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현장 불안정한 계단에서 추락하여 사망한 사고의 책임 판결

망인 K은 G 소속 공무과장으로 건설 현장에서 근무 중 피고 주식회사 D가 인테리어 공사를 진행하던 현장의 불안정한 계단에서 난간처럼 보이는 쇠파이프를 잡았다가 추락하여 사망했습니다. 법원은 피고 주식회사 D(인테리어 공사 회사)와 피고 F(D의 현장소장), 그리고 주식회사 G(망인의 소속 회사)가 각각 산업안전보건법상 의무 위반 및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 또는 사용자 보호의무 위반으로 망인 K의 사망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다만 망인 K에게도 안전 수칙 준수 및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고 보아 책임 비율을 70%로 제한했습니다. 원고 A(망인의 부)에게 149,809,441원, 원고 B(망인의 모)에게 150,989,861원을 지급하도록 판결했으며, 국민연금공단(승계참가인)에게도 지급된 유족연금액을 배상하도록 했습니다. 주식회사 G의 현장소장 C과 주식회사 D의 대표이사 E에 대한 청구는 책임 인정 근거 부족으로 기각되었습니다.

관련 당사자

• 사망한 근로자 K: 시흥시 H지구 상업시설 기계설비공사 현장에서 공무과장으로 근무하던 중 사고로 사망함.
• 원고 A (사망자의 아버지)와 원고 B (사망자의 어머니): 사망한 K의 공동상속인으로서 손해배상을 청구한 당사자들.
• 국민연금공단 (원고들 승계참가인):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따라 망인 K의 유족들에게 유족급여를 지급했으며 해당 금액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승계참가인으로서 제기함.
• 주식회사 G: 망인 K이 소속되어 기계설비공사를 하도급받아 수행한 회사로 망인의 사용자로서 안전보호의무 위반 및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책임이 인정됨.
• 주식회사 D: 이 사건 건물의 지하 2층 인테리어 공사를 도급받아 수행한 회사로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난간 설치 의무 위반 책임이 인정됨.
• F: 주식회사 D의 인테리어 공사 현장소장으로 현장 상황을 알고도 망인에게 적절한 안전 조치를 취하지 않거나 주의를 주지 않은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 책임이 인정됨.
• C: 주식회사 G의 기계설비공사 현장소장으로 사고에 대한 구체적인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 근거가 부족하여 책임이 인정되지 않음.
• E: 주식회사 D의 대표이사로 사고에 대한 구체적인 주의의무 위반 근거가 부족하여 책임이 인정되지 않음.

분쟁 상황

망인 K은 주식회사 G의 공무과장으로 시흥시 H지구 상업시설의 기계설비공사 현장에 남아 후속 공사 과정의 하자 접수 등 관련 업무를 수행하고 있었습니다. 피고 주식회사 D는 같은 건물 지하 2층에서 인테리어 공사를 진행하고 있었는데 미끄럼틀 구조물 상부의 천정 냉·난방 배관이 고객 통행에 방해가 될 우려가 있어 망인 K에게 배관 이동 가능 여부 확인을 요청했습니다. 2019년 11월 3일 14시 5분경, 피고 D의 현장소장 F과 망인 K은 난간이 없고 발판이 불안정한 계단을 통해 미끄럼틀 구조물 상부로 올라가 배관 간섭 구간을 확인했습니다. 확인 후 내려오던 중, 망인 K은 흔들리는 몸의 중심을 잡기 위해 난간처럼 걸쳐 있던 쇠파이프를 잡았으나 쇠파이프는 고정되어 있지 않아 바로 탈락했고 망인 K은 약 280cm 높이에서 콘크리트 바닥으로 머리부터 추락했습니다. 이 사고로 망인 K은 뇌 좌상 및 경막하 출혈 등의 상해를 입고 병원 치료를 받았으나 2019년 11월 22일 사망했습니다. 사고 당시 피고 F과 망인 K 모두 안전모 등 안전장구를 착용하지 않았습니다.

핵심 쟁점

건설 현장에서의 추락 사고에 대한 사업주의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 조치 의무 위반 여부, 현장소장의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 여부 및 책임 범위, 근로자 소속 회사의 사용자로서의 근로계약상 보호의무 위반 여부, 사고 발생에 있어 망인의 과실이 손해배상 책임 비율에 미치는 영향, 대표이사나 다른 현장소장에게도 개별적인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되는지 여부가 주요 쟁점입니다.

법원의 판단

법원은 피고 주식회사 D와 F은 주식회사 G와 공동하여 원고 A에게 149,809,441원, 원고 B에게 150,989,861원 및 각 돈에 대하여 2019년 11월 13일부터 2022년 6월 10일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에 의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또한 피고 주식회사 D와 F은 주식회사 G와 공동하여 원고 A의 승계참가인(국민연금공단)에게 1,686,120원, 원고 B의 승계참가인에게 505,700원 및 각 돈에 대하여 2022년 4월 29일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비율에 의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했습니다. 원고들과 승계참가인의 피고 C(G의 현장소장)와 E(D의 대표이사)에 대한 각 청구 및 피고 D, F에 대한 각 나머지 청구는 모두 기각했습니다. 소송비용 중 원고들 및 승계참가인과 피고 C, E 사이에 생긴 부분은 원고들 및 승계참가인이 부담하고, 원고들 및 승계참가인과 피고 D, F 사이에 생긴 부분은 그 중 50%는 원고들 및 승계참가인이, 나머지는 피고 D, F이 각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결론

