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 법인 대포통장 조직의 업무 방해 및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사건

피고인들은 '대포통장'을 전문적으로 개설하고 유통하는 조직에 가담하여 법인 명의의 계좌 242개를 개설하고 112개의 계좌 접근매체(체크카드, OTP 등)를 범죄에 이용될 것을 알면서 대여했습니다. 이들은 금융기관의 계좌 개설 업무를 방해하고 전자금융거래법을 위반한 혐의로 기소되었으나 범죄단체 가입 및 활동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다만 업무 방해 및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에 대해서는 이미 유사한 혐의로 확정된 판결이 있었고 그 형평성을 고려하여 형이 면제되었습니다.

관련 당사자

• 피고인 A, B, C: 대포통장 개설 및 유통 조직에서 각각 명의제공책, 중간관리책, 통장관리책 등의 역할을 수행한 인물들
• D: 대포통장 대여 조직의 총책으로 조직을 기획하고 수익을 관리한 인물
• G: 대포통장 조직의 총괄지휘책으로 D의 지시를 전달하고 조직 운영을 관리한 인물
• 금융기관들(피해자): 기업은행, O은행 등 대포통장이 개설된 은행들
• 다른 공범들(F, J, K, Q, R 등): 유령법인 설립, 통장 개설, 명의 제공 등 다양한 역할을 수행한 가담자들
• 성명불상자: 대포통장을 대여받아 범죄에 이용한 인물들

분쟁 상황

이 사건은 대포통장 개설 및 유통을 목적으로 하는 조직에 피고인들이 가담하여 발생했습니다. 총책 D을 중심으로 유령 법인을 설립하고 해당 법인 명의의 계좌를 개설한 후 이를 보이스피싱이나 불법 도박 사이트 운영자들에게 대여하는 방식으로 범죄가 이루어졌습니다.

1. 유령 법인 설립 및 계좌 개설: 피고인 A, B, C는 각각 자신의 명의를 대표자로 등재하거나 다른 공범들과 함께 명의를 제공하여 유령 법인을 설립했습니다. 이후 금융기관에 마치 정상적인 회사인 것처럼 허위 서류를 제출하고 '금융거래목적확인서'에 거짓 내용을 기재하는 등의 방법으로 은행 직원들을 속여 법인 명의의 계좌를 개설했습니다. 피고인 A은 242개, 피고인 B은 89개, 피고인 C은 17개의 계좌 개설에 가담했습니다.
2. 접근매체 대여: 개설된 유령 법인 명의 계좌의 통장, 체크카드, OTP(일명 접근매체)를 범죄에 이용될 것을 알면서 성명불상자들에게 대여했습니다. 피고인 A은 90개, 피고인 B은 105개, 피고인 C은 1개의 계좌와 연결된 접근매체 대여에 가담했습니다.
3. 조직의 운영 방식: D은 사무실을 임차하고 노트북, 대포폰 등 물적 시설을 마련했습니다. G은 D의 지시를 전달하고 거래처를 관리했으며, 피고인들은 명의 제공, 통장 개설 및 유통 과정에서의 보조 업무, 경찰 조사 시 대응 교육 등 각자의 역할을 분담했습니다. 조직은 텔레그램 대화방을 운영하며 '행동강령'을 마련하고 범죄 수익을 분배했습니다.

이러한 행위들로 인해 피고인들은 금융기관의 계좌 개설 업무를 방해하고 전자금융거래법을 위반했으며, 검찰은 이들을 범죄단체에 가입하고 활동한 혐의로도 기소했습니다.

핵심 쟁점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범죄단체 성립 여부: 피고인들이 가담한 대포통장 유통 조직이 형법상 '범죄단체'에 해당하는지 여부입니다. 조직의 통솔 체계와 계속성 등이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되었습니다.
2. 형의 면제 적용: 피고인들이 이미 유사한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로 확정 판결을 받은 상태에서, 이 사건의 업무 방해 및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에 대해 형법 제39조 제1항 후단에 따라 형을 면제할 것인지 여부입니다.

법원의 판단

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결했습니다.

• 피고인 A, B, C에 대한 업무방해 및 전자금융거래법위반 혐의: 형을 각 면제한다.
• 피고인 A, B, C에 대한 범죄단체가입 및 범죄단체활동 혐의: 각 무죄를 선고하고 무죄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 압수된 증거물: 피고인 A으로부터 증 제14호, 피고인 B으로부터 증 제22호, 피고인 C으로부터 증 제4 내지 6, 12, 13호를 각 몰수한다.

결론

법원은 피고인들의 업무 방해 및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는 유죄로 인정했으나, 이미 2021년 9월 9일 유사한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죄로 징역형을 선고받아 2022년 4월 2일 확정된 전력이 있다는 점을 고려했습니다. 이 사건과 이전 확정된 사건이 형법 제37조 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어, 동시에 판결했을 경우의 형평성을 고려하여 형법 제39조 제1항 후단에 따라 형을 면제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즉, 이미 충분한 처벌이 이루어졌거나, 동시에 재판받았다면 더 무거운 형이 선고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판단입니다.

한편, 범죄단체 가입 및 활동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법원은 대포통장 유통 조직이 총책 D을 중심으로 역할 분담이 이루어졌지만, 이는 다수인이 공동 범행을 하는 경우 통상적으로 나타나는 형태이며, 특별한 지시·복종 관계나 위계적 서열 관계가 뚜렷하지 않았다고 보았습니다. 구성원들의 수가 10명 내외로 많지 않고, 대부분 친분 관계에 기반하며, 활동 기간도 다양하고, 이탈이 비교적 쉬웠다는 점 등을 종합할 때, 이 조직이 형법 제114조에서 규정하는 '단체 내부의 질서를 유지하는 통솔 체계를 갖춘 계속적 결합체로서의 범죄단체'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이 사건과 관련된 주요 법령 및 법리입니다.

