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침해/특허
원고인 화장품 도소매업자가 피고인 통신판매중개업체(오픈마켓)에서 상품을 판매하던 중, 피고가 특정 판매물품의 정품 여부 소명자료 제출을 요구하고 미제출 시 퇴점 조치를 고지하자, 원고는 이를 영업비밀 침해 및 협박, 기망 행위로 보아 손해배상을 청구하였으나 법원이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 사건입니다.
원고는 피고가 운영하는 사이버몰 'D'에서 미국 'E' 기업의 'F' 브랜드 제품을 병행수입하여 판매하고 있었습니다. 피고의 담당자는 2022년 1월 28일 원고에게 특정 판매물품의 정품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소명자료를 2022년 2월 4일까지 제출하도록 요청하면서,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퇴점 조치로 서비스 이용이 제한될 수 있음을 알렸습니다. 원고는 같은 날 해외 거래업체 정보가 일부 지워진 인보이스를 소명자료로 제출했으나, 피고는 2022년 2월 4일 수정하지 않은 서류를 다시 제출해달라고 요청하며 자료 확인 즉시 폐기하고 외부에 공개하지 않겠다고 안내했습니다. 원고는 결국 수정되지 않은 인보이스를 제출했고, 피고는 이를 확인한 후 별도의 제재 없이 정상 영업이 가능하다고 안내했습니다. 하지만 원고는 피고의 이러한 자료 요구 행위가 자신의 영업비밀을 침해하고 협박 및 기망을 통해 손해를 입혔다고 주장하며 피고에게 1억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통신판매중개업자가 판매 회원에게 상표권 침해 우려가 있는 물품의 정품 여부 소명 자료를 요구하고, 이에 불응할 경우 서비스 이용 제한을 고지한 행위가 영업비밀 침해, 협박 또는 기망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이 사건의 핵심 쟁점입니다.
법원은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법원은 통신판매중개업자인 피고가 자신의 사이버몰에서 발생할 수 있는 상표권 침해에 대한 공동불법행위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정품 소명을 요구한 것은 정당한 목적을 위한 상당한 수단이며, 이를 퇴점 조치 고지와 함께 진행한 것이 사회통념상 용인될 수 있는 범위 내의 행위로 보아 협박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피고가 영업비밀을 침해하거나 원고를 기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고 보아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이 사건은 주로 상표권 침해에 대한 공동불법행위 책임의 우려, 그리고 협박 및 영업비밀 침해의 판단 기준과 관련이 있습니다.
1. 공동불법행위 책임 (민법 제760조): 민법 제760조는 여러 사람이 공동으로 불법행위를 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경우 연대하여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합니다. 대법원 판례(대법원 2012. 12. 4.자 2010마817 결정 참조)에 따르면, 통신판매중개업자는 자신의 사이버몰에서 타인의 상표권을 침해하는 행위가 이루어지고 있음에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상표권 침해에 대한 공동불법행위 책임을 부담할 우려가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피고가 이러한 공동불법행위 책임을 피하기 위해 원고에게 정품 소명을 요구한 것이 정당한 목적을 위한 조치였다고 보았습니다.
2. 강요죄에서의 협박 (형법 제324조 관련): 강요죄에서 협박이란 사람으로 하여금 공포심을 일으킬 만한 해악을 고지하는 것을 말합니다. 그러나 대법원 판례(대법원 2022. 12. 15. 선고 2022도9187 판결 참조)는 설령 협박에 해당하더라도 사회통념상 용인될 수 있는 정도이거나, 정당한 목적을 위한 상당한 수단에 해당하여 사회상규에 반하지 않는 경우에는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다고 봅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피고가 원고에게 소명자료 미제출 시 퇴점 조치를 고지한 것은 상표권 보호라는 정당한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비록 원고에게 불이익이 될 수 있더라도 일반적으로 사람에게 공포심을 일으킬 만한 협박으로 볼 수 없거나, 사회통념상 용인되는 범위 내의 행위로 판단했습니다.
3. 영업비밀 침해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영업비밀 침해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영업비밀을 부정한 방법으로 취득하거나, 취득한 영업비밀을 부당하게 사용 또는 공개하는 등의 행위가 있어야 합니다. 원고는 피고가 영업비밀인 해외 거래업체 정보를 취득하여 침해했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피고 측 담당자가 소명자료를 확인 즉시 폐기하지 않고 외부에 공개했다거나, 마치 폐기하고 외부에 공개하지 않을 것처럼 원고를 기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고 판단하여 영업비밀 침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4. 통신판매중개 계약 약관: 이 사건에서 원고와 피고 사이의 통신판매중개 계약에는 약관이 편입되어 있었고, 해당 약관에는 상표권 침해에 대한 소명 요구 및 불응 시 서비스 이용 제한 조항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법원은 이와 같이 계약 당시 합의한 약관에 따라 소명을 요구한 것을 피고의 정당한 행위 근거 중 하나로 보았습니다.
온라인 플랫폼에서 상품을 판매하는 사업자는 상표권 침해 의심 등 문제가 발생했을 때 플랫폼 측의 정품 소명 요구에 성실히 응해야 합니다. 통신판매중개업자는 자신의 플랫폼에서 발생할 수 있는 상표권 침해에 대한 책임을 부담할 우려가 있으므로, 판매자에게 정품 여부 확인을 위한 소명 자료를 요청할 정당한 권한이 있습니다. 만약 소명 요구에 불응하거나 불성실하게 대응할 경우, 서비스 이용 제한이나 퇴점 조치와 같은 불이익을 받을 수 있습니다. 영업비밀이 포함된 자료를 제출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플랫폼의 자료 보안 및 비공개 원칙을 명확히 확인하고 필요한 경우 해당 사항에 대해 협의를 시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만, 제출된 자료가 영업비밀 침해에 해당한다고 주장하기 위해서는 플랫폼이 자료를 부당하게 취득했거나, 취득한 영업비밀을 부당하게 사용 또는 공개했다는 명확한 증거가 있어야 합니다. 정품 여부 소명은 거래 내역, 수입 증빙 서류 등 객관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자료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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