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배상 · 기타 금전문제 · 사기
원고는 보이스피싱 사기로 7,200만 원을 편취당했고 사기범은 그중 일부를 피고의 계좌로 송금했습니다. 피고는 성명불상자의 제안에 따라 송금받은 돈으로 비트코인을 구매하여 사기범이 지정한 전자지갑으로 전송했습니다. 원고는 피고가 보이스피싱 범행을 방조한 공동불법행위자라고 주장하며 6,000만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피고가 사기 범행에 이용당한 것에 불과하고 고의 또는 과실로 범행을 방조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원고 A는 2019년 12월 30일 허위 카드 승인 메시지를 받은 후 경찰관과 금융감독원 직원을 사칭한 보이스피싱 일당에게 속아 자신의 휴대전화에 악성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고, 이들에게 총 7,200만 원을 사기범이 지정한 E 명의의 계좌로 송금했습니다. 사기범은 E 명의 계좌에서 피고 B의 계좌로 총 9,000만 원(원고의 피해금 중 일부 포함)을 송금했습니다. 피고 B는 같은 달 27일경 성명불상자로부터 카카오톡으로 비트코인 구매대행 업무를 제안받고, 30일 성명불상자가 E 명의 계좌에서 자신의 계좌로 송금한 9,000만 원을 받아 피고의 모친 L 명의의 가상화폐 계좌를 통해 6,000만 원 상당의 비트코인을 구매한 후 성명불상자가 지정하는 전자지갑으로 전송했습니다. 이에 원고는 자신의 피해금 일부가 피고를 통해 유출된 것을 확인하고 피고를 상대로 보이스피싱 방조에 따른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피고가 보이스피싱 범행을 방조한 공동불법행위자로서 원고에게 손해배상 책임이 있는지, 특히 피고의 고의 또는 과실 인정 여부와 그 행위가 원고의 손해 발생에 대한 상당인과관계가 있는지 여부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법원은 피고가 성명불상자에게 속아 가상화폐 구매대행을 한 것에 불과하며, 거래 당시 구매자의 신원을 확인하는 등 주의를 기울였고, 송금된 돈이 보이스피싱 피해금인 것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피고의 가상화폐 구매대행 행위가 원고의 손해 발생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도 어려워, 피고에게 고의 또는 과실에 의한 보이스피싱 방조 책임을 인정할 수 없다며 원고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기각했습니다.
본 사건에서는 민법 제760조 제3항이 규정하는 공동불법행위 책임의 한 형태로서 '방조책임'이 문제되었습니다. 민법 제760조 제3항은 공동불법행위자 중 누가 손해를 가했는지 알 수 없는 경우에도 공동으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진다고 명시하여 방조자에게도 공동불법행위 책임을 부담시킬 수 있습니다. 방조는 불법행위를 용이하게 하는 직간접적인 모든 행위를 포함하며, 민사법 영역에서는 과실에 의한 방조도 가능합니다. 이때 과실은 불법행위를 돕지 말아야 할 주의의무를 위반한 것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과실에 의한 방조로 공동불법행위 책임을 지우기 위해서는 방조 행위와 불법행위에 의한 피해자의 손해 발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어야 합니다. 상당인과관계의 판단은 과실 행위로 인해 불법행위가 용이해질 수 있다는 점에 대한 예견 가능성, 과실 행위가 피해 발생에 미친 영향, 피해자의 신뢰 형성 기여 정도, 피해자 스스로 쉽게 피해를 방지할 수 있었는지 등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피고가 가상화폐 구매대행 당시 신원 확인 절차를 거치는 등 나름의 주의를 기울였고, 송금된 돈이 보이스피싱 피해금임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피고의 과실에 의한 방조와 원고의 손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개인 간의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 구매대행은 불법 자금 세탁이나 보이스피싱 등 범죄에 악용될 가능성이 매우 높으므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합니다. 돈의 출처가 불분명하거나 정상적인 거래 방식과 다른 비대면 거래 제안은 범죄 연루 가능성이 크므로 각별히 주의해야 합니다. 정식으로 인가된 가상화폐 거래소가 아닌 개인 간 대행 거래 시에는 송금되는 돈의 출처와 거래 상대방의 신원을 더욱 철저히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기범들은 가상화폐 거래의 익명성을 악용하여 피해금을 은닉하려 시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본인 명의가 아닌 타인 명의의 가상화폐 계좌를 이용하는 경우에도 법적 책임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습니다. 보이스피싱 피해가 발생하면 즉시 경찰 등 수사기관에 신고하여 피해 확산을 막고 신속한 수사를 요청해야 합니다. 본인이 사기 범행의 도구로 이용당했을 경우라도 고의 또는 중과실이 인정되면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항상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