1.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구 전자금융거래법 제49조 제4항 제2호, 제6조 제3항 제2호, 제3호)​

   • 내용: 누구든지 범죄에 이용할 목적으로 또는 범죄에 이용될 것을 알면서 접근매체(체크카드, OTP 등)를 대여받거나 대여하는 행위 또는 보관·전달·유통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됩니다. 이를 위반하면 형사 처벌을 받게 됩니다.
   • 사례 적용: 피고인들은 유령 법인 명의로 개설한 계좌의 접근매체들을 범죄에 이용될 것을 알면서 다른 사람에게 대여하여 이 법을 위반했습니다.

2. 업무방해 (형법 제314조 제1항, 제313조, 제30조)​

   • 내용: 허위 사실을 유포하거나 위계(속임수) 또는 위력(협박이나 물리력)을 사용하여 사람의 업무를 방해하면 처벌받습니다. 특히, 위계에 의한 업무 방해는 속임수를 써서 업무를 방해하는 경우를 말합니다.
   • 사례 적용: 피고인들은 유령 법인이 정상적으로 운영되는 회사인 것처럼 꾸며 금융기관에 허위 서류를 제출하고 '금융거래목적확인서'에 거짓 답변을 기재하여 은행의 정상적인 계좌 개설 업무를 방해했습니다.

3. 공동정범 (형법 제30조)​

   • 내용: 2인 이상이 공동으로 범죄를 실행하는 경우 각자를 그 죄의 정범으로 처벌합니다. 여기서 '공모'는 반드시 사전에 치밀한 계획이 아니더라도, 범죄를 함께 저지르려는 의사의 결합과 각자의 역할을 분담한다는 상호 이해가 있으면 성립합니다.
   • 사례 적용: 피고인들은 대포통장 개설 및 유통 조직의 구성원으로서 각자의 역할을 분담하며 범행에 참여했으므로, 자신이 직접 관여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도 공동정범으로서 책임을 져야 한다고 판단되었습니다.

4. 경합범 및 형의 면제 (형법 제37조 후단, 제39조 제1항 후단)​

   • 내용: 판결이 확정된 죄와 아직 판결이 확정되지 않은 죄가 경합범(여러 개의 죄가 하나의 사건처럼 엮인 경우) 관계에 있을 때, 법원은 이들 죄를 동시에 판결했을 경우의 형평을 고려하여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습니다. 이는 이전에 받은 처벌이 새로 판단할 죄까지 포괄하여 충분하다고 볼 때 적용될 수 있습니다.
   • 사례 적용: 피고인들은 이미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으로 징역형을 선고받아 확정되었고, 이 사건 업무방해 및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와 경합범 관계에 있었습니다. 법원은 이 두 사건이 동시에 판결되었더라도 확정된 형보다 더 무거운 형이 선고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보아 형을 면제했습니다.

5. 범죄단체 조직 (형법 제114조)​

   • 내용: 범죄를 목적으로 하는 단체나 집단을 조직하거나 이에 가입 또는 그 활동을 하면 처벌받습니다. 여기서 '범죄단체'는 특정 다수인이 일정한 범죄를 수행한다는 공동 목적으로 구성한 계속적인 결합체로서, 단체를 주도하거나 내부 질서를 유지하는 최소한의 통솔 체계를 갖춘 것을 의미합니다.
   • 사례 적용: 법원은 대포통장 유통 조직이 다수인의 공동 범행 형태로 보일 뿐, D을 제외한 나머지 구성원들 사이에 특별한 지시·복종 관계나 위계적 서열 관계가 뚜렷하지 않았고, 통솔 체계가 명확히 갖춰진 '범죄단체'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하여 피고인들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참고 사항

이와 유사한 상황에 처했을 때 다음 사항들을 반드시 유의해야 합니다.

• 명의 제공의 위험성: 아무리 적은 대가라도 본인의 명의를 빌려주어 법인을 설립하거나 계좌를 개설하는 행위는 심각한 범죄에 연루될 수 있습니다. 대포통장 개설은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으로 엄히 처벌받으며 형사 처벌뿐만 아니라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까지 질 수 있습니다.
• 조직적 범죄 가담의 경각심: 단순히 '심부름'이나 '보조 업무'라고 생각하더라도 조직적인 범죄에 가담하는 경우 공동정범으로서 모든 행위에 대한 책임을 지게 됩니다. 본 사건에서도 피고인들이 직접 관여하지 않은 계좌 개설 및 대여에 대해서도 공모 관계가 인정되어 공동정범의 책임을 물었습니다.
• 금융기관의 계좌 개설 절차 준수: 금융기관은 대포통장 근절을 위해 계좌 개설 시 '금융거래목적확인서' 등 다양한 절차를 요구합니다. 이 과정에서 허위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금융기관의 업무를 방해하는 행위로 처벌 대상이 됩니다.
• 범죄 수익에 대한 몰수 및 추징: 대포통장 대여와 같은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죄는 현재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중대범죄'로 분류되어 범죄 수익에 대한 몰수 및 추징이 가능합니다. 이 판결에서는 당시 법률 해석상 추징 대상이 아니었으나, 법률 개정으로 현재는 중대 범죄로 분류됩니다.
• 사법 시스템의 형평성 고려: 이미 유사한 범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는 경우, 이후 동일하거나 유사한 범죄로 다시 기소될 때 사법부는 확정 판결과의 형평성을 고려하여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각 사건의 구체적인 상황과 법률 적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부분이므로 신중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