법원은 불안정한 계단에 대한 안전난간 미설치, 난간으로 오인할 수 있는 쇠파이프 방치 및 미고지, 안전모 등 보호구 미착용 조치 미비 등의 총체적인 안전 관리 소홀이 망인의 추락 및 사망의 원인이 되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피고 주식회사 D와 F은 산업안전보건법상 의무 위반 및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으로, 주식회사 G는 산업안전보건법상 의무 위반 및 사용자로서의 보호의무 위반으로 공동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습니다. 다만 망인의 과실도 인정하여 책임 비율을 70%로 제한하고 구체적인 안전 관리 책임이 입증되지 않은 현장소장 C과 대표이사 E에 대한 청구는 기각했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1. 산업안전보건법상 사업주의 위험 방지 조치 의무 (구 산업안전보건법 제23조 제3항 및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30조):
   • 사업주는 근로자가 추락할 위험이 있는 장소에는 그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피고 주식회사 D가 높이 3미터 이상인 계단에 안전난간을 설치하지 않아 이 의무를 위반했습니다.
   •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30조는 높이 1미터 이상인 계단의 개방된 측면에는 안전난간을 설치해야 한다고 규정합니다.
   • 또한 주식회사 G는 사업주로서 근로자(망인)가 추락 위험이 있는 작업을 할 때 안전모 착용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할 의무를 위반했습니다. 망인의 업무 특성상 공사 현장을 드나들며 추락 위험에 노출될 수 있었음에도 안전모 지급 및 착용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것입니다.
2. 현장소장의 업무상 주의의무:
   • 피고 F은 주식회사 D의 현장소장으로서 현장 상황을 잘 알고 있었으므로 안전난간이 없는 계단을 망인에게 오르내리도록 했을 때 추락 예방을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거나 최소한 안전난간이 없으며 걸쳐진 쇠파이프가 지지력이 없다는 사실을 미리 고지해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를 부담합니다. 피고 F이 이를 이행하지 않아 업무상 과실치사 책임이 인정되었습니다.
3. 사용자의 보호의무 (민법상 신의칙):
   • 사용자는 근로계약에 수반되는 신의칙상의 부수적 의무로서 근로자가 노무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생명, 신체, 건강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안전한 인적·물적 환경을 정비하는 등 필요한 보호 조치를 강구해야 합니다 (대법원 2006. 9. 28. 선고 2004다44506 판결 등 참조).
   • 주식회사 G는 망인의 사용자로서 망인이 추락 위험이 있는 공사 현장을 드나들 수 있음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음에도 안전모 등 보호구 착용 및 기타 안전 조치를 확실히 취하도록 하지 않아 사용자 보호의무를 위반했습니다.
4. 불법행위책임 및 채무불이행책임 (민법 제750조 및 제390조):
   • 피고 주식회사 D와 F은 산업안전보건법상 의무 위반 및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으로 망인에게 손해를 입혔으므로 불법행위책임을 집니다.
   • 주식회사 G는 산업안전보건법상 의무 위반에 따른 불법행위책임과 더불어 사용자로서 근로계약에 부수한 보호의무를 위반했으므로 채무불이행책임을 함께 집니다.
   • 이러한 여러 피고들의 책임은 부진정연대관계에 있으므로 피해자는 여러 피고 중 누구에게든 전체 손해액의 범위 내에서 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5. 과실상계 (민법 제763조 및 제396조):
   •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되는 경우에도 피해자(망인)에게도 사고 발생에 기여한 과실이 있다면 법원은 이를 고려하여 손해배상액을 감액할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망인 K이 공무과장으로서 스스로 안전수칙을 지키고 주의했어야 함을 인정하여 피고들의 책임이 70%로 제한되었습니다.
6. 손해배상 지연손해금 (민법 제379조,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3조):
   • 법원은 채무불이행 또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금에 대해 지연손해금을 인정합니다. 사고 발생일부터 판결 선고일까지는 민법상 연 5%의 이율을 적용하고 판결 선고일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연 12%의 이율을 적용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참고 사항

1. 작업 현장의 안전난간 설치 의무: 높이 1미터 이상인 계단 등 추락 위험이 있는 장소에는 반드시 안전난간을 설치해야 합니다. 임시방편으로 고정되지 않은 쇠파이프 등을 난간처럼 설치하는 것은 심각한 안전 의무 위반입니다.
2. 안전장비 착용 의무: 작업자는 추락 위험이 있는 곳에서 작업할 때 안전모 등 필요한 보호구를 반드시 착용해야 하며 사업주는 이를 지급하고 착용을 관리 감독할 의무가 있습니다.
3. 현장소장 및 관리자의 주의의무: 현장소장은 현장 상태를 잘 파악하고 근로자가 위험한 장소를 통행할 경우 추락 방지 조치를 취하거나 최소한 위험 상황과 올바른 행동 요령을 미리 고지해야 합니다.
4. 사용자의 보호 의무: 근로자를 고용한 회사는 근로자가 업무 수행 중 생명, 신체, 건강을 해치지 않도록 안전한 작업 환경을 조성하고 필요한 조치를 강구해야 합니다.
5. 책임 비율: 사고 발생에 근로자 본인의 과실이 일부 있는 경우 사업주 측의 손해배상 책임액이 과실 비율만큼 제한될 수 있습니다.
6.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의 중대성: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은 형사처벌뿐만 아니라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의 근거가 되므로 법규 준수가 매우 중요합니다.
7. 손해배상 범위: 사망 사고의 경우 일실수입, 위자료 등이 손해배상액에 포함되며 유족연금 등 보험금은 손해배상액에서 공제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