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지털 성범죄 · 사기 · 금융
피고인 A는 보이스피싱 범행에 가담하여 체크카드를 보관하고 돈을 인출하려 한 혐의, 그리고 지하철 등에서 불특정 여성들을 불법 촬영한 혐의 등으로 기소되었습니다. 원심에서 징역 10개월 등이 선고되었고 검사와 피고인 모두 양형 부당을 이유로 항소했습니다. 항소심 법원은 개정된 장애인복지법 적용 여부를 직권으로 판단하며 원심판결을 파기했습니다. 이후 재판부는 피고인에 대한 증거 수집 과정의 적법성을 면밀히 검토하여, 불법 촬영 혐의와 상당수의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에 대해 증거 수집 절차가 위법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따라 해당 혐의들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하고, 나머지 보이스피싱 사기 방조 및 일부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만 유죄를 인정하여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습니다. 무죄 판결의 요지는 공시되었습니다.
피고인 A는 성명불상의 보이스피싱 조직원으로부터 체크카드를 받아 송금된 돈을 인출해 주면 수수료를 주겠다는 제의를 받고 이에 응했습니다. 피고인은 2018년 12월 18일 서울 청량리역에서 보이스피싱에 이용될 체크카드 1장을 받아 보관하다가 잠복 중이던 경찰관에게 현행범으로 체포되었습니다. 이후 피고인의 가방에 있던 체크카드 13매, 휴대전화 1대, 몰래카메라 1대가 '임의제출' 방식으로 압수되었고, 수사기관은 이 휴대전화와 몰래카메라에서 불법 촬영 사진 및 보이스피싱 관련 대화 내용을 추출했습니다. 피고인은 2018년 11월 14일부터 12월 1일경까지 서울 지하철 및 버스정류장 부근에서 총 9명의 여성의 허벅지 등을 25회에 걸쳐 몰래 촬영한 혐의도 받았습니다.
새롭게 개정된 장애인복지법에 따른 성범죄 취업제한 명령 적용 여부, 현행범 체포 시 영장 없는 임의제출 방식의 압수수색 적법성 여부, 압수된 휴대전화 및 몰래카메라 저장 정보 탐색 및 출력 과정에서의 적법절차 준수 여부, 특히 피의자 참여권 보장 여부,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를 기초로 획득한 2차적 증거의 증거능력 인정 여부가 주요 쟁점이었습니다.
항소심 법원은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피고인 A에게 징역 10개월에 처하되, 이 판결 확정일로부터 2년간 위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고 선고했습니다. 또한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카메라등이용촬영) 혐의와 별지 범죄일람표 2 제1 내지 13번 기재 각 전자금융거래법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하고, 무죄판결 요지를 공시하도록 명했습니다.
피고인 A는 보이스피싱 사기 방조 및 일부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유죄가 인정되었으나, 불법 촬영 혐의와 상당수의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수사기관의 증거 수집 절차 위법성이 인정되어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이는 수사기관의 적법절차 준수와 영장주의 원칙의 중요성을 재차 확인한 판결입니다.
이 사건은 형사소송법상 '영장주의 원칙'과 '위법수집증거 배제 원칙'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형사소송법상 영장주의 원칙 (제216조, 제217조, 제218조): 압수수색은 원칙적으로 법관이 발부한 영장에 의해야 합니다. 예외적으로 현행범 체포 시에는 영장 없이 압수할 수 있지만(긴급압수, 제216조 제1항 제2호), 이때도 압수 후 48시간 이내에 사후영장을 청구해야만 유효한 증거로 인정됩니다(제217조 제2항). '임의제출'된 물건은 영장 없이 압수할 수 있지만(제218조), 체포된 피의자로부터 제출받는 경우 '임의성'이 엄격하게 요구되며, 사실상 강제에 의한 제출로 볼 여지가 크기 때문에 법원은 이 경우 임의제출로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본 판결은 수사기관이 현행범 체포 시 임의제출 방식을 택하여 사후영장 절차를 회피하는 관행에 경고를 보냈습니다.
