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정
방사선 관련 사업을 하는 A 주식회사와 그 기술연구소 부장 B은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과 국가연구개발사업(과제명 C) 협약을 체결했습니다. 총 수행기간은 2018년 5월 1일부터 2021년 4월 30일까지였으며, 1차년도 평가에서 '계속' 판정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A 주식회사는 정부 정책과 경영 악화를 이유로 2단계 협약 대상에서 제외해 달라고 요청했고 이후 주관기관 변경을 신청했습니다. 피고인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은 이를 '정당한 사유 없이 연구개발과제의 수행을 포기한 경우'로 보고 A 주식회사에 정부 출연금 91,322,210원을 환수하고 A 주식회사와 B에게 각 3년의 국가연구개발사업 참여 제한 처분을 내렸습니다. 이에 A 주식회사와 B은 위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으나, 법원은 B에 대한 출연금 환수 처분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보고 해당 청구를 각하했으며, 나머지 청구(A의 환수 및 참여제한 취소, B의 참여제한 취소)는 모두 이유 없다며 기각했습니다.
원고 A 주식회사는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의 지원을 받아 국가연구개발사업 과제를 수행하던 중 경영난을 겪게 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과제 수행을 중단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하고, 나중에는 새로운 주관기관으로 교체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피고인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은 이러한 행위를 '정당한 사유 없는 연구개발과제 포기'로 판단하여 원고들에게 참여 제한 및 출연금 환수 처분을 내렸고, 원고들은 이 처분이 부당하다며 취소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국가연구개발사업 과제 중도 포기에 대한 행정처분(참여제한 및 출연금 환수)의 절차적 적법성 여부, 과제 수행 포기에 '정당한 사유'가 있었는지 여부, 그리고 해당 처분이 재량권 일탈·남용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이 사건의 주요 쟁점입니다.
법원은 원고 B에 대한 출연금 환수 처분 취소 청구는 존재하지 않는 행정처분에 대한 소송이므로 각하했습니다. 원고 A 주식회사의 청구 및 원고 B의 나머지 청구(참여제한 처분 취소)는 모두 기각했습니다.
법원은 피고의 처분이 절차적 하자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사전 통지 의무와 이유 제시 의무는 피고가 원고들에게 의견 제출 기회를 충분히 주었으며 처분 내용을 명확히 전달했으므로 충족되었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원고 회사의 경영난은 '정당한 사유 없이 연구개발과제의 수행을 포기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과제의 총 수행기간은 2021년까지였으므로 1차년도 협약 종료와 관계없이 과제를 계속 수행할 의무가 있었고, 경영난과 같은 내부적인 사유는 정당한 포기 사유로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주관기관 변경 요청 역시 1차년도 기간이 지난 후에 이루어져 협약 위반이며, 변경 불승인 결정도 타당하다고 보았습니다. 마지막으로 참여제한 처분이 재량행위임은 인정했으나, 해당 처분이 과제 포기의 중대성, 국가연구개발사업의 공익성, 환수 금액 산정의 합리성 등을 고려할 때 재량권을 일탈하거나 남용한 것이 아니라고 결론 내렸습니다.
이 사건은 주로 다음과 같은 법령과 법리들이 적용되었습니다.
행정소송법상 처분의 존재 여부: 행정소송에서 다투는 행정처분은 실제로 존재해야만 합니다. 원고 B에 대한 출연금 환수 처분은 피고가 실제로 하지 않았으므로 이 부분 청구는 법원에서 각하되었습니다.
구 행정절차법 제21조 제1항 (사전통지 의무): 행정청이 불이익 처분을 할 때는 처분의 제목, 원인이 되는 사실, 내용, 법적 근거, 의견 제출 가능성 및 기한 등을 미리 알려야 합니다. 법원은 피고가 원고들에게 관련 내용을 미리 안내하고 의견 제출 기회를 제공했으므로 절차적 하자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구 행정절차법 제23조 제1항 (이유 제시 의무): 행정청은 처분 시 그 근거와 이유를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합니다. 그러나 처분서 내용과 관련 법령, 처분 과정 등을 종합하여 당사자가 처분의 이유를 충분히 알 수 있었다면 이유 제시 의무를 위반했다고 볼 수 없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피고가 관련 근거와 처분 사유를 충분히 제시했다고 인정되었습니다.
산업기술혁신 촉진법 제11조의2 제1항 제3호 (연구개발과제 수행 포기에 따른 제재): '정당한 사유 없이 연구개발과제의 수행을 포기한 경우' 국가연구개발사업 참여를 제한하고 출연금을 환수할 수 있습니다. 법원은 과제의 총 수행기간이 남아있는 한 연구 수행 의무가 존재하며, 기업의 일반적인 경영난은 '정당한 사유'로 보기 어렵다고 해석했습니다. 또한 주관기관 변경 요청이 규정된 시기를 넘겨 이루어진 점도 고려되었습니다.
행정행위의 재량성 및 재량권 일탈·남용 여부: 행정청의 처분이 법에 따라 재량의 범위 내에서 이루어져야 하며, 재량권을 일탈하거나 남용해서는 안 됩니다. 참여제한 처분은 재량행위에 해당하지만, 법원은 이 사건에서 연구개발사업의 공익적 목적(산업기술개발의 적정성 확보, 산업경쟁력 강화)과 과제 포기로 인한 문제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처분으로 인한 원고들의 불이익보다 달성하려는 공익이 더 크다고 보아 재량권 일탈·남용이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국가연구개발사업에 참여하는 기업은 재정 상황을 면밀히 검토하고 장기적인 과제 수행 가능성을 신중하게 판단해야 합니다. 기업의 내부적인 경영난은 일반적으로 '정당한 사유'로 인정받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과제 운영 요령에서 정한 기한(예: 주관기관 변경 승인 요청 기한)을 엄격히 준수하는 것이 중요하며, 이를 위반할 경우 불리한 처분을 받을 수 있습니다. 국가연구개발사업은 국가의 중요한 목표 달성을 위한 것이므로, 중도 포기 시에는 참여 제한이나 출연금 환수와 같은 엄중한 제재가 따를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합니다. 행정처분에 대한 절차적 요건(사전통지, 이유 제시)은 형식뿐 아니라 실질적으로 당사자가 내용을 이해하고 의견을 제시할 기회가 주어졌는지 여부로 판단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