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정
재개발 구역 내 건물 소유주가 자신의 건물을 주택에서 사무실 용도로 변경하려 했으나 관할 구청이 재개발 조합의 반대 의견만을 근거로 불허가 처분을 내렸습니다. 이에 건물 소유주는 구청의 처분이 부당하다고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구청의 처분이 재량권을 남용한 위법한 처분이라고 판단하여 이를 취소했습니다.
원고는 서울 성동구 E정비구역 제○지구 주택재개발정비사업 구역 내에 지상 1층, 연면적 44.07㎡ 규모의 건물을 소유하고 있었습니다. 2024년 5월 22일과 10월 7일 두 차례에 걸쳐 이 건물의 용도를 주택에서 제2종근린생활시설(사무소)로 변경하는 허가를 구청에 신청했습니다. 피고 구청은 사업시행자인 E정비구역 제○지구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의 의견을 청취했고, 조합은 '용도 변경 시 영업손실 보상 등 주민 부담에 영향을 주므로 불가하다'는 의견을 제출했습니다. 이를 근거로 구청은 2024년 11월 13일 원고의 용도 변경 신청을 반려하는 처분을 내렸습니다. 원고는 구청의 처분이 추상적 우려만을 근거로 재산권을 과도하게 제한하고, 인근 유사 사례와 비교했을 때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에 해당한다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재개발 구역 내 건축물 용도 변경 허가 시 행정기관이 사업시행자의 의견에만 기속되어 신청을 불허가하는 것이 적법한지, 그리고 이러한 처분이 비례의 원칙 및 평등의 원칙을 위반하여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인지가 쟁점이었습니다.
법원은 피고 서울특별시 성동구청장이 원고에게 내린 건축물 용도 변경 불허가 처분을 취소했습니다.
법원은 도시정비법상 사업시행자의 의견을 청취하도록 되어 있지만, 그 의견에 반드시 기속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구청이 용도 변경의 목적, 규모, 사업에 미치는 영향 등을 구체적으로 검토하지 않고 단순히 조합의 반대 의견만을 근거로 처분한 것은 비례의 원칙과 평등의 원칙을 위반하여 재량권을 남용한 위법한 처분이라고 결론 내렸습니다.
이 사건은 주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이하 '도시정비법') 제19조 및 동법 시행령 제15조와 행정법의 일반 원칙인 재량권의 일탈·남용, 비례의 원칙, 평등의 원칙에 따라 판단되었습니다.
도시정비법 제19조 제1항 및 시행령 제15조 제1항 제1호: 정비구역에서 건축물의 용도를 변경하려면 시장·군수 등의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도시정비법 시행령 제15조 제2항: 건축물의 용도 변경 허가를 하려는 경우, 사업시행자가 있다면 미리 그 사업시행자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이 규정이 사업시행자의 의견을 '듣도록' 정하고 있을 뿐, 행정기관이 그 의견에 '반드시 기속되어야' 한다고 보지 않았습니다. 즉, 행정기관은 사업시행자의 의견을 참고하되 최종 결정은 독자적으로 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재량행위에 대한 사법심사: 행정기관의 재량에 따른 처분이라 할지라도 법원은 그 처분이 재량권을 법이 정한 한계를 넘어서거나 재량권 행사의 목적에 어긋나게 사용했는지 여부를 심사할 수 있습니다. 이때 사실오인이 있었는지, 비례의 원칙이나 평등의 원칙을 위반했는지 등이 주요 판단 기준이 됩니다.
비례의 원칙: 행정기관의 처분은 공익 달성을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이루어져야 하며, 그로 인해 발생하는 사인의 불이익이 달성하려는 공익보다 더 커서는 안 된다는 원칙입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소규모 용도 변경으로 인한 공익적 필요(보상 부담 증가 우려)가 크지 않은 반면, 원고가 입게 될 사익(재산권 침해)은 상당하다고 보아 비례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판단했습니다.
평등의 원칙: 합리적인 이유 없이 특정인이나 특정 사안을 다른 사람이나 다른 사안과 다르게 취급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입니다. 피고 구청이 이 사건과 유사한 인근 구역의 용도 변경 신청을 허가했던 사례가 있었음에도, 사업시행자의 의견 제출 여부만으로 이 사건 신청을 다르게 취급한 것은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에 해당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행정기관은 특정 구역 내 건축물의 용도 변경 신청을 처리할 때, 단순히 사업시행자 등 이해관계자의 반대 의견만을 근거로 불허가 처분을 내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신청된 용도 변경의 구체적인 내용 (목적, 규모, 구조 변경 여부 등)과 해당 변경이 공익에 미치는 실제 영향 (사업 지연, 보상 증가 등)의 정도를 면밀히 검토해야 합니다. 개인의 재산권 침해 정도와 공익 달성의 필요성을 비교형량하여 비례의 원칙에 따라 신중하게 결정해야 합니다. 이전에 유사한 용도 변경 신청에 대해 허가했던 선례가 있다면,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여 평등의 원칙을 준수해야 합니다. 다른 사례와 다르게 처분할 경우, 그 차별에 대한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이유를 명확히 제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 특히 소규모 용도 변경은 재개발 사업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수 있으므로, 과도한 규제로 이어지지 않도록 개별 사안의 특성을 충분히 고려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