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류/처분/집행
여객 운송사업을 하는 주식회사 A는 소속 운전기사 B가 블랙아이스 도로에서 대형 추돌사고를 일으킨 후, 피해 차량들에게 배상한 손해액 중 일부를 B에게 구상금으로 청구했습니다. 법원은 B의 전방 주시 및 감속 의무 위반 과실을 인정하면서도, 회사의 사업 특성, 보험 한도 미증액, 블랙아이스 등 외부 요인, 운전기사 해고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A가 B에게 청구할 수 있는 구상금 범위를 손해액의 30%로 제한했습니다. 이에 따라 B는 A에게 약 2천 79만원과 지연이자를 지급하라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2022년 12월 21일 오전 7시 47분경, 버스 운전기사 B는 울산 울주군 도로에서 원고 소유의 버스를 운전하던 중 선행 교통사고로 정차 중이던 링컨 SUV 차량의 우측 뒷 범퍼를 들이받았습니다. 이 충격으로 링컨 SUV 차량이 밀리면서 전방의 쏘나타 택시를 충격했고, 쏘나타 택시도 밀리면서 옹벽을 1차 충격한 후 또 다른 쏘나타 택시, 라세티 차량, K5 택시, 아반떼 차량 등 총 8대의 차량이 연쇄적으로 추돌하는 대형 교통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사고 당시는 겨울철 아침으로, 내린 비 등이 얼어 도로가 결빙되어 블랙아이스 현상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었습니다.
버스 운전기사의 블랙아이스 도로에서의 다중 추돌사고 발생 과실 유무와 이에 대한 사용자인 버스 회사의 구상권 행사 가능성 및 그 구상권의 범위가 주요 쟁점이었습니다.
법원은 피고 B가 원고 주식회사 A에게 20,799,378원 및 이에 대하여 2024년 8월 13일부터 2024년 11월 27일까지는 연 5%,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에 의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원고 A의 나머지 청구는 기각되었으며, 소송비용은 원고가 7/10, 피고가 나머지를 각 부담하게 되었습니다.
법원은 버스 운전기사 B가 겨울철 아침 결빙 도로에서 전방을 주의 깊게 살피고 감속하여 안전하게 운행할 의무를 위반한 과실이 있다고 인정하여 회사 A의 구상권 발생을 인정했습니다. 그러나 사용자인 A가 운송 사업의 이익을 얻고 운전 업무의 특성상 사고 위험이 상존하며, A가 대물보상 한도를 충분히 늘리지 않은 점, 사고에 블랙아이스라는 외부 요인이 상당한 영향을 미친 점, 운전기사가 사고로 해고된 점 등을 고려하여 손해의 공평한 분담 원칙에 따라 A가 B에게 구상할 수 있는 금액을 전체 손해액 69,331,260원의 30%인 20,799,378원으로 제한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민법 제756조 제1항 및 제3항이 핵심적으로 적용되었습니다. 민법 제756조 제1항 (사용자의 배상책임)은 '타인을 사용하여 어느 사무에 종사하게 한 자는 피용자가 그 사무집행에 관하여 제3자에게 가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여, 피용자인 운전기사의 과실로 인한 사고에 대해 사용자인 버스 회사가 피해자들에게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지게 됩니다. 민법 제756조 제3항은 '사용자가 피용자의 선임 및 그 사무 감독에 상당한 주의를 한 때 또는 상당한 주의를 하여도 손해가 있을 경우를 제외하고는 제1항과 제2항의 규정을 적용하지 아니한다'는 내용으로, 사실상 사용자의 구상권 행사를 뒷받침하는 조항은 아닙니다. 실제 이 사건에서는 사용자가 피용자의 불법행위로 인해 손해를 입었거나 피해자에게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 경우, 사용자는 피용자에게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지만, 그 사업의 성격과 규모, 시설 현황, 피용자의 업무 내용, 근로조건이나 근무 태도, 가해 행위 상황, 사용자의 사고 예방 노력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손해의 공평한 분산이라는 관점에서 신의성실의 원칙상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한도 내에서만 행사할 수 있다는 사용자의 구상권 제한 법리(신의칙과 공평의 원칙)가 적용되었습니다 (대법원 1991. 5. 10. 선고 91다7255 판결 등 참조). 이 법리에 따라 운송 업무의 위험이 사용자에게도 영업 이익과 함께 귀속되므로 그 책임을 전적으로 운전자에게만 전가할 수 없다는 취지에서 회사 A의 구상권이 30%로 제한된 것입니다.
운전자는 겨울철 아침 등 도로 결빙이 예상되는 시점이나 구간에서 '블랙아이스'와 같이 눈에 잘 띄지 않는 위험이 있으므로 평소보다 훨씬 더 감속하고 전방을 주시하며 안전거리를 확보하는 등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특히 버스처럼 중량이 큰 차량의 운전자는 더욱 높은 주의 의무를 가집니다. 운전 업무와 같이 사고 위험이 상존하는 직무의 경우 사고 발생 시 사용자(회사)는 민법상 사용자 책임으로 피해자에게 손해를 배상해야 합니다. 이후 사용자가 운전자에게 구상금을 청구할 수 있지만, 이때 사용자의 사업 규모, 이익, 사고 예방 노력, 보험 가입 여부 및 한도, 운전자의 근로 조건 및 사고 경위 등 여러 요소를 고려하여 운전자에게 구상할 수 있는 금액은 공평의 원칙에 따라 상당 부분 제한될 수 있습니다. 운송 회사와 같은 사용자 입장에서는 예상치 못한 대형 사고에 대비하여 대물배상 한도를 충분히 높게 설정하는 등 적절한 보험에 가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는 사고 발생 시 회사의 손실을 줄이고 운전기사의 과도한 부담을 경감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블랙아이스는 육안으로 구별하기 어렵기 때문에 겨울철 새벽이나 아침 시간대에 다리 위, 터널 입출구, 그늘진 도로 등에서는 상습 결빙 구간임을 인지하고 서행해야 합니다. 사고 발생 시에는 2차 사고 예방을 위해 즉시 비상등을 켜고 안전한 곳으로 대피 후 사고 처리를 진행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