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정
원고 A 주식회사는 일회용 논리캡형 점안제를 제조하는 회사로, 식약처가 일회용 점안제의 재사용을 막기 위한 규제 강화 조치를 취했음에도 불구하고, 고용량의 리캡형 점안제가 여전히 재사용되어 국민 건강에 위협을 주고 자사 제품과의 경쟁에서 불이익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원고는 식약처장에게 고용량 리캡형 점안제의 제조판매 품목 허가(신고)사항 변경 명령을 요구했으나 거부당했습니다. 원고는 이 거부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으나, 법원은 원고에게 그러한 변경 명령을 요구할 법규상 또는 조리상의 신청권이 없으며, 피고의 거부 행위가 원고의 법률관계에 직접적인 변동을 가져오지 않는다고 보아 소송을 각하했습니다.
원고 A 주식회사는 개봉 후 재사용이 불가능한 논리캡형 일회용 점안제를 제조·판매하는 제약회사입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2015년 12월 11일 일회용 점안제에 대해 ‘개봉 후 1회만 즉시 사용하고 남은 액과 용기는 바로 버려야 한다’는 행정 지시를 내렸고, 2017년 3월 24일에는 제품명에 ‘(1회용)’을 병기하도록 지시했습니다. 그러나 원고는 식약처가 점안제의 용기 형태나 포장 단위를 규제하지 않아, 고용량의 리캡형 일회용 점안제가 여전히 재사용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는 국민 건강에 위해를 가할 염려가 있으며, 논리캡형 점안제를 판매하는 원고가 고용량 리캡형 점안제를 판매하는 대다수 제약회사들과의 경쟁에서 불이익을 받는다고 보았습니다. 이에 원고는 2018년 2월 1일부터 2018년 5월 24일까지 네 차례에 걸쳐 식약처장에게 일회용 점안제의 포장 단위를 1회 용량에 맞게 단일화하는 내용의 제조판매 품목 허가(신고)사항 변경 명령 처분을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식약처장은 2018년 6월 1일 원고의 요청을 거부하는 회신을 했습니다. 이에 원고는 이 거부 처분이 위법하다고 주장하며 취소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일회용 점안제의 제조판매 품목 허가(신고)사항 변경 명령 요청을 거부한 행위가 행정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하는지 여부입니다. 이는 특히 원고가 그러한 변경 명령을 요구할 법규상 또는 조리상의 신청권이 있는지, 그리고 거부 행위가 원고의 법률관계에 어떠한 변동을 일으키는지에 따라 판단됩니다.
법원은 이 사건 소를 각하했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원고의 제조판매 품목 허가(신고)사항 변경 명령 요청을 거부한 행위는 행정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약사법상 원고에게 다른 제조업자 등의 제조판매 품목 허가(신고)사항 변경 명령을 요구할 법규상 또는 조리상의 신청권이 인정되지 않습니다. 둘째, 피고의 거부 회신으로 인해 원고의 실체적 법률관계에 직접적인 변동이 발생하거나, 원고의 권리 행사에 중대한 지장을 초래한다고 볼 수 없습니다. 원고가 주장하는 매출 증대와 같은 이익은 사실상, 경제상의 이익에 불과합니다.
법원은 이 사건 소가 부적법하다고 판단하여 각하 판결을 내렸으며, 소송비용은 보조참가로 인한 비용을 포함하여 모두 원고가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주로 행정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의 요건과 약사법상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의 권한 및 의약품 제조업자의 신청권 여부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1.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대한 법리: 대법원 판례(대법원 1998. 7. 10. 선고 96누14036 판결, 대법원 2015. 12. 10. 선고 2013두20585 판결 등)는 행정청의 거부 행위가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하려면 다음 세 가지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고 판시합니다.
2. 약사법 관련 조항의 해석:
결론적으로, 약사법은 식품의약품안전처장에게 감독 권한을 부여하고 있으나, 이는 행정청의 재량적 권한일 뿐 특정 행정처분을 하도록 의무를 지우는 것이 아니며, 개별 사업자의 개인적 이익 구제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므로 원고에게는 이러한 변경 명령을 요청할 법규상 또는 조리상의 신청권이 없다고 법원은 판단했습니다.
유사한 문제 상황에서 행정기관의 거부 처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할 때는 다음 사항들을 고려해야 합니다. 첫째, 행정기관의 거부 행위가 ‘행정처분’으로 인정될 수 있는지를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행정처분이 되려면 해당 거부 행위가 신청인의 법률관계에 직접적인 변동을 가져오고, 신청인에게 해당 행정 작용을 요구할 법규상 또는 조리상의 신청권이 있어야 합니다. 둘째, 단순한 사실상 또는 경제상의 이익 침해만으로는 법적 구제 대상이 되기 어렵습니다. 권리나 법적 지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지 명확히 판단해야 합니다. 셋째, 법률에 명시적인 신청권이 없더라도 사회 통념상 당연히 인정되는 ‘조리상 신청권’이 있는지 검토할 수 있지만, 이는 매우 엄격하게 판단되므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넷째, 공익 목적을 위한 법률 규정(예: 약사법 제1조의 국민 보건 향상 목적)은 개별 사업자에게 구체적인 행정 조치를 요구할 신청권을 직접 부여하는 것으로 보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행정기관의 감독 권한은 재량적 성격이 강하여 특정 처분을 하도록 의무를 지우는 것이 아닐 수 있습니다.