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정
서울주택도시공사가 마곡도시개발사업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상수도 시설을 설치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피고인 서울특별시 강서수도사업소장이 원고에게 이미 건축주들이 납부했던 상수도 원인자부담금을 다시 부과한 사건입니다. 원고는 이 부과처분이 이중부과에 해당하고 관련 조례가 위법하며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주장하며 부과처분의 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서울주택도시공사는 서울 강서구 일원에서 마곡도시개발사업을 진행하면서 상수도 시설 설치에 약 174억 원의 비용을 지출했습니다. 초기에는 개별 건축주들이 수도법에 따라 상수도 원인자부담금을 납부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 판결을 통해 도시개발사업의 경우 상수도 원인자부담금 납부의무는 사업시행자에게 있다는 법리가 정립되자, 서울특별시 강서수도사업소장은 이미 건축주들이 납부했던 부담금을 환불해주고, 대신 마곡도시개발사업 시행자인 서울주택도시공사에게 해당 부담금을 다시 부과했습니다. 서울주택도시공사는 이미 상당한 비용을 들여 상수도 시설을 설치했으므로 이러한 재부과가 부당하다고 주장하며 행정심판을 청구했으나 각하되었고, 결국 법원에 이 사건 부과처분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원고가 도시개발사업 시행자로서 상수도 시설을 직접 설치하여 비용을 부담했음에도 피고가 원인자부담금을 부과한 것이 부담금관리 기본법상의 이중부과에 해당하는지 여부입니다. 둘째, 피고의 부과처분 당시 적용된 서울특별시 수도시설 이설 등 원인자부담금 징수조례가 수도법령의 위임 범위를 벗어나 무효인지 여부입니다. 셋째, 도시개발법에 따라 상수도 시설 설치 의무가 지방자치단체에 있음에도 원고에게 비용을 부담시킨 것이 위법한지 여부입니다. 넷째, 피고가 원고에게 원인자부담금을 부과하지 않겠다는 공적인 견해를 표명했다고 볼 수 있는지, 즉 신뢰보호원칙 위반 여부입니다. 마지막으로, 원인자부담금 부과 시 사전 협의 절차와 사전 고지 절차가 적법하게 이행되었는지 여부입니다.
법원은 2021년 2월 25일자 재부과 통보 관련 무효확인 및 취소 청구 부분은 독립된 행정처분으로 볼 수 없어 부적법하다고 판단하여 모두 각하했습니다. 그러나 2020년 12월 24일자 원인자부담금 부과처분은 절차상 및 실체상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하여 무효임을 확인하고, 원고의 주위적 청구(무효확인 청구)를 인용했습니다.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법원은 원고인 서울주택도시공사가 도시개발사업의 시행자로서 자신의 비용으로 상수도 시설을 설치한 것이, 수도사업자가 수도공사 비용의 원인을 제공한 자에게 부과하는 원인자부담금과 실질적으로 중복되는 요소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피고가 원고가 이미 부담한 수도시설 설치비용을 공제하지 않고 원인자부담금을 부과한 것은 부담금관리 기본법 제5조 제1항이 금지하는 이중부과에 해당하며, 그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하여 무효라고 보았습니다. 또한, 수도법 및 수도법 시행령에서 정한 사전 협의 절차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고, 부담금관리 기본법에서 정한 사전 고지 절차도 누락되어 중대한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보아 이 사건 부과처분이 무효임을 확인했습니다. 다만, 재부과 통보의 경우 독립적인 행정처분으로 볼 수 없어 소송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이 판결에서는 상수도 원인자부담금 부과처분의 적법성을 판단하기 위해 다양한 법령과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1. 수도법 제71조 (원인자부담금) 수도공사의 원인을 제공한 자에게 수도사업자가 그 공사에 필요한 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부담하게 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입니다. 이 법은 부담금의 산정기준과 징수방법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며, 부담금을 부과하기 전에 부담할 자와 미리 협의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판결에서는 사업시행자가 이미 상수도 시설 설치 비용을 부담한 경우, 이를 공제하지 않고 원인자부담금을 부과하는 것은 중복되어 위법하다고 판단했습니다.
