형적인 보이스피싱 수법입니다. 정부 기관이나 금융기관은 어떠한 경우에도 전화나 문자를 통해 자금 이체나 개인 정보를 요구하지 않습니다.
범죄 인지 시 즉시 중단: 범행 과정에서 자신이 불법적인 일에 연루되었음을 조금이라도 의심했다면 즉시 모든 행위를 중단하고 경찰에 신고해야 합니다. '오늘만 하자'는 생각으로 범행을 계속하면 '미필적 고의'가 인정되어 처벌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사기 방조 및 범죄수익 은닉의 처벌: 자신이 직접 사기를 저지르지 않았더라도 사기 범행을 돕는 행위는 사기 방조죄로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또한, 범죄로 얻은 수익을 인출하거나 송금하는 등 취득 또는 처분에 관한 사실을 위장하는 행위 역시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처벌 대상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