위법수집증거 배제 원칙 (형사소송법 제308조의2):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않고 수집된 증거는 유죄의 증거로 삼을 수 없다는 원칙입니다. 이는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보장하기 위한 헌법 이념을 실현하는 핵심적인 규정입니다. 이 원칙은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1차적 증거)뿐만 아니라, 그 위법한 증거를 바탕으로 획득한 2차적 증거에도 적용됩니다. 본 사건에서 체크카드 압수 절차의 위법성을 근거로 하여 관련 진술조서 및 수사보고의 증거능력도 부정된 것이 그 예시입니다.
정보저장매체 압수수색 시 적법절차 (형사소송법 제219조, 제106조 제3항, 제121조 및 관련 규칙): 휴대전화와 같이 방대한 개인정보가 담긴 정보저장매체를 압수할 때는, 기억된 정보의 범위를 정하여 출력하거나 복제하는 방식으로 압수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또한 압수수색 과정에서 피압수자나 변호인의 '참여권'을 보장해야 하며, 압수된 자료에 대한 명확한 '압수목록'을 교부해야 합니다. 본 사건에서는 이러한 절차가 지켜지지 않아 휴대전화 및 몰래카메라에서 추출된 정보의 증거능력이 부정되었습니다. 또한 현행범 체포의 목적(전자금융거래법 위반)과 무관한 다른 범죄(불법 촬영)의 증거를 발견했을 경우, 별도의 압수수색 영장을 받아야 한다는 원칙도 재확인되었습니다.
사기방조죄 (형법 제347조 제1항, 제32조 제1항): 다른 사람의 사기 범행을 알고도 그 실행을 돕는 행위를 처벌합니다. 피고인은 보이스피싱 조직의 사기 범행에 도움을 주어 사기 방조죄가 인정되었습니다.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제49조 제4항 제2호, 제6조 제3항 제3호): 범죄에 이용될 것을 알면서 접근매체(체크카드, 통장 등)를 대여받거나 보관하는 행위를 금지합니다. 피고인은 보이스피싱에 이용될 것을 알면서 체크카드를 보관한 혐의로 유죄가 인정되었습니다. (다만, 증거 수집 절차 위반으로 13건의 보관 혐의는 무죄가 선고되었습니다.)
장애인복지법 제59조의3 제1항, 제2항: 개정된 이 법률은 성범죄로 형 또는 치료감호를 선고받는 경우 일정 기간 장애인복지시설 운영 및 취업을 제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사건 공소 사실 중 성범죄에 해당하는 부분이 있어 원심판결이 파기된 이유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수사기관이 현행범 체포 후 소지품을 압수할 때는 반드시 적법한 절차를 따라야 합니다. 긴급압수 후 48시간 이내에 사후영장을 청구하거나, 피의자가 완전히 자발적인 의사로 증거를 제출하는 경우에만 영장 없는 압수가 가능합니다. 체포된 상황에서는 피의자의 '임의 제출' 의사가 강제에 의한 것일 수 있으므로, 나의 권리를 명확히 표현하고 변호인의 조력을 요청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휴대전화 등 디지털 기기에는 방대한 개인정보가 담겨 있으므로, 수사기관이 이를 탐색할 때는 영장 발부, 피의자나 변호인의 참여권 보장, 압수목록 교부 등 엄격한 절차를 준수해야 합니다.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수집된 증거는 유죄를 입증하는 데 사용될 수 없으며, 이는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를 바탕으로 얻은 2차적 증거에도 적용됩니다.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는 사회적 폐해가 매우 큰 범죄이며, 체크카드나 통장을 빌려주거나 이를 이용해 돈을 인출하는 등 단순 가담으로 보이는 행위도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이나 사기 방조죄로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어떠한 경우에도 범죄에 이용될 가능성이 있는 접근매체(카드, 통장 등)를 타인에게 넘겨주거나 이를 이용하여 돈을 인출하는 행위는 절대 삼가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