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해배상 · 의료
망인 I 씨의 유가족들은 망인이 몸살, 고열 등으로 병원을 찾았다가 뇌염으로 사망하자, K 병원과 L 병원 의료진의 진단 및 치료상의 과실을 주장하며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유가족들은 두 병원이 망인의 뇌염을 조기에 진단하지 못하고 적절한 검사와 치료를 소홀히 했으며, 이로 인해 망인이 사망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의료진의 의료 행위 당시 환자의 증상, 병원의 진료 환경 및 응급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두 병원 의료진에게 의료상의 과실이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과실과 망인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고 판단하여, 유가족들의 손해배상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망인 I 씨는 2016년 12월 12일 사랑니 발치 후 12월 13일부터 몸살, 고열, 콧물, 목 통증 등의 증상으로 경기도 여주시에 있는 K 병원을 세 차례 방문했습니다. 초기에는 상기도 감염으로 진단받았으나, 12월 16일 세 번째 방문 시에는 의식이 저하된 상태로 K 병원에 내원했습니다. K 병원은 뇌 CT를 촬영했으나 이상 소견을 발견하지 못하고 강원도 원주시에 있는 L 병원으로 전원 조치했습니다. L 병원 이송 후 망인은 여러 차례 경련 및 발작 증세를 보였고, 보호자의 요청으로 다시 N 병원으로 전원되었으나 결국 사망에 이르렀습니다. 망인의 유가족들은 K 병원과 L 병원 의료진이 망인의 뇌염을 조기에 진단하지 못하고 적절한 치료를 하지 않는 등 의료상의 과실로 망인이 사망에 이르렀다며 두 병원의 운영자들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K 병원 의료진이 망인의 뇌염을 조기에 진단하지 못하고 치료를 소홀히 했으며 설명의무를 위반했는지 여부, L 병원 의료진이 중추신경계 감염이 의심되는 망인에게 필요한 검사(뇌 MRI, 뇌척수액 검사) 및 항바이러스제 투여를 소홀히 하고 부실한 진료를 했는지 여부, 위 병원들의 의료 과실이 망인의 사망에 인과관계가 있는지 여부, 두 병원의 운영자가 의료진의 과실에 대한 사용자로서 손해배상 책임을 지는지 여부가 쟁점이었습니다.
법원은 원고들이 피고 병원들에게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를 모두 기각하고 소송 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법원은 K 병원 의료진의 경우, 망인의 초기 증상이 상기도 감염을 의심할 수 있는 상황이었고, 뇌염을 강하게 의심할 만한 특별한 증상이 없었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망인이 의식 저하 상태로 3차 내원했을 때 뇌 CT 촬영 후 즉시 L 병원으로 전원 조치한 것은 적절했다고 판단했습니다. L 병원 의료진의 경우, 망인의 경련 증상으로 인해 뇌 MRI나 뇌척수액 검사를 시행하기 곤란한 상황이었고, 중추신경계 증상의 원인이 불분명한 상태에서 항바이러스제 조기 투여를 단정할 수 없었다고 보았습니다. 보호자의 전원 요청에 따른 조치도 과실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법원은 원고들이 주장하는 의료과실이 충분히 증명되지 않았고, 과실과 망인의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도 단정하기 어렵다고 보아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의사의 주의의무 위반과 진단상의 과실 여부, 그리고 의료과실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 시 입증 책임 완화에 대한 법리가 주로 적용되었습니다.
1. 의사의 주의의무: 의사는 사람의 생명과 건강을 관리하는 업무의 특성상 환자의 구체적인 증상과 상황에 따라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최선의 조치를 취해야 할 주의의무가 있습니다. 이때 의료 수준은 의료행위 당시 임상의학 분야에서 일반적으로 알려지고 인정되는 의학 상식을 기준으로 판단됩니다.
2. 진단상의 과실 판단 기준: 진단은 질병을 감별하고 치료법을 결정하는 중요한 단계이므로, 의사는 전문직업인으로서 신중하고 정확하게 진찰하여 위험한 결과 발생을 예견하고 회피하는 데 필요한 최선의 주의의무를 다해야 합니다. 만약 해당 의료기관의 여건상 진단에 필요한 검사를 할 수 없다면, 환자에게 해당 검사를 받을 수 있는 다른 의료기관으로 전원할 것을 권고할 의무도 있습니다.
3. 의료과실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 시 입증 책임 완화: 의료상의 과실로 인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환자 측이 의료행위 과정에서 일반인의 상식에 비추어 의료 과실이 있는 행위를 증명하고, 그 결과와 의료행위 외에 다른 원인이 개재될 수 없다는 사정(예: 의료행위 이전에 그러한 결과의 원인이 될 건강상 결함이 없었음)을 증명한다면, 의료상 과실과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를 추정하여 손해배상 책임을 지울 수 있도록 입증 책임이 완화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의료과실의 존재 자체는 환자 측이 증명해야 합니다. 이 판결에서는 원고들이 두 병원 의료진의 주의의무 위반(과실)이 있었다는 점을 충분히 증명하지 못했다고 보아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의료진의 진단이나 처치에 대해 의문이 들 경우, 진료 기록, 검사 결과 등 관련 자료를 철저히 확보하고 필요한 경우 다른 의료기관의 전문의 소견을 구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환자의 상태가 급변하거나 신경학적 이상 증상(의식 변화, 발작 등)이 나타날 경우, 의료진에게 이를 명확히 알리고 어떠한 검사가 필요한지, 왜 해당 검사를 할 수 없는지 등에 대해 충분한 설명을 요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응급 상황에서는 환자의 안정적인 상태 유지를 위해 특정 검사나 처치가 제한될 수 있음을 이해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발작 중에는 뇌 MRI나 뇌척수액 검사가 어려울 수 있습니다. 다른 병원으로의 전원 조치는 환자의 건강 상태, 필요한 의료 장비 및 전문 인력 유무, 보호자의 의사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하여 결정되므로, 전원 결정 과정에서 충분한 설명을 듣고 신중하게 판단해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