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동
원고인 인력 공급업체가 공동수급체 구성원인 피고들에게 공동수급체 현장소장이 맺은 노무공급계약에 따른 대금 1억 1,523만 2천 원의 지급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계약 불인정, 현장소장의 대리권 부재, 피고들의 동의 부재, 부당이득 불인정을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원고 A는 H공사 현장에 근로자들을 공급하고 근로자들에게 임금을 선지급한 후 공동수급체로부터 노무공급대금을 받기로 현장소장 I과 약정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E 주식회사는 원고가 공급한 근로자들의 임금을 미지급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고, 원고는 피고 B, C가 노무공급계약의 당사자이거나 현장소장 I의 행위에 대한 표현대리 또는 공동수급체의 상법상 연대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하며 미지급 대금 1억 1,523만 2천 원을 청구했습니다. 또한 예비적으로 피고들이 노무 제공으로 부당이득을 얻었으므로 반환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원고와 피고들 사이에 직접적인 노무공급계약이 체결되었는지 여부, 공동수급체 현장소장 I에게 피고들을 대리할 권한이 있었는지 여부 또는 표현대리 책임이 인정되는지 여부, 민법상 조합에 해당하는 공동수급체 구성원으로서 피고들이 상법상 연대책임을 지는지 여부, 피고들이 원고의 노무 제공으로 인해 부당이득을 얻었는지 여부가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이었습니다.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를 모두 기각하고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법원은 원고가 주장하는 노무공급계약이 피고들과 직접 체결되었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현장소장 I에게 피고들을 대리할 권한이 있었다고 볼 증거도 없으며, 표현대리 책임 또한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공동수급표준협정서에 따라 하도급 계약 체결 시 다른 구성원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근거로 E이 단독으로 노무공급계약을 체결했더라도 피고들의 동의가 없었으므로 피고들을 대리할 권한이 없다고 보았습니다. 마지막으로 원고와 E 사이에 계약관계가 있었다고 보아, 원고의 노무 제공이 피고들에게 이익이 되었더라도 E에게 반대급부를 청구할 수 있을 뿐 피고들에게 직접 부당이득 반환을 청구할 수 없다고 보아 원고의 모든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이 판결에서는 공동수급체와 관련된 계약 체결 시 대리권의 범위와 공동수급체 구성원들의 책임, 그리고 부당이득 반환 청구에 대한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1. 대리권의 범위 및 표현대리 (민법 제125조, 제126조) 법원은 현장소장 I이 E의 직원일 뿐 피고들을 직접 대리 또는 대표하여 노무공급계약을 체결할 권한을 묵시적으로 수여받았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피고들이 I에게 대리권을 수여했음을 표시했거나, 원고가 I에게 대리 권한이 있다고 믿을 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볼 증거도 부족하여 표현대리 책임도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2. 공동수급체의 업무집행조합원 대리권 제한 (민법 제709조) 공동수급체는 민법상 조합의 성격을 가지며, 조합계약으로 업무집행자를 정하면 그 업무집행조합원은 조합 목적 달성에 필요한 범위에서 모든 행위를 할 대리권이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민법 제709조). 그러나 이 규정은 임의규정이므로 당사자 약정으로 대리권의 내용을 달리 정할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공동수급약정에 편입된 공동수급표준협정서 제7조가 '공동수급체 구성원 중 일부 구성원이 단독으로 하도급계약을 체결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다른 구성원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었습니다. 법원은 원고가 주장하는 노무공급계약이 실질적으로 하도급계약에 해당하므로, E이 이 계약을 체결할 때 다른 구성원인 피고들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보았습니다. 피고들의 명시적 또는 묵시적 동의가 없었으므로, 업무집행조합원인 E이 피고들을 대리하여 이 계약을 적법하게 체결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3. 부당이득 반환 청구 (민법 제741조) 법원은 원고가 E과 사이에 고용 알선 또는 노무도급 등 계약관계에 있었던 것으로 보았습니다. 따라서 원고가 E과의 계약관계를 근거로 인력을 공급하고 노무를 제공한 것이 설령 피고들에게 어떤 이익이 되었다고 하더라도, 원고는 계약 상대방인 E에 대해 계약상의 반대급부를 청구할 수 있을 뿐, 그 제3자인 피고들에게 직접 부당이득 반환을 청구할 수는 없다고 보아 예비적 청구도 기각했습니다.
공동수급체와 같이 여러 업체가 함께 사업을 하는 경우, 계약 체결 시에는 반드시 계약 당사자를 명확히 하고, 상대방에게 계약을 체결할 적법한 권한이 있는지 서면으로 확인해야 합니다. 특히 하도급 계약 등 주요 계약의 경우 공동수급체 구성원 전체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약정이 있다면, 반드시 모든 구성원의 동의를 받아야 법적 효력을 주장할 수 있습니다. 또한 현장소장과 같은 현장 실무자가 계약을 체결하더라도, 본래 권한 범위 내인지 여부와 다른 구성원의 동의가 있었는지 여부를 면밀히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신이 직접 노무비를 선지급했다고 주장하는 경우, 이를 객관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 금융거래 내역이나 명확한 영수증 등을 철저히 보관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