2. 수도법 시행령 제65조 (원인자부담금의 산정기준 등) 수도공사 원인 제공자에 대한 부담금은 수도시설 신설·증설 비용 등을 합산한 금액으로 하며, 세부기준은 지방자치단체 조례로 정하도록 위임하고 있습니다. 또한 부담금 부과 전에 반드시 협의 절차를 거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판결은 이 협의 절차가 형식적이거나 누락된 경우 부과처분에 중대한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보았습니다.
3. 부담금관리 기본법 제5조 제1항 (부담금 부과의 원칙) 부담금은 설치 목적 달성에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에서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하도록 부과되어야 하며, 동일한 원인에 대하여 이중으로 부과되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판결은 원고가 이미 시설 설치 비용을 부담한 것과 원인자부담금 부과가 실질적으로 중복되므로, 이 조항에 위반되어 무효라고 판단했습니다.
4. 부담금관리 기본법 제5조 제2항 (사전 고지) 부담금 부과권자는 납부의무자에게 부담금의 법적 근거, 산출 근거, 납부 금액, 감면 요건 및 방법, 의견 제출의 기회와 방법 등을 미리 알려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판결은 피고가 이러한 사전 고지 절차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절차상 하자가 존재한다고 보았습니다.
5. 도시개발법 제54조, 제55조, 제66조 도시개발사업에 필요한 비용은 시행자가 부담하며, 사업으로 새로 설치된 공공시설은 시설 관리 행정청에 무상 귀속됩니다. 특히 상수도 시설의 설치 의무와 비용 부담은 원칙적으로 사업시행자에게 있으나, 도시개발구역 외부의 관로 등은 지방자치단체에 있습니다. 판결은 이 사건 수도시설이 구역 외부 관로에 해당하지 않아 원고의 설치 의무는 인정했으나, 이것이 원인자부담금의 이중부과를 정당화할 수는 없다고 보았습니다.
6. 신뢰보호원칙 행정청의 공적인 견해표명을 신뢰한 개인의 이익을 보호하는 행정법의 일반 원칙입니다. 법원은 피고가 원고에게 원인자부담금을 부과하지 않겠다는 공적인 견해를 표명했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신뢰보호원칙 위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7. 재량행위와 기속행위의 구분 판결은 수도법 제71조 제1항에 따른 원인자부담금 부과처분이 기속행위가 아닌 재량행위에 해당하며, 관련 조례에서 정하는 금액은 '정액'이 아니라 '상한'으로 해석함이 타당하다고 보았습니다. 이는 수도사업소가 재량권을 행사하여 사업시행자가 이미 부담한 비용 등을 고려하여 원인자부담금을 산정할 의무가 있음을 의미합니다.
도시개발사업 등 대규모 사업의 시행자가 상수도 시설 설치에 대한 원인자부담금을 부과받는 경우, 다음과 같은 점들을 확인하고 대응해야 합니다. 첫째, 이미 사업 시행 과정에서 상수도 시설 설치에 비용을 지출했다면, 해당 비용이 원인자부담금과 실질적으로 중복되는지 검토하여 이중부과에 해당할 가능성을 확인해야 합니다. 중복되는 부분이 있다면 부담금관리 기본법 제5조 제1항에 따라 이중부과가 금지될 수 있습니다. 둘째, 원인자부담금 부과 전에 수도법 제71조 제2항 및 수도법 시행령 제65조 제1항에 따라 수도사업자와 부담금 산정 기준 및 납부 방법 등에 대한 충분한 사전 협의가 있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형식적인 통보나 짧은 의견 제출 기간 부여는 적법한 협의로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셋째, 부담금 부과 처분 통지 시 부담금관리 기본법 제5조 제2항에 따라 부담금의 법적 근거, 구체적인 산출 근거, 감면 요건 및 방법, 의견 제출에 관한 내용 등이 명확하게 기재되어 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이러한 절차적 하자가 있다면 부과처분의 무효 또는 취소 사유가 될 수 있습니다. 넷째, 수도사업자의 조례에 따른 부과금액이 정액으로 명시되어 있더라도, 대법원 판례에 따라 이는 상한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으므로, 실제 발생한 비용이나 사업시행자가 이미 부담한 비용을 고려하여 감면 또는 공제를 요구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