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정
남양주 K 일대 재건축 정비사업 조합이 기존 시공사와의 공사 계약을 해지하고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임시총회를 개최했습니다. 이에 조합원들이 임시총회 결의 과정에 절차상 중대하고 명백한 하자가 있다며 해당 결의의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가처분을 신청했으나, 법원은 조합원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신청을 모두 기각했습니다.
I아파트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은 2015년 주식회사 J를 시공사로 선정하고 2017년 공사도급계약을 체결했습니다. 그러나 2019년 J사가 공사단가 인상을 요구하고 공사를 중단하자, 조합은 2019년 10월 임시총회에서 J사의 시공사 선정 취소 및 계약 해지를 의결하고 통보했습니다. 이에 J사는 조합을 상대로 새로운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 절차 진행 금지 가처분을 신청하여 승소했습니다. 법원은 당시 조합이 민법상 또는 약정상 해지권을 행사할 수 없어 계약 해지가 무효라고 판단했습니다. 이후 조합은 2020년 9월 26일 다시 임시총회를 개최하여 시공사 계약 해지 등 주요 안건을 결의했습니다. 이에 일부 조합원들은 조합이 시공사 계약을 해지하는 임시총회를 개최하면서 관련 법령 및 정관에 따른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아 결의가 무효이므로, 해당 결의의 효력을 본안 소송 판결 확정 시까지 정지해달라고 이 사건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재건축 조합 임시총회에서 시공사 계약 해지 등을 결의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절차적 하자들이 총회 결의의 효력을 정지할 만큼 중대하고 명백한지에 대한 판단이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시공사 계약 해지 안건에 시공사 '선정'에 관한 국토교통부 고시상의 특별한 의사정족수 규정이 적용되는지 여부, ▲총회 의사정족수인 전체 조합원 10% 이상 직접 출석 요건이 충족되었는지 여부, ▲서면결의서 재사용의 적법성, ▲서명이나 날인 등이 누락되거나 잘못 기재된 서면결의서의 유효성, ▲총회 이전에 철회 의사를 밝혔으나 총회 종료 후에 조합에 도달한 서면결의 철회의 유효성 등이 문제되었습니다.
법원은 재건축 조합원들의 임시총회 결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모두 기각했습니다. 이에 따라 임시총회에서 이루어진 결의들은 그 효력을 유지하게 되었습니다. 소송비용은 채권자 보조참가인으로 인해 발생한 부분은 보조참가인이, 나머지는 채권자들이 각각 부담하게 되었습니다.
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조합원들의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습니다.
시공자 선정 관련 고시 적용 여부: 국토교통부 고시 제35조는 시공자를 '선정'하거나 '변경'하는 경우에 적용되는 조항이며, 이미 체결된 시공사와의 '계약을 해지'하는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시공자 선정 시의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한 규정이지, 계약 해지까지 제한하는 것은 조합의 의사결정 자유를 침해하고 조합원 이익에도 반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의사정족수 미달 주장에 대한 판단: 조합 측이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121명의 조합원이 총회에 직접 출석한 사실이 소명되었으며, 조합원들이 제출한 동영상 자료만으로는 이를 뒤집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코로나19 상황에서 조합원들을 여러 방에 나누어 영상을 일방향으로 송출하는 원격회의 방식은 한시적 조치였고, 충분한 논의와 자료 배포가 있었다면 위법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서면결의서 유효성 주장에 대한 판단:
피보전권리 및 보전의 필요성 부족: 법원은 조합원들의 주장이 충분히 소명되지 않았다고 보았고, 조합이 대출금을 변제하여 선행 가처분 결정의 해지 효력 정지 사유를 해소했으므로 민법 제673조에 따른 손해배상은 별론으로 하고 계약을 임의로 해지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시공사가 입게 될 손해는 금전적인 것으로 추후 본안 소송에서 충분히 전보받을 수 있으며, 대부분의 조합원이 시공사와의 계약 해지를 원하고 사업 지연으로 인한 재산상 피해를 고려할 때, 본안 판결 전에 가처분으로 계약 유지를 강제할 필요성도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사건과 관련된 주요 법령과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도시정비법) 제45조 제6항: 재건축조합 총회에서 안건을 의결하기 위해서는 총 조합원의 100분의 10 이상이 직접 출석해야 한다는 의사정족수 규정입니다. 이 사건에서는 채권자들이 이 요건이 충족되지 않았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조합 측의 소명을 인정하여 기각했습니다.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 (국토교통부 고시 제2018-101호) 제35조: 시공자 선정 시 총회 의사정족수로서 전체 조합원 과반수의 직접 출석을 요하며, 서면결의서 배부 및 제출 요건 등을 규정합니다. 이 사건에서 채권자들은 시공사 계약 해지 안건에도 이 규정이 적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이 고시가 시공자 '선정'에 국한되며 계약 '해지'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시공자 선정 과정에서의 투명성을 높이고 로비 자금을 예방하려는 취지이므로, 계약 해지까지 제한하는 것은 조합의 의사결정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민법 제673조: 도급계약에 있어 수급인(건설회사)이 일을 완성하기 전에 도급인(재건축조합)이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는 조항입니다. 다만, 이 경우 도급인은 해제로 인해 수급인이 입은 손해를 배상해야 합니다. 법원은 조합이 이 조항에 따라 손해배상을 하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기존 대출금을 변제하여 선행 가처분 결정의 효력 정지 사유를 해소한 이상 계약을 임의로 해지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만족적 가처분에 관한 법리: 본안 소송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결과와 실질적으로 동일한 내용의 권리관계를 형성하는 '만족적 가처분'의 경우, 일반적인 가처분보다 피보전권리(보호받을 권리) 및 보전의 필요성(긴급성)에 대한 더 높은 수준의 소명이 요구됩니다. 이 사건 가처분은 만족적 가처분으로 보기는 어렵지만, 법원은 보전의 필요성 판단 시 가처분 제도 전반의 엄격성을 고려한 것으로 보입니다.
아파트 재건축과 같은 복잡한 사업에서는 총회 결의 절차가 매우 중요합니다. 유사한 문제 상황에 직면했을 때 다음 사항들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