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병원 옆 약국 개설 등록 취소를 둘러싼 분쟁
오산시장이 H병원 인근에 E약국 개설을 등록하자, 주변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A와 H병원 외래환자인 B가 약국 개설 등록 처분의 취소 또는 무효 확인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재판부는 환자 B의 경우, 약국 개설 등록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없다고 보아 소를 각하했습니다. 또한 인근 약국 개설자 A의 경우, 약국 개설 등록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주위적 청구는 제소기간(90일)을 넘겨서 부적법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약국 개설 등록 처분이 무효임을 확인해 달라는 A의 예비적 청구에 대해서는, E약국이 약사법상 약국 개설 제한 규정(중복 개설, 의료기관 시설 내 개설, 전용통로 설치)을 위반했다고 보기도 어렵고, 설령 위반했다고 하더라도 그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하여 무효라고 볼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하여 이 역시 기각했습니다. 결론적으로 원고 A과 B의 주장이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관련 당사자
- 원고 A: H병원 인근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약사로, E약국의 개설 등록으로 인해 경제적 이익 침해를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 원고 B: H병원의 외래환자로, E약국의 개설이 의약분업 제도의 취지에 반하여 자신의 건강권이 침해될 우려가 있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 피고 오산시장: E약국의 개설 등록을 허가한 행정기관입니다.
- 피고보조참가인 C: H병원 인근에 E약국을 개설 등록한 약사입니다.
분쟁 상황
오산시장이 2020년 7월 30일 피고보조참가인 C에게 오산시 D 소재 E약국에 대한 개설 등록 처분을 했습니다. E약국은 H병원 인근에 위치했는데, 원고 A(인근 약국 개설자)과 원고 B(H병원 외래환자)은 이 처분이 약사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원고들은 E약국이 하나의 약사가 1층과 2층에서 별개의 약국을 운영하는 '중복 개설'에 해당하고, H병원의 시설 안 또는 구내에 개설되었거나 병원과 약국을 잇는 '전용통로'가 설치되어 약사법을 위반했다는 주장을 펼쳤습니다.
핵심 쟁점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원고 A과 B가 이 사건 약국 개설 등록 처분의 취소 또는 무효 확인을 구할 법률상 이익(원고적격)이 있는지 여부입니다. 둘째, 원고 A이 제기한 취소소송이 법정 제소기간(처분을 안 날로부터 90일)을 준수했는지 여부입니다. 셋째, E약국의 개설 등록 처분이 약사법 제20조 제5항(의료기관 시설 안 또는 구내 개설 금지, 전용통로 설치 금지) 및 약사법 제21조 제1항(하나의 약국만 개설 가능)을 위반하여 무효 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입니다.
법원의 판단
1심 판결 중 원고 B에 대한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 B의 소를 각하한다. 원고 A의 항소를 기각한다. 원고 A과 피고 사이에 생긴 항소비용은 원고 A이 부담하고, 원고 B과 피고 사이에 생긴 소송총비용은 원고 B이 부담한다.
결론
재판부는 원고 B에게는 약국 개설 등록 처분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없다고 보아 소를 각하했습니다. 원고 A의 경우, 약국 개설 등록 취소를 구하는 주위적 청구는 처분의 존재를 안 날로부터 90일이 지난 후 제기되어 제소기간을 도과했으므로 부적법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약국 개설 등록 처분의 무효 확인을 구하는 예비적 청구에 대해서는, E약국이 약사법상 규정된 약국 중복 개설, 의료기관 시설 내 개설, 전용통로 설치 등의 금지 규정을 위반하여 개설되었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며, 설령 일부 위반이 있더라도 그 하자가 행정처분을 무효로 할 만큼 중대하고 명백하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하여 원고 A의 예비적 청구 역시 기각했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이 사건과 관련된 주요 법령과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 행정소송법 제12조 (원고적격): 행정처분 등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있는 자가 소송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특히 처분의 직접 상대방이 아닌 제3자의 경우, 해당 처분의 근거 법규 및 관련 법규에 의해 보호되는 개별적, 직접적, 구체적 이익이 침해되었을 때만 소송을 제기할 자격이 인정됩니다. 단순히 공익 보호의 결과로 국민 일반이 공통적으로 가지는 일반적, 간접적, 추상적 이익만으로는 법률상 이익으로 인정되지 않습니다.
