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정
의약품 제조·판매 회사 A 주식회사는 멸종위기종인 사향을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의 수입허가를 받아 수입했으나, 수출국에서 발행된 CITES 수출증명서가 위·변조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이에 경인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장은 A 주식회사에 해당 사향과 이를 원료로 제조한 의약품에 대해 제조·판매 중지, 유통 중인 제품 회수 및 회수 사실 공표를 명령했습니다. A 주식회사는 이러한 행정처분이 절차적, 실체적으로 위법하다며 취소 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은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보호해야 할 긴급한 공익상 필요가 인정된다며 A 주식회사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A 주식회사는 2018년 4월 24일부터 2021년 8월 17일까지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의 수입 허가를 받아 러시아 원산지의 '사향' 총 19.856kg을 홍콩을 경유하여 수입했습니다. 피고 경인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장은 2021년 10월 8일부터 2021년 11월 23일까지 진행된 조사에서, A 주식회사가 제출한 CITES 수출증명서가 수출국에서 발행된 원본과 품목, 수량, 수입자 등이 다르게 기재되어 있어 위·변조되었거나 위·변조 우려가 있다고 확인했습니다. 이에 피고는 2021년 11월 23일 약사법에 따라 A 주식회사에 해당 사향 및 그로 제조한 제품에 대한 제조·판매 중지, 유통 중인 제품 회수 및 회수 사실 공표 명령, 잠정 제조·판매 중지 명령 등의 행정처분을 내렸습니다. A 주식회사는 피고의 이러한 처분에 대해 절차적, 실체적 하자가 있다며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피고의 행정처분이 사전 통지 및 의견 제출 기회 미부여, 처분 이유 불분명 등 행정절차법상 절차적 하자가 있는지 여부입니다. 둘째, CITES 수출증명서 위·변조 사실만으로 약사법상 제조·판매 중지 및 회수 명령의 처분 사유(국민 보건상 위해 또는 위해 발생 우려)가 인정되는지 여부입니다. 셋째, 피고의 처분이 과도하여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인지 여부입니다.
법원은 원고 A 주식회사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고 소송 비용은 원고가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법원은 피고의 행정처분에 절차적 하자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국민의 신체와 건강에 대한 위험을 예방하기 위해 긴급한 처분이 필요한 경우에 해당하므로 사전 통지 및 의견 제출 기회를 생략할 수 있다고 보았고, 처분서의 내용을 종합할 때 원고가 처분의 근거와 이유를 충분히 알 수 있었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법원은 처분 사유가 존재한다고 보았습니다. 허위 내용이 기재된 CITES 수출증명서를 제출하여 원산지, 품질, 유효성, 안전성이 확인되지 않은 의약품이 유통될 우려가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국민 보건에 위해를 줄 염려가 있거나 공중 위생상 위해가 발생할 우려가 인정된다고 보았습니다. 마지막으로, 법원은 피고의 처분이 재량권을 일탈·남용하지 않았다고 판단했습니다. 의약품의 안전성 확보는 국민 보건 향상을 위해 매우 엄격한 기준이 요구되며, 허위 자료에 기반한 의약품 유통을 방치하는 것은 공중 위생에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원고의 경제적 손실보다는 국민 건강 침해 위험 예방이라는 공익상 필요가 훨씬 크다고 보아, 피고의 처분이 타당하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이 사건은 주로 다음과 같은 법률과 원칙에 기반하여 판단되었습니다.
약사법 제43조 제1항 (의약품등의 수입 허가): 멸종 위기에 놓인 야생 동·식물의 국제 거래에 관한 협약(CITES)에 따른 동·식물의 가공품 중 의약품을 수입하려는 자는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의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이 규정은 의약품 원료의 품질, 유효성, 안전성을 미리 확인하여 공중 위생상 위해를 방지하는 목적을 가집니다.
약사법 제71조 제1항 (위해 의약품등의 폐기 등 명령):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국민 보건에 위해를 주었거나 줄 염려가 있는 의약품등을 판매하거나 판매 목적으로 제조, 수입한 경우, 해당 의약품등의 폐기 또는 그 밖의 필요한 조치를 명할 수 있습니다. 법원은 허위 서류 제출로 인한 원료의 불확실성만으로도 '위해를 줄 염려'가 인정된다고 보았습니다.
약사법 제71조 제2항 (공중 위생상 위해 발생 우려 의약품등의 회수·폐기 명령):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의약품등으로 인하여 공중 위생상 위해가 발생하였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하면 유통 중인 의약품등을 회수·폐기하게 하거나 그 밖의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명할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위·변조된 수출증명서로 수입된 사향이 이러한 '위해 발생 우려'에 해당한다고 판단되었습니다.
약사법 제72조 (회수 사실 공표 명령): 제71조 제2항에 따라 유통 중인 의약품등을 회수·폐기하게 한 경우,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수입자 등에게 그 사실을 공표하도록 명해야 합니다.
행정절차법 제21조 제1항, 제4항 및 제22조 (처분의 사전 통지 및 의견 제출): 행정청은 당사자에게 의무를 부과하거나 권익을 제한하는 처분을 할 때 미리 통지하고 의견 제출 기회를 주어야 합니다. 다만, '공공의 안전 또는 복리를 위하여 긴급히 처분을 할 필요가 있는 경우' 등에는 이를 생략할 수 있습니다. 법원은 의약품의 불확실한 원료 유통을 막기 위한 처분이 이러한 '긴급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행정절차법 제23조 제1항 (처분의 이유 제시): 행정청은 처분할 때 원칙적으로 그 근거와 이유를 제시해야 합니다. 이유 제시의 목적은 당사자가 불복하여 구제 절차로 나아가는 데 지장이 없도록 하는 것이며, 처분서 내용과 관련 법령 등을 종합하여 그 근거와 이유를 알 수 있었다면 이유 제시 의무를 다한 것으로 봅니다.
재량권 일탈·남용 금지 원칙: 행정청이 재량권을 행사할 때 그 한계를 넘어서거나 남용해서는 안 됩니다. 법원은 의약품의 안전성과 국민 보건 향상이라는 공익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원고의 경제적 손실보다 공익 보호의 필요성이 크다고 판단하여 처분이 재량권을 일탈·남용하지 않았다고 보았습니다.
의약품 제조·수입업체는 원료의 수입 과정에서 제출하는 모든 서류의 진위 여부를 철저히 확인해야 합니다. 특히 CITES와 같이 멸종위기종 관련 국제 협약에 따른 증명서는 위·변조 여부를 매우 엄격하게 검증해야 합니다. 수입 허가를 받았더라도, 허가 과정에 사용된 서류가 허위로 밝혀지면 해당 허가는 소급하여 효력을 잃을 수 있으며, 이는 관련 의약품의 제조·판매 중지, 회수 등의 행정처분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의약품은 국민 건강과 직결되므로, 서류 위·변조 등으로 원료의 안전성, 유효성이 불확실해지는 경우, 실제로 건강상의 위해가 발생하지 않았더라도 '위해 발생 우려'만으로도 강력한 행정처분을 받을 수 있습니다. 행정청은 국민의 생명과 건강에 위험을 예방해야 할 긴급한 공익상 필요가 있는 경우, 사전 통지 및 의견 제출 절차를 생략하고 즉시 처분을 내릴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