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정
망인 B는 2011년 세라믹 전자부품 제조 회사에 입사하여 펀칭 공정에서 근무하던 중, 2014년 '미만성 거대B세포 림프종' 진단을 받고 한 달여 만에 사망하였습니다. 망인의 배우자인 원고 A는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청구했으나, 공단은 망인이 취급한 화학물질과 질병 간의 역학적 근거 부족, 짧은 노출 기간 등을 이유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을 내렸습니다. 이에 원고는 이 처분이 부당하다며 취소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망인 B는 2011년 3월부터 2014년 9월까지 약 3년 5개월간 세라믹 전자부품 제조 공장 내 펀칭 공정에서 일했습니다. 이 공정은 클린룸 환경이었으며, 망인은 제품 보호를 위한 방진복만 착용하고 별도의 개인보호구(호흡기보호구, 보호장갑 등)는 지급받지 못했습니다. 근무 기간 동안 주·야 2교대 근무와 주 6일 이상의 연장 및 특근을 포함하여 하루 최대 14.5시간에 달하는 장시간 근무를 지속했습니다. 회사 측의 작업환경 측정에서는 펀칭 공정이 '임시 작업'이라는 이유로 유해물질 측정이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이후 진행된 역학조사에서는 펀칭 공정에서 톨루엔, 자일렌, 포름알데히드 등이 검출되었지만, 벤젠은 검출되지 않았고, 관련 공정에 대한 조사는 공장 환경 변경 후에 이루어져 망인의 실제 노출 환경을 정확히 반영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망인은 해당 질병 발병 전에는 건강했으며, 다른 기저질환이나 가족력, 음주·흡연 습관 등이 없었습니다. 여러 의학적 소견은 벤젠이 림프종과의 연관성에 제한적 근거를 가질 수 있다고 보았으나, 포름알데히드, 톨루엔, 크실렌 등은 연관성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다수였습니다. 그러나 일부는 유기용매의 복합 노출 시 발병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회사 측은 법원의 자료 제출 요구에도 불구하고 관련 자료를 찾을 수 없다고 회신했습니다.
세라믹 전자부품 제조 공정에서 유해화학물질에 노출되고 장시간 교대근무로 과로한 근로자의 '미만성 거대B세포 림프종' 발병 및 사망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주요 쟁점이 되었습니다. 특히, 직접적인 의학적 증명이 부족하더라도 업무와 질병 간의 법적·규범적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는지에 대한 판단이 요구되었습니다.
법원은 피고 근로복지공단이 2017년 3월 22일 원고에게 내린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을 취소한다고 판결했습니다.
법원은 망인이 근무했던 세라믹 전자부품 제조 사업장에서 발생한 유해물질에 지속적으로 노출되었고, 이로 인해 질병이 발병하여 사망에 이른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이는 업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는 결론입니다. 법원은 첨단산업 분야에서 직업병의 원인을 명확히 규명하기 어려운 현실과 산업재해보상보험 제도의 사회적 안전망 기능을 고려하여, 의학적·자연과학적 증명이 명백하지 않더라도 법적·규범적 관점에서 인과관계를 넓게 인정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망인이 펀칭 공정에서 직접 사용하지 않는 유해물질(톨루엔, 자일렌, 포름알데히드)이 검출된 점, 클린룸 내 공조시스템으로 인한 다른 공정 유해물질 노출 가능성, 과거 작업환경 측정의 불완전성, 사측의 자료 제출 미협조로 인한 증명 곤란, 복합적 유해물질 노출 및 장시간 교대근무로 인한 과로와 면역기능 저하 가능성, 망인의 희귀 질병 발병 전 특이 병력 부재 등이 고려되었습니다.
이 사건은 주로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5조 제1호의 '업무상의 재해'와 제37조 제1항 제2호 가목의 '업무상 질병' 인정 기준에 따릅니다. 이 법은 근로자가 업무 수행 과정에서 화학물질 등 근로자의 건강에 해를 끼칠 수 있는 요인에 노출되어 발생한 질병을 업무상 재해로 인정합니다. 다만,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합니다. 여기서 '상당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될 필요는 없으며, 법적·규범적 관점에서 합리적인 추론을 통해 인정될 수 있습니다. 특히 대법원 판례에 따라 첨단산업 분야에서 희귀질환이 발생하여 인과관계 규명이 어려운 경우, 산업재해보상보험의 사회적 안전망 기능을 고려하여 근로자에게 유리한 간접사실(예: 특정 산업 종사자 군에서의 높은 발병률, 사업주의 자료 제출 비협조)을 참작하여 인과관계를 넓게 인정할 수 있습니다. 또한, 작업 환경에 여러 유해물질이나 유해요소가 존재하는 경우 개별 요인들이 질병 발병이나 악화에 복합적·누적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중요하게 판단해야 합니다.
유해화학물질에 노출되는 작업 환경에서 희귀 질병이나 첨단산업 분야의 새로운 유형 질병이 발생했을 때는 인과관계 증명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의학적·자연과학적 증명이 명확하지 않더라도 근로자의 취업 당시 건강 상태, 작업 환경의 유해요소 존재 여부, 근무 기간, 사업주의 자료 제출 협조 여부 등 다양한 간접 사실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법적·규범적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습니다. 특히 사업주가 작업 환경 및 화학물질 사용 관련 자료 제출에 비협조적인 경우, 이는 근로자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여러 유해물질에 복합적으로 노출되거나, 개별 노출 수준이 허용 기준 이하여도 장시간 교대근무나 과로와 같은 유해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질병 발생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해야 합니다. 따라서 자신의 작업 환경과 건강 변화에 대한 기록을 상세히 남겨두는 것이 중요하며, 질병 발생 시 업무와의 관련성을 적극적으로 주장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