- 행정소송법 제20조 제1항 (제소기간): 취소소송은 처분 등이 있음을 안 날로부터 90일 이내에 제기해야 합니다. 이 기간을 넘기면 소송의 내용과 관계없이 각하됩니다.
- 약사법 제20조 제5항: 약국의 개설 등록 장소를 제한하는 규정입니다.
- 제1호에 따라 '의료기관의 시설 안 또는 구내'에는 약국을 개설할 수 없습니다. 이는 의약분업 제도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약국을 의료기관과 공간적, 기능적으로 독립된 장소에 두려는 취지입니다.
- 제4호에 따라 '의료기관과 약국 사이에 전용통로가 설치되거나 약국이 의료기관과 기능적으로 연결되어 의료기관 이용자들이 통상적으로 의료기관을 이용하는 동선에 따라 약국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경우'에도 약국을 개설할 수 없습니다. 이는 의약분업의 원칙을 지키고 의약품 오·남용을 방지하며 환자의 알권리 및 의약 서비스 수준 향상을 목적으로 합니다.
- 약사법 제21조 제1항: '약사 또는 한약사는 하나의 약국만을 개설할 수 있다'고 규정하여 약국의 중복 개설을 금지합니다. 이는 약사가 의약품 조제·판매 업무를 직접 수행할 수 있는 장소적 범위 내에서만 약국 개설을 허용하여 약사 아닌 자에 의한 약국 관리를 미리 방지하려는 목적을 가집니다.
- 행정처분 무효의 법리: 행정처분이 당연 무효가 되기 위해서는 처분에 위법 사유가 있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그 하자가 법규의 중요한 부분을 위반한 중대한 것으로서 객관적으로 명백해야 합니다. 하자의 중대성 및 명백성 여부는 법규의 목적, 의미, 기능 등을 목적론적으로 고찰하고 구체적 사안의 특수성을 합리적으로 고려하여 판단됩니다.
참고 사항
행정처분에 불복하여 소송을 제기할 때는 다음과 같은 점들을 반드시 고려해야 합니다.
- 원고적격 (소송 제기 자격): 행정처분의 직접 상대방이 아닌 제3자의 경우, 해당 처분으로 인해 자신이 법률상 보호되는 개별적, 직접적, 구체적 이익을 침해당했음을 명확히 증명해야 소송을 제기할 자격이 주어집니다. 단순히 공익 보호의 결과로 얻는 일반적이거나 추상적인 이익만으로는 부족합니다.
- 제소기간 (소송 제기 기한): 행정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은 처분이 있음을 안 날로부터 90일 이내에 제기해야 합니다. 이 기간을 넘기면 소송 내용의 옳고 그름을 따져보기도 전에 소 자체가 부적법하다고 각하될 수 있으므로 처분 사실을 알게 된 시점과 제소 기간을 정확히 확인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 행정처분의 무효 주장: 행정처분이 '무효'라고 인정받기 위해서는 그 처분에 위법 사유가 있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그 하자가 법규의 중요한 부분을 위반한 중대한 것으로서 객관적으로 명백해야 합니다. 단순히 법규 위반이 있었다는 점을 넘어서, 누가 보더라도 명백히 잘못된 처분임을 입증할 수 있어야 합니다.
- 약국 개설 규정 이해: 약국 개설과 관련하여 의료기관과의 관계는 약사법에서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습니다. 특히 약국이 의료기관의 시설 안 또는 구내에 개설되는 것, 그리고 의료기관과 약국 사이에 전용통로를 설치하는 것은 의약분업의 취지를 훼손할 수 있으므로 금지됩니다. 약사 한 명이 여러 약국을 개설하는 '중복 개설' 역시 금지됩니다. 약국 개설과 관련된 분쟁 시에는 이러한 약사법 규정의 정확한 의미와 적용 범위를 면밀히